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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칠석날에 치자꽃 향기

2011/07/07 칠석날에 치자꽃 향기

 

오늘은 칠월 칠석날이었다. 

나는 해마다 칠석날에는 견우와 직녀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칠석날용 청바지를 입는다일 년에 한 번씩 밖에 못 만난다는 연인들을 위해서 입는다몇 년전에색이 바랜 청바지 옆라인을 청색 반짝이 실로 수를 놓았다그 게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건너서 만날수있게 까마귀와 까치들이 모여서 만들어 준다는 ’ 오작교’인 셈이다까마귀와 까치들이 은하수에 다리를 못 놓아주는 일이 있어도 내 청바지에 청색 반짝이 실로 수놓은 오작교는 아름답게 반짝인다설사 일 년에 한 번하룻밤밖에 못 만난다 하더라도 만나고 싶은 연인들은 만날 수 있게 응원하고 있다

요즘동네에 치자꽃이 피기 시작했다.

가까운 공원 입구에 있는 아주 큰 치자꽃나무에 치자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동경시내는 벌써 한 달 전부터 피기 시작해서 끝났는데내가 사는 주위는 공원과 나무가 많아서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요즘에야 피기 시작했다

나는 치자꽃향기를 좋아해서 치자꽃이 피기 시작하면 밤에 공원에 치자꽃향기를 맡으러간다. 치자꽃향기를 맡고는 좋은 기분으로 집에 들어온다왠지 꽃향기는 밤에 더 짙어지는 것 같고 흰 치자꽃 색도 어둠 속에 하얗게 떠오른다그리고 어둠 속에서 요염하게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밤에 공원은 나무들도 각기 낮에 하던 일을 마치고 기지개를 피고 하품을 하며 각자 향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향기가 짙어진다그래서 저녁에 공원을 걷는 걸 좋아한다나무들도 하루에 본 일들을 서로 수다 떨면서 깔깔대고킥킥거리는 것처럼 움직인다.

지금 나는 치자꽃 향기가 아닌 모기향을 맡으면서 블로그를 쓰고 있다지금부터 책을 싸들고 밤중에 대학도서관까지 걸어가서 책을 반납하러 간다반납기간이 이미 지나서 도서관이 열려있는 시간에 반납하러 차마 갈 수가 없다물론가는 길과 오는 길에 치자꽃을 보고 냄새도 맡을 거다신난다.

내 방에 있는 치자꽃입니다향기를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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