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8 그날, 바다 in 도쿄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8도로 아주 선선한 날씨였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0도인 선선한 날씨였다. 어젯밤에 황태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졸려서 그냥 자고 말았다. 고추장이 비행기에서 받는 작은 튜브에 든 것이다. 아마, 그 고추장에 MSG가 든 모양이다. 나는 평소 거의 MSG를 섭취할 일이 없어서 조금만 섭취해도 졸린다.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잤다. 아침에 꾼 꿈이 너무 선명했다.
영화 '그날, 바다'를 보러 가려고 인터넷으로 표를 사려고 했더니 마감이다. 오전에 야채를 사러 한 바퀴 산책해서 참외를 세 개나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가장 맛있는 집 참외다. 약간 상처가 있는 것은 하나 공짜로 얻어 왔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영화 당일 표를 살 수 있는지 전화를 했다. 당일표가 20장 밖에 없다고 일찍 오라고 한다. 몇 시까지 가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4시 반까지 오란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카노 제로 홀에 갔더니 5시 가까이 됐다. 김어준 씨가 온다고 해서 오는 걸 봤다. 영화 상영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분들과 기념 촬영하는 것도 찍었다. 홀 개장은 6시라, 물을 마시고 책을 읽다가 홀에 들어갔다. 김어준 씨를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화면이 너무 가까우면 눈이 피곤한 걸 생각해서 중앙 앞 쪽에 자리를 잡았다.
영화 내용에 관해서는 쓰지 않겠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다른 곳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에 기부한 사람들 이름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압권이었다. 한글이 끝나더니 영어가 나와서 약간 당황했지만, 무엇 보다도 압도적인 장면으로 영화의 연장선이면서 가장 큰 배경으로 느껴졌다. 나중에 김어준 씨가 영화에 기부를 한 사람이 있으면 손들라고 했을 때, 딱 한 사람 있었다. 다른 극장에 가면 30%가 기부한 사람이 온다고 했다. '그날, 바다'는 제작자 김어준 씨에 김지영 감독과 기부를 한 사람들의 콜라보다. 거기에는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게 한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성원에 힘입었다는 것도 있다.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기부가 모일 수 있다는 한국사회, 갖은 곤란이 있었지만 영화를 완성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영화가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서 아직도 답변이 나온 것은 아니다. 영화는 많은 한국사람들의 의문을 대변하고 있었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일어난 이상한 사건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한국 정부에서 지키려고 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밝힘으로 곤란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서 지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세월호 침몰이 단순한 사고라면 왜 그렇다는 걸 모든 면에서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세월호'는 '촛불혁명'의 시작이었다. '촛불혁명'으로 '세월호'를 만든 정부가 탄핵되었고 새 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세월호' 진상규명도 꼭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세월호'를 둘러싼 적폐가 규명되어야 하겠지. '세월호'로 상처를 입은 것은 유가족만이 아니다. '세월호' 아이들은 모두의 아이가 된 것이 아닐까?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세월호' 유가족이 된 것이 아닐까?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진상규명으로 국민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이다.
김어준 씨가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중압감이 적었다. 영화가 끝나고 토크 세션에서 낮에 아사쿠사에서 샤부샤부를 너무 많이 먹었다는 이유로 앉을 수가 없다고 줄곳 서서 말을 했다. 김어준 씨나 김지영 감독이 하는 말은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았는데 통역하는 사람이 너무 우등생처럼 통역해서 딱딱했다. 내가 통역을 했다면 '직역'으로 했을 것이다. 오늘 통역으로는 김어준 씨 분위기를 잘 살려주지 못했다. 일본인들에게는 그런 통역이 더 좋을 것으로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김지영 감독은 '세월호'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영화 '그날, 바다'를 보고 김어준 씨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동경에서 상쾌한 기분을 맛본 귀중한 시간이었다.
참고로 오늘 토크 세션에서 가장 큰 박수가 나왔던 장면은 아베 총리가 일본에 부족한 리더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다.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이 속내였던 모양이라 웃음이 나왔다. 참고로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분들도 와서 앞쪽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고 토크 세션에서는 쭉 수화 통역이 있었다. 오늘 영화 '그날, 바다'를 상영하고 김어준 씨를 초대한 분은 일본 '세사모'를 하신다고 한다. 70년대에 한국에 유학 갔다가 (억울하게) 잡혀서 갖은 고문을 받은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했다. 오늘도 양쪽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소개하는 스피치를 하고 퇴장하려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너무 용감하고 씩씩하신 분들을 보면 내가 너무 안이하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다음에는 나카노 제로 홀에서 10월 13일에 위안부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상영된다고 한다. 내 일정에도 적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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