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1 온실 도서관
오늘 동경 날씨는 오전에 맑고 더웠다가 오후에는 흐려졌다.
이번 주에 동경도 장마전선에 들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아주 일찍 장마철에 접어든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는 아니지만, 장마철에 들었으니 각오가 필요하다. 다행히 주말에는 비가 안 온다니 방에 깔았던 카펫을 걷어내어 빨아서 말려야 한다.
이번 주는 바쁘게 지냈다. 수요일과 목요일 아침에 일을 나가서 일을 마치고 동료를 만나거나, 친구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틀 연속으로 밤 12시에 들어왔다. 금요일 수업까지 긴장해서 지냈다. 금요일 밤에는 늦게까지 쓸데없는 일을 하면서 지내다가 늦게 잤다.
오늘은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다. 나른했지만, 일과인 요가를 하고 어제저녁에 세제에 담가 뒀던 흰색옷을 세탁기로 돌렸다. 손빨래도 해서 널었다. 오전에 도서관 카드를 갱신하러 가야 해서 마음이 바쁘다. 세탁을 해서 널고 서둘러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갔다. 맑은 햇살이 아주 따갑게 피부를 자극한다. 햇살에 맞아서 몸이 퉁퉁 불어온다. 도서관에 도착을 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도서관 카드를 갱신하고, 오랜만에 여러가지 신문을 번갈아 가면서 읽고 항상 쓰는 4층에 올라갔다. 신간들이 꽃혀 있는 곳에 가서 읽을 만한 것을 체크해서 자리로 가져간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고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을 빌려온다.
피곤이 안풀려서 그런지 책을 읽는 데 집중이 안된다. 실내가 온도가 아주 높아서 온실 같다. 졸음이 밀려온다. 졸음기와 싸우면서 책을 읽으려고 바둥댔다. 몇 시간을 아등바등거리다 보니 책 내용도 전혀 머리에 안 들어오고 머리가 아파온다. 산소가 부족해서 숨이 막혀온다. 카운터에 가서 물어봤더니 도서관에 냉방이 안 들어온단다. 기가 막혀, 정말로 비닐하우스처럼 뜨거웠다. 내가 식물이 아니다. 마지막에 잡지를 읽으려고 네 권을 꺼냈는 데, 겨우 두 권을 훑어봤다. 두 권은 그냥 제자리로 돌려놨다. 도서관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할 생각이 없다.
책을 네 권 빌려서 밖으로 나오니 신선한 공기에 기온도 선선하다. 집으로 걸어오는 도중에 깡통을 한 개 수확을 하고, 헌책방에 들러서 잡지도 한 권 샀다. 집에 도착했더니 친구가 쇼핑을 해서 눈앞을 지나간다. 친구를 불렀다. 내가 부탁했던 생협 치약을 두 개, 내 우체통에 넣으려고 했는 데, 못 넣었다면서 건네준다. 친구랑 집 앞에 앉아서 빌려온 책을 보여주며 수다를 떨었다. 내가 친구에게 주려고 했던 티셔츠와 어제 부추 석 단 중 한 단을 건네줬다. 그리고 쇼핑을 해서 무거워진 친구 가방을 들고 친구네 집 앞까지 바래다줬다.
집에 오니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힘이 없다.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리고 공기도 축축하다. 부추로 부침개를 부쳤다. 밀가루가 거의 안들어간 부추전을 석 장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식초가 없어서 발사믹비네거를 소스처럼 찍어서 먹고 기운을 차렸다.
산책을 나갈 시간이 늦어진다. 산책을 나갈까 말까 망설였다. 좀 피곤하고 노곤해서 나가기가 싫었다. 도서관까지 걸어서 갔다오고 졸음과 싸우면서 몇 시간 책을 읽는 노동을 한지라, 더욱 피곤했다. 아무래도 산책을 다녀와야 피곤도 풀리고 기분도 바뀔 것 같아서 산책을 나섰다. 초반은 피곤해도 그냥 걸었다. 얕은 산이 있는 공원에서 심호흡을 하면서 몸속에 신선한 공기를 넣고 피곤함을 뱉어 냈다.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이 상쾌하게 바뀌고 피곤함도 풀렸다. 적당한 운동과 신선한 공기가 피곤함을 풀어준다.
그런데, 도서관을 온실로 바꾼 것은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다. 세상이 미쳤다고 도서관도 미쳐간다는 건가? 대학교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배려하는 건지 정말로 궁금하다. 어떻게 최저한의 서비스, 최소한의 배려하는 정신조차 없다. 제정신이 아니다.
'일본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해자가 이기는 세상 (0) | 2020.06.11 |
---|---|
장마철 2014 (0) | 2020.06.11 |
절전하는 도서관에서 (0) | 2020.06.11 |
뇌빈혈로 쓰러졌다 (0) | 2020.05.30 |
스트레스 우체국 (0) | 202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