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내일부터는 이틀 연속 비가 오고 기온도 내려간다는 일기예보다. 지금 겹벚꽃이 예쁜 시기라서 친한 이웃에게 오후에 겹벚꽃을 보러 가자고 전화했다. 어제 언니가 택배를 보냈다고 해서 택배가 오는 걸 기다려야 한다. 택배를 받고 내용물을 확인해서 정리하거나 손질할 것은 해놓고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오전에 할 일을 많이 해두는 것이 좋아서 오늘은 다른 빨래를 하면서 겨울에 입었던 다운 점퍼와 베스트, 코트를 손빨래해서 널었다. 지난주까지도 다운 점퍼를 입고 지냈는데 이번 주에 들어서 날씨가 급격하게 따뜻해져서 다운을 보면 빨리 빨아서 정리해야 할 골칫덩어리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지난겨울에도 전기세 등이 올랐는데 엔저로 인해 수입품도 가격이 30-40%나 많이 올라갔다고 한다. 여기까지 쓰고 항상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메모를 클릭했더니 관계기사가 뜨지 않는다. 내가 스크랩을 잘못했나? 유가인상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모든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 밀가루 가격이 올랐다고 4월 1일부터 관계 상품 가격이 인상된다는 기사가 올라왔고 마트에서도 그런 고지가 있었다. 물가인상 대처 방법으로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 많이 사서 쌓아두는데 일본에서는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런 걸 모르지 않기에 3월에 면 종류를 많이 사둘까 했지만 이사를 가야 하는 입장이라서 그만 두기로 했다. 그래도 4월 1일부터 가격 인상으로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항상 가는 마트에 가서 봤다. 그날은 날씨가 나빠서 그런지 평소보다 마트에 사람이 적어서 한산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한 눈에 보이는 변화는 느끼기 힘들었다. 다음날 다른 마트에도 갔지만 벚꽃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사려고 붐비고 있어서 가격 인상으로 인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시간이 지나서 가격 인상의 영향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점심시간 전에 언니가 보낸 음식이 든 택배가 도착해서 점심은 푸짐하게 잔칫상을 차려서 먹었다. 언니가 택배를 보낸 날은 특별히 아주 잘 먹는 날이다. 요새는 평소에도 매일 아주 잘 먹으면서 지낸다. 요즘 제철인 오징어 한 마리는 바로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었다. 한 마리는 저녁에 야채를 많이 넣어서 회무침을 만들었다. 언니가 보낸 음식 중에는 죽순과 튀긴 두부를 같이 조린 죽순 조림도 있고 삶은 죽순도 있었다. 죽순은 빨리 상하니까,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 점심과 저녁에 맛있게 먹었다. 요새 새순이 나고 있는 산초를 따다가 모든 요리에 넣고 있다. 산초를 넣으면 모든 요리가 고급으로 변하는 마술을 보이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친한 이웃과 겹벚꽃을 보러 멀리 나갔다. 도보로 편도 1시간 걷는 거리로 강가여서 걷기가 좋은 길이다. 겹벚꽃만 쭉 심은 곳은 별로 없는데 거기는 겹벚꽃만 있는 곳이었다. 친한 이웃이 어제 봤을 때는 덜 폈는데 오늘 날씨가 따뜻해서 더 많이 폈다고 하지만 아직 만개는 아니다. 내일부터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오지만 주말쯤에 다시 보러 가도 좋을 것 같다. 벚꽃을 보는 것도 맑은 날씨가 가장 좋다.
어제 친하게 지냈던 학생 어머니가 지난 금요일에 쓰러져서 일요일 아침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은 졸업해서 직장에 다니지만 학생네 집에 놀러 간 적이 있고 가족이 동경에 왔을 때 식사를 같이 한적도 있어서 가족을 다 알고 있다. 학생 어머니는 나보다 젊고 어디 아프다는 말도 없었는데 너무나 갑작스럽다. 내가 갔을 때 본 학생 부모님은 정말로 사이가 좋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할머니는 건강한데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다니 학생에게도 충격이 아주 클 것 같다.
오늘 산책하면서 친한 이웃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자기 남편도 60세 전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전에는 남편에 관한 말을 하려면 울컥해서 감정을 추체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담담하게 말한다. 남편과 사별한 지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슬픔을 주체할 수가 없고 상실감이 컸다. 남편과 아주 사이가 좋았다고 남편은 주말이 되면 집안일을 솔선해서 해주고 아이들 케어도 잘해줬다고 한다. 국내외로 여행도 자주 다녔다고 한다. 남편이 돌아간 충격으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서 체중이 10킬로나 빠졌다고 한다. 친한 이웃은 아주 마른 체형으로 지금도 40킬로대다. 그전에는 그래도 살이 좀 있었는데 남편이 돌아간 후에 체중이 감소해서 여전히 아주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이 돌아간 후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어서 아파트에서 나와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친한 이웃은 정원을 가꾸는 걸 아주 좋아해서 마당이 있는 집에 살기를 원했다. 친한 이웃은 남편이 돌아간 후에도 혼자서 한 달에 한 번은 국내여행을 하고 3개월에 한 번 해외여행을 했다고 한다.
손자가 강아지를 좋아해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후에는 여행을 자주 가지 못했지만 3개월에 한 번 강아지를 호텔에 맡기고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데도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강아지 영재교육까지 시킬 정도였다. 주위 강아지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인싸 강아지였다. 강아지가 나이를 먹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좋아하는 해외여행도 가지 않고 강아지를 케어했다. 강아지가 죽기 전 6개월 정도는 밤에도 잠을 못 자고 몇 번이나 깨서 강아지를 다시 재워야 했다. 그렇게 영리하고 똑똑하던 강아지도 노화가 진행되어 노망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강아지도 인간과 같다면서 강아지를 키우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니까, 남의 강아지를 보는 걸로 만족하라고 했다. 그 강아지가 다른 세계로 떠난 것도 2년이 되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를 지내면서 친한 이웃이 앞으로 해외여행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아직 국내여행도 불안해서 갈 수가 없다. 요전에 2년 만에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했다. 나는 아주 잘했다고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친한 이웃과 나는 매우 친한 사이여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섭섭하고 외로워할 것 같다. 나도 여기서 마음으로 의지하는 부분이 있는데 전화하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친한 이웃이 없으면 외로울 것 같다. 그래서 둘이 추억 만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변을 산책하면서 예쁜 풍경을 많이 봐 두려고 한다. 그래도 이제는 라인으로 연결되어 통화료를 신경 쓰지 않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겹벚꽃을 보면 친한 이웃이 생각날 것 같다.
사진은 2년 전에 찍은 겹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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