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7 MBC의 변명
오늘 동경은 무더운 날씨로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0도였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서 사람들이 적응을 못 한다. 더위가 공격적이다. 날씨가 너무 들쑥날쑥해서 사람도 시설도 따라 가질 못하고 있다.
어제 첫 교시에 학생들이 더위에 빨간 얼굴로 앉아 있다. 교실 온도를 좀 내려야 할 것 같아 냉방을 켰지만 냉방이 안된다. 환기다. 환기로는 학생들이 먹은 더위를 식힐 수가 없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이 땀 흘리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교실이 위치나 학생 수에 따라 상황이 다른데 온도 조정도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한다. 교실의 상황을 아는 사람은 실제로 교실을 쓰는 사람들이다. 냉방을 켜라, 더워하는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내가 미안하고 괴롭다. 학생들을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극기훈련도 아니다.
첫교시를 끝내고 다음 주 준비를 끝내서 역에 갔다. 역에서 여학생이 쓰러져서 의식을 잃었다. 역무원들이 나와서 학생을 들것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나는 옆으로 보면서 반대쪽 홈으로 내려갔다. 여학생이 더위를 먹고 쓰러졌구나.
최고기온이 30도나 되는 줄 몰랐다. 그냥, 너무 더웠다. 다른 역을 지나는데 사람이 계단에서 토하고 있다. 더위를 먹은 모양이다. 에고, 오전부터 사람이 쓰러져 실려가고 토하는 걸 보다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 마음이 착잡하지만, 나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4교시를 하기 전에 시간이 있으니까, 머리를 자르러 갔다. 머리가 짧지만 더워서 더 짧게 하고 싶어서 갔더니 미장원도 사람이 많다. 시간내에 머리를 자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30분 기다려서 차례가 왔다. 머리를 자른 것이 아니라, 막 밀었다. 인생 최대로 짧게 밀었다. 기분이라도 산뜻하고 싶어서다.
저녁에 집 가까운 역에서 마트에 들렀다가 나오는 데 계단에서 여자분이 쓰러진다. 바로 앞이다. 큰일이다 싶어서 부축하려고 했더니 정신이 들어서 부끄러웠는지 다른 곳으로 갔다. 다행이다. 사람들이 더위를 먹어서 막 쓰러진다. 날씨가 공격적이라서 사람들이 당하질 못한다. 일상이 전쟁터도 아니고 쓰러진 사람들을 보면서 걷고 있다.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장면을 써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 것도 일베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해서 '어묵'이라고 한다는 것과 겹친다. 제작한 사람들 중에 '일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그렇지라도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장면인 것이다. 그 것도 한참 물이 올라가는 오락프로그램에..... 자체에서 조사한 결과가 신문기사로 떴다. 신문기사 제목과 내용을 보고 기가 막혔다.
예를 들면 한겨레에 "'전참시' 어묵 화면...세월호 조롱 의도는 없었으나 윤리의식 결여 고의성 없었다' '부주의와 우연' 등이다. 나는 '전참시'를 보는 사람이다. 조사결과를 밝히는 내용에 '전참시'에서 보였던 언어유희의 참신함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사고는 났지만 잘못한 사람이 없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다. 이런 표현도 전에 들었던 것 같다. 어디 공공부서에서 발표해도 이런 내용이면 욕먹을 것이다. 하물며 공정한 보도와 정확한 표현이 생명인 방송국이다. 더군다나 MBC다. 긴 파업을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견디지 않았나? '일베'라면 이해가 간다. '일베'가 아닌 MBC는 정신차리고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한다. 아니면 파업을 응원한 시민들을 배신하는 결과가 된다. '세월호' 영상을 오락프로그램에 쓰다니,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장난삼아 오락으로 그 많은 사람들 가슴을 후벼 판다는 것은 '폭행'이며 '학대'에 해당한다. 적어도 최저한의 '망자'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지 않나? 방송 '참사'다.
MBC의 변명을 보면서 익숙한 기시감이 있었다. 어쩌면 일본에서 하는 말과 똑같냐. 일본에서 아주 잘 듣는 말이 있다. 주로 정치가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망언'을 해놓고 문제가 되면 사람들이 '오해'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개돼지도 아니며, 멍청이도 아니다. 개돼지도 '오해'하지 않고 말을 잘만 알아듣는다. '성폭력'을 해놓고 '연애'라고 '가정폭력'을 '사랑'이라고 한다. '미투'를 남녀의 치정 싸움으로 여긴다. 만약에 '미투'가 남녀의 치정 싸움이면 지구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성희롱'을 해놓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악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성희롱' 당한 피해자가 '악의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이중으로 가해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호의'였다고 한다. 미치겠다. '호의'가 '성희롱'이라니, 그런 '호의' 따위 필요없다. 아예, '악의'가 낫다. '고의'가 아니고 '의도적'이 아니었다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라는 것이다. '악의'가 없었다는 변명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악의'를 갖고 했다면 고치기라도 하지만, '습관'은 고치기가 어렵다. '의도적'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 악랄하다는 걸 모르나?
'폭력'을 행하는 가해자가 하는 말을 MBC에서 했다. '망언'을 해놓고 사람들에게 '오해'라는 것과 같다. 조사 결과를 읽어보니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조롱' 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것인가? 사람들이 괜히 트집을 잡기라도 했듯이, 그렇다면 '일베'에 가까운 정신구조가 된다. 정신 차리기 바란다. MBC의 긴 파업을 성원했던 사람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MBC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MBC의 파업을 성원했던 사람들은 '세월호'를 가슴 아파하고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아닐까?
일본에서는 가해자가 더 날뛰어서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기도 어렵다. MBC가 일본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다. 이번 사태에서 MBC가 가해자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처럼 어영부영 넘어가면 안 된다.. 언론이라는 자체가 얼마나 큰 권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권력을 잘 써야지, 함부로 휘두르는 게 아닐 것이다.
내일도 30도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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