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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벚꽃은 피고 지고

벚꽃은 피고 지고

동경생활 2012/04/22 20:49 huiya



오늘도 동경은 추운 날씨입니다.
저녁시간에 접어들면서 소리없이 비가 오기 시작했네요.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봄비입니다. 저는 어제도 오늘도 집밖에도 안나가고 얌전히 집에서 쉬면서 수업준비를 했답니다. 그동안 체력이 없어서 학교에 갔다오면 뭔가를 먹고 목욕하고 일찍자는 착한 어린이 같은 생활을 했는데, 어제는 오랫만에 밤 한시까지 책을 읽고 늦게 잤지요. 매일 아침에 하던 요가도 다시 시작했는 데, 힘에 겨워서 제대로 못하고 낑낑대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에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릴것 같습니다.


지난주 일요일에 날씨가 따뜻하고 몸도 바깥을 걸을 만 해서, 학교 도서관에 책도 반납을 할 겸, 산책을 다녀왔지요. 몸 상태는 아직 산책을 할 정도가 아니였나 봅니다. 걷다가 공원에서 몇번 토했거든요. 먹은 것도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오랫만에 바깥공기도 맛보고 벚꽃 꽃잎이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벚꽃은 꽃잎이 질 때가 좋은 것 같아요. 눈 처럼, 꽃눈보라 처럼 펑펑 흐날리며 지기고 하고요. 벚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가 한꺼번에 펑펑 흐날리며 지는 건 정말 장관입니다. 바람이 적을 때는 한장씩 나풀나풀 날기도 한답니다. 나풀나풀 날아가는 꽃잎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보면 자신도 꽃잎 처럼 흐느적 거리며 날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떨어져서 얼마되지 않은 꽃잎이 예쁘지요. 그래서 땅에 떨어진 벚꽃잎을 찍었습니다. 

일본에서 이라는 단어는 벚꽃을 가르킵니다. 그 전에는 ‘매화가 '’이였는데 차츰 벚꽃이 의 대표가 되어갑니다. 또한 국화 을 상징하는 꽃이였다고도 합니다. 매화나  국화가 을 상징했다는 것은 중국의 영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천황의 상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벚꽃은 꽃이 일제히 피고 질 때도 한꺼번에 미련없이 지는 것을 무사도와 관련시켜 벚꽃을 특별한 꽃으로 각종 이론무장합니다. 슬픈 것은 무사도에서 군국주의를 미화하는데 큰 역활을 합니다. 특히 소메이요시노라는 종류는 명치 이후 전승기념으로 많이 심어져,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과 조선에도 많이 심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학교나 신사, 관공서등에 심어서 어릴 때 부터 정서적인 면에 영향을 끼치도록 합니다.군가에도 벚꽃이 들어가고, 군복과 같은 남학생복에도 벚꽃문양이 새겨집니다. 벚꽃의 특징을 군국주의를 위해 철저히 이데올로기화한 겁니다. 슬픈 일이지요.


또 한편으로 일본사람들은 벚꽃을 단순히 아름답다고 보지 않습니다. 벚꽃을 요기가 서려있는 꽃이라고도 봅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죽어서 벚꽃나무 밑에 묻어서 그 벚꽃이 특히 아름답다는 얘기는 흔히 일컬어집니다. 즉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요기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일본 겨울은 한국 겨울 보다 기온이 높지만, 온돌이나 난방이 발달하지 않아서 집이 추운 관계로 실은 더 추운 겨울을 지냅니다. 겨울 동안 웅크리고 지냈던 사람들이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기운을 되찾아 갑니다. 제가 동경 시다마치에 살 때 본 적이 있습니다. 벚꽃이 핀 아래를 멀쩡한 사람들이 이유없이 실실 웃으면서 걷습니다. 마치 벚꽃에 홀린 것 처럼 걸어다닙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일종의 광기였습니다. 어쩌면 계절은 사람들이 억압되어 있던 감정을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가게 하나 봅니다.

요 계절이 되면 전철 맨 앞에 타려는 남자들이 많아집니다. 그 남자들은 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습니다. 단지 전철 맨 앞에 타는 것에 집착을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새순이 나오고 비가 오는 계절에 전통적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그 특징이 짙어진다고, 즉 자살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여겼습니다. 대학에서는 오월병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시사철 자살을 하고, ‘오월병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유행 중입니다. 

벚꽃은 한 때 피고 지는 데, 사람들은 철을 가리지 않고 피고 지어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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