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1 부산한 학기말
동경은 어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그래서 지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요즘은 학기말이라 여러모로 바쁘다. 다행히도 이번 주에 반 정도가 종강을 했고, 다음 주로 남은 강의가 끝난다. 그리고는 리포트를 받아서 채점을 하고 성적을 입력하는 작업들이 남아있다. 학기말이 되면 수업도 수업이지만, 다른 미팅도 있어서 더 바빠진다. 다른 동료들도 한층 바빠져서 행동들이 산만하고 부산해지면서 뛰어다닌다.
지난 금요일 밤에 동료 둘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한 동료가 강의가 끝나고 보니 입 주위에서 가루가 나왔다고 한다. 도대체 어쩌면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또 한 명은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와서 일주일 동안 수업을 파워포인트로 했다. 대화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써서 보이는 걸로 처리를 했다. 서로가 얼마나 과로를 하고 있는지 자랑한다. 내가 보기에는 각 자가 조금씩 이상해져 가는 것 같다. 학기말이 가까워오면 선생들도 지쳐서 방학을 기다린다. 그런데 나는 피곤했다가도 수업을 하면서 회복을 한다. 가끔 수업이 잘 안되거나, 아주 집중을 해야 할 때는 피곤하지만…기본적으로는 강의를 하면서 피로 해소를 한다. 동료가 당신은 우리와 다른 병일 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강의 중독’이나 ‘학생 중독’ 일지도 모른다. 방학이 되면 ‘연구 중독’이 되어 지내야지!
그런데 왠지 학기말이 되면 나는 과자를 산다. 나도 모르게 과자를 사게 된다. 이 건 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바빠지면 산책을 못하고 외식이 늘어서 살이 찌는 데다가 과자를 먹게 되면 더 살이 찐다. 이런 단순한 것도 판단할 이성을 잃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과자 귀신에 홀리는 것처럼 과자를 사고 만다. 아무래도 나는 과자귀신에 홀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학기말에는…
요즘 살이 좀 쪄서 어제도 옷을 입었더니 끼어서 겨우 지퍼를 잠갔다. 아무래도 윗옷이 좀 끼는 것 같아서 갈아입으려고 지퍼를 올리려고 했더니 지퍼가 안 올라간다. 옷 갈아입는 걸 포기하고 입고 있는 동안 옷이 폭발해서 터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학교에 갔다. 다행히도 옷이 튼튼해서 폭발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에 윗옷이 폭발했다면 수습이 안돼, 미친 여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오늘은 날씨가 선선해서 쇼핑을 하러 갔다. 방충제를 사서 옷장에 넣어야 하는 데, 그동안 너무 더워서 따로 쇼핑을 하러 가기가 싫었다. 오전에 가서 방충제와 야채를 좀 사다가 카레를 만들었다. 요즘 내가 사는 야채에 노란색 동그란 애호박과 오늘은 노란색으로 껍질까지 먹는 호박을 둘 사 왔다. 어쩐지 노란색이다. 어제저녁에는 작은 수박을 둘 사 왔다. 나는 수박을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다른 과일도 비싸지만, 수박도 비싸다. 그래도 수박은 통째로 사야 수박을 사는 맛이 나는지라 슈퍼에서 수박을 보면서 갈등을 한다. 내가 사고 싶은 수박은 작은 수박이 아니라 큰 수박이다. 작은 수박과 큰 수박은 맛이 다르다. 설사 큰 수박을 사더라도 들고 올라오는 게 또 큰 문제다. 이 더위에 큰 수박을 들고 집에 오다가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박을 사는 일은 드물다. 결국, 일 년에 큰 수박을 사는 일은 한두 번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냉장고를 살 때 큰 수박을 사서 넣을 꿈을 꾸면서 냉장고를 본다. 그리고 여름에는 언제 살지 모르는 큰 수박을 위해서 냉장고에 공간을 마련해 놓는다. 아니 냉장고는 거의 항상 텅텅 비었다. 냉장고에 먹는 걸 많이 넣어두는 걸 싫어한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짧은 산책을 나갔다. 사람들이 가족끼리 외출을 했다가 들어온다. 모양새를 보니 가까운 데서 오마츠리를 하는 모양이다. 오마츠리를 하는 음악소리가 들리는 데로 걸어갔더니 가까운 데에 있는 작은 동네 신사에서 오마츠리를 하는 모양으로 동네 사람이 유카타를 입고 오마츠리에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마츠리 라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조금 들떠있었다. 아직 오마츠리를 하기에는 시기가 좀 이르다. 더운 날씨가 아니어서 오마츠리 기분은 안 났지만, 그래도 외출을 하기에는 좋은 선선한 날씨였다.
부산한 학기말에 심심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지낸 토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