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동경생활 2012/04/28 19:08 huiya
오늘은 오랫만에 맑은 산뜻하고 아주 쾌적한 날씨이다.
햇볓과 바람이 참 좋다. 집안에서 지내기가 아깝다. 나중에 산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기온이 올라가지 않은 채 며칠 동안 장마철 처럼 비가 와서 추우면서 덥기도 한 이상한 날씨였다. 집안도 축축해서 불쾌하고…토요일인데도 맑은 햇볓이 아까워서 아침부터 빨래를 준비하고 빨래해도 될 시간을 기다린다. 너무 아침 일찍하면 아랫층 사람들에게 미안하니까. 이불도 베게도 밖에다 널고 세탁기에 넣을 빨래와 손빨래를 나눈다. 창문들을 다 열어서 환기를 시킨다.우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한다.
창가에서 보이는 나무, 벚꽃이 지고 아직 잎이 덜 나왔다.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으로 자주 듣는 라디오를 켠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한다. 우선 어젯밤 목욕을 했던 욕조에 남은 미지근한 물을 세탁기에 넣은 다음에 손빨래도 남은 물로 빨고 욕조와 목욕탕 타일을 수세미로 밀어서 청소를 했다. 손빨래를 널어 놓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청소기를 꺼내서 청소를 시작한다. 자주쓰는 방은 두 번쯤 청소기를 돌린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널었더니 베란다에 가득 찬다. 다음은 물걸레로 닦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물걸레청소를 하는 거라 꼼꼼히 닦아냈다. 현관도 두 번 닦았다. 먼지는 아무래도 청소기 만으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물걸레로 닦아야 한다. 화장실도 청소를 했다. 베란다도 먼지를 쓸어내고 물로 깨끗이 씻었다. 목욕탕에서 키우던 이끼도 봄바람을 맞으라고 베란다에 내놨다. 가스렌지도, 가스렌지 주변에 깔았던 종이도 교체를 했다. 오늘 청소는 본격적인 청소가 아니라 중간레벨이다. 그래도 청소를 하다보면 청소가 끝이 안난다. 방세개짜리 작은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끝이 없다. 대충 몇시간 하다가 싫증이 나거나 피곤하면 그만 두게 된다. 몇시간이나 해도 책상도 어질러진 채다. 걸레로 먼지만 닦아냈다.
재빨리 간단히 청소를 해야 할 때는 저녁시간에, 안경을 벗고 청소기를 돌린다. 더러운게 자기눈에 안보이면 되는 것 같다.
아직 겨울옷을 집어넣고 여름옷으로 바꿀 시기가 아니라 옷을 정리하지 못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가방도 정리를 못했다. 아마 다음주 쯤에 겨울옷를 정리해서 집어넣고 여름옷을 내놓고 가방도 정리하고 방도 여름용으로 배치를 약간 바꿀거다. 겨울에 깔았던 카펫트도 걷어내서 빨아야 하고 이불도 겨울이불은 카바를 벗겨서 말려 집어 넣어야한다. 커텐도 빤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시즌이 정해져있다. 조금있으면 기온도 올라가고 비도 많이 오니까 집안을 쾌적하게 유지하려면 좀 노력을 해야한다.
창가에서 보이는 나무, 벚꽃이 지고 아직 잎이 덜 나왔다. 앉아있으면 건물이 안보인다.
오늘은 같은 단지에 사는 일본아줌마가 놀러 온다기에 아줌마랑 같이 먹으려고 밤쿠헨이라는 케익을 어제 사왔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항상 가는 가게에서 타올을 두장 사고 친구에게 어울릴 것 같은 우산도 싸길레 샀다. 슈퍼에 들렀더니 비가 와서 가격이 내렸다. 필요한 것들을 샀더니 좀 무겁다. 그래도 비가 그쳐서 우산을 안들어도 되니 다행이다. 쇼핑한 것을 낑낑 거리며 들고 왔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상추와 미나리...
아줌마가 놀러왔다. 작년 년말 때 쯤이였나, 새해 들어서였나 내 머리를 잘라줄 때 아줌마가 좀 이상했다. 나는 아줌마가 갑자기 변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오늘와서 말을 들었더니 아주 힘든 시간을 지냈다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단다. 나는 그 때 아줌마가 갑자기 너무 이상해져서 놀랐다고,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게 그런건가 싶었는데 그 게 아니였구나. 아줌마가 하는 말이 자기 주위 사람들은 한사람도 자기가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간 걸 몰랐다고 한다. 자주 만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상태를 눈여겨 보고 알아주었다면서 고맙다고 한다. 주위사람들이 건성 건성으로 사귀여서 그런가 보다. 두 시간 쯤 홍차와 케익과 과일을 먹고 마시면서 수다를 떤 다음, 둘이서 산책을 나갔다.
밖은 집안에서 느끼는 것 보다 훨씬 더 따뜻했다. 가까운 낮으막한 동산에 갔다가 가까운 작은 산에도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아줌마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선 김에 공원에 가서 공원을 두바퀴 돌았다. 땀이 나고 트림도 났다. 아직도 기침이 나지만, 어깨도 많이 가벼워졌다. 아무래도 집에서 웅크리고 앉아있어서 몸이 많이 굳어 있어나보다.
바깥은 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신록이 눈부신 완연한 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