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아베정권

교양이 문제다

2018/05/07 교양이 문제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흐린 날씨였다가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렸다. 도서관에 있을 소리없이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계속 비가 오고 있다. 마치 장마철 비처럼 추적추적 비가 온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도서관에 갈 준비를 했다. 조금 일찍 도서관에 갔다. 월요일은 책이 새로 오는 날이다. 오늘은 황금연휴 때문에 책이 없었다. 이번 주는 토요일에 새 책이 진열된다고 한다. 가져간 책을 반납하고 원고 교정만 했다. 읽을 책이 없어서 일이 빨리 끝났다.

 

도서관을 나오기 전에 아사히신문을 봤다. 모레 한중일 정상회담이 있어서 어떻게 보도하는지 궁금했다. 아사히신문 일면에 한중일 정상회담에 관한 기사도 있었지만, 북한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재미있던 것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칭이었다. "정은 씨"라고 한다. 한국 대통령에 대해 "문 씨"라는 것과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는 보통 성에 ''이나 ''를 붙인다. 직위를 붙이기도 한다. 이름에 ''이나 ''를 붙이는 것은 가깝고 친근한 관계이다. 언제부터 북한의 지도자는 이름에 ''를 붙일 정도로 친근한 관계가 되었나? 지금까지 '정은 씨'라는 호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김정은'이라고 했지, '정은 씨'가 아니었다. 호칭이 바뀌니 이미지도 변한다. '정은 씨'라고 하니 어쩐지 친근하고 다정한 느낌이 든다. 과연 '정은 씨'가 일본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오늘 쓰고 싶은 것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 대해서다. 재무성의 사무차관이 '성희롱'에 대해서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라는 해괴한 발언을 했다. 부총리 겸 재무상이라면 정권의 핵심이다. 특히 아베 정권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는 아베 총리의 절친이자, 예능이라면 콤비인 셈이다. 전 총리였다는 것은 잊힐 정도로 부총리로서 존재감보다 재무상으로서 존재감이 훨씬 강하다. 그것도 모리토모 학원에 관한 문서를 조작한 사건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세습 정치가'의 톱을 달리지만, 아소 씨도 집안이 일본 정계에서 '세습 정치가'로 첫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천황 집안과도 인연이 있으며 규슈의 토호로 정치가의 아들인 것이다. 집안이라는 혈통만이 아니라, 학력 면에서도 초일류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황족들이 다니는 학습원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다가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스쿨 오브 에코노믹스를 다녔다고 한다. 1940년생이다. 총리 시절에 유명한 일화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로 만화책을 읽는다고 해서 총리 시절에 만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정부가 주도했을 정도다. 당시 책을 읽지 않는 걸 밝히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 책을 읽지 않는 게 자랑은 아닐 텐데, 그런 것이 없었나 보다. 나도 만화를 좋아하고 좋은 만화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만화 대국 일본이라고 해도 일국의 총리가 만화책밖에 읽지 않는다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 스스로가 '교양'이 없다는 걸 선전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부끄러운 걸 모르나 보다.

 

나는 '교양'이라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다. 한국에서 어릴 때부터 '교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람들 행태가 그야말로 '교양'이 뭔지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양'이라는 말이 나오면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정말로 '교양'은 중요하다. 아무리 귀족의 핏줄을 이어받은 태생에 초일류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학력이라고 해도 옛날이야기다. 그런 태생에 고학력이기에 오만과 편견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교양'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교양'은 자신이 갈고닦는 것이라서 태생과 학력에 상관없이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갑질'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전은 경영자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치가이다. 지금은 경영자라도 시대에 맞는 가치관과 도덕관이 요구된다. 하물며 정치가는 말할 것도 없다. 경영자는 노동자에게 월급을 주는 입장이지만,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입장이다. 국민에게 '갑질'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1940년생, 80살 가까운 나이라도 현직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직위에 있는 이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관이 요구된다. '세습 정치가'에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그냥, 하는 말일뿐이다. 중세의 세습귀족 같은 처지이지만 지금은 중세가 아니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라는 상황 파악을 했으면 좋겠다. '교양'이 부족한 사람이 그런 지위에 있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다. 이제 와서 '교양'을 쌓으라고 한들 지금까지 안 하던 것을 하진 못 할 것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지금까지 아소 씨의 망언은 모두가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혀 악의가 없다는 것이 되겠다. 본인과 지지자에게는 망언이 아니다. '교양'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악의'가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성희롱'은 범죄이다. '교양' '악의'가 없다고 해도 '성희롱'이 범죄인 것은 변함이 없다.

 

정말로 문제는 아소 씨가 어떤 망언을 해서 국내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줘도 사임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소 씨는 아베 총리와 콤비로 세트이기 때문에 일심동체로 봐도 된다. 그야말로 아베 정권의 존립이 달린 문제이다. 어쩔 수가 없다. 아소 씨는 계속 망언을 하면서 아베 정권 유지에 기여하시길 바란다. 그래서 '교양'이 문제다.

 

 

사진은 비가 오는 중에 찍은 꽃이다. 비가 와서 꽃이 한층 새초롬해 보였다.

 

'일본사회 > 아베정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베 정권이 바뀐다고?  (0) 2020.05.16
벌거숭이 임금님들  (0) 2020.05.16
북한이 동경을 공격한다고?  (0) 2020.05.15
코미디 같은 현실  (0) 2020.05.15
4월이 간다  (0) 202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