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9 도보권 생활이 주는 휴식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9도로 지내기 수월한 날씨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까지 선선한 날씨가 지속되었다가 그다음은 다시 30도 이상으로 더운 날씨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단지 3-4일이라도 선선한 날씨가 선물처럼 고맙게 느껴진다. 날씨가 선선하다는 것만으로도 살아날 것 같이 느낌이 달라진다. 다시 더운 날씨로 돌아가도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일은 없겠지?
여름방학이 되어 매일같이 가던 도서관이 금요일로 공사한다고 문을 닫았다. 다음 주와 그다음 주 목요일까지 폐관이라고 한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말 행사인 청소를 했다. 청소를 마치고 이른 저녁에 야채를 살 겸 산책을 다녀왔다. 참외가 있을까 싶었는데 참외는 없었다. 꽈리고추를 세 봉지 샀다.
방학이 되어 주로 도보권에서 생활을 한다. 야스쿠니에 갔던 것이 거의 3주일 만에 전철을 타고 어제 시내에 간 것이 전철을 탄 것이 전부다. 방학이 되면 일을 나가지 않으니 전철을 탈 일이 없다. 전철을 타지 않는 단순한 도보권 생활이 휴식을 준다. 도보권 생활의 내용은 매일 도서관에 다니면서 야채를 사거나 산책하는 정도이다. 도서관에서 매일 집중해서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부족한 공부를 하며 축척하는 시간이다. 강의에 쫓기지 않는 기간에 연구를 한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강의 중심 생활로 돌아간다. 학기가 시작되면 강의에 쫓겨서 일주일에 하루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만 축척하기는 어렵고 논문을 쓰기도 어렵다. 학기가 시작되면 마라톤을 시작하는 기분이 된다. 완주가 중요한 마라톤인 기분이 든다. 물론, 중간에 연휴가 끼는 경우가 있어 잠시 쉬면서 한숨 돌릴 수 있지만 학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은 놓을 수가 없다. 학기가 끝나면 금방 스트레스받는 채점이 기다린다. 채점을 마치고 성적 입력을 끝내야 학기가 끝나는 것이다. 학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학생들과 친해지기도 하면서 예상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에 스스로 많은 생각에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이 되면 학기말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잊고 이번 강의에는 어떤 학생들이 올까,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 전철을 타며 많은 것에 부대껴서 보이지 않게 쌓인 스트레스로 도보권 생활이 좋은 휴식이 되는 것이다. 전철을 타고 마트에 가면 싫어도 지금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눈에 들어온다. 좋은 일은 적고 보고 싶지 않은 일까지 보고 겪게 되는 것이 싫다. 하지만 전철을 타지 않으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 신문을 읽어도 뉴스를 알지 세상이 어떻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도보권 생활이 길면 전철을 타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생활에 차이가 난다. 지금은 방학이다. 실컷 휴식을 취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다음 학기에 대비한다.
요즘 먹는 것은 거의 주변에서 사 오는 야채다. 이상하게 농가에서나, 농가 한 곳 할아버지가 몸이 아프시다고 긴 방학에 들어가셨다. 무인판매에서 사 오는 야채나 과일은 냉장고에 넣어도 빨리 썩거나 시든다.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그래서 살 수 있는 걸 사서 먹는다. 이번 여름에 자주 먹은 것은 꽈리고추에 멸치를 넣고 볶은 것이다. 지난 주도 만들었는데 오늘도 청소를 하고 난 다음이라, 생선냄새가 나는 걸 하기 싫었지만, 오늘 꽈리고추를 세 봉지 사 와서 볶았다. 냉장고에 마른 새우가 있어서 같이 넣고 볶았다. 신선한 꽈리고추는 꼭지도 말랑말랑해서 따기가 좋다. 어릴 때 먹었던 반찬도 아닌데 어쩌다 집에 재료가 있어서 자주 먹게 된다.
또 하나 이번 여름에 자주 먹은 것은 메밀국수다. 메밀가루가 많이 들고 염분이 없는 메밀국수를 사서 삶아서 육수도 마시는 걸 즐겨서 먹었다. 메밀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씻어서 먹는 단순한 것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불을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소화가 잘되고 속이 편했다. 특히 국수를 삶은 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메밀국수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매일 소면을 먹으려면 물리니까, 메밀가루 함량이 많은 메밀국수를 샀더니 염분이 적어 삶은 국물도 맛있다는 말에 끌려서 해본 것이다.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는 메밀 육수가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오이와 참외도 많이 먹었다. 오이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농가에서 사니까, 굵은 것도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서 맛있다. 마트에서 사는 딱딱한 오이와는 전혀 다르다. 오이를 썰어서 메밀국수 밑에 깔아서 같이 먹는다. 쌈장에 오이를 찍어 먹는 것도 좋다. 여름에 오이는 매일 먹은 것 같다. 아마, 마트에서 파는 것이라면 물려서 매일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참외를 먹으면 다른 과일이 불쌍해질 정도로 눈이 가질 않는다. 다양한 과일이 있는 것이 기분이 좋으니까, 마트에 들렀을 때 다른 과일을 산다. 멕시코에서 왔다는 망고, 뉴질랜드에서 온 골든 키위, 미국에서 왔다는 그레이프 후르츠도 예쁜 색감과 싱싱함을 갖춘 참외를 이기지 못한다. 더운 여름이라서 그렇다.
요새 내가 기다리는 것은 수박인데, 올해 수박농사는 전멸인지 수박이 무인판매에 나올 낌새가 없다. 그렇다면 큰 수박을 사러 마트에 가야 하나? 큰 수박을 한 번쯤은 먹어야 여름이 지나간다. 주변에서 재배한 수박은 아주 달지 않아도 신선하고 수분이 많아 기분이 좋다. 그날 그날 밭에서 딴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도보권 생활이며 휴식인 것이다. 그런 여름방학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에 이번 여름 마지막 연꽃이 될 것 같아 바람 부는 가운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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