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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패션 트렌드는 가성비다

오늘 동경은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가 되면서 흐려졌다. 저녁에는 비가 올지 모른다. 기온은 20도까지 올라가지 않아서 해가 비출 때는 따뜻하고 흐리면 바람이 불어서 추운 날씨였다. 아침에 빨래를 하고 이불과 베개도 널어서 날씨가 흐려지기 전에 빨래를 말리고 이불도 걷어서 들여놓고 싶었다. 비가 오고 추워서 이틀 동안 산책을 나가지 못해서 오늘은 꼭 가고 싶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갈지 점심을 먹기 전에 산책을 다녀와서 먹을지 망설였다. 빨래와 이불을 들여놓고 나가려면 점심을 먹고 나가는 편이 좋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친한 이웃에게 전화했더니 일을 보느라고 외출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혼자 겹벚꽃을 보러 갔다. 내일은 비가 온다니까, 목요일에 항암치료를 가면 토요일까지 링거를 맞으니까, 겹벚꽃을 다시 보러 간다면 일요일이 가장 빠르다. 일요일까지 겹벚꽃이 예쁘게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서 오늘 보러 가기로 했다. 

 

겹벚꽃을 보러 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다시 볼 수 없을지 몰라서 만끽하고 왔다. 겹벚꽃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새 보러 가는 건 꽃이 몽글몽글하게 공처럼 둥글게 나온다. 다른 벚꽃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함이 있다. 겹벚꽃 나무 아래서 올려다보고 있으면 겹벚꽃 속에 내가 있는 착각이 생긴다. 겹벚꽃이 폭포처럼 나에게 쏟아지는 느낌도 받는다. 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언제까지나 꽃이 내 주위를 맴도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질 것 같다. 겹벚꽃이 핀 길을 한 번 왕복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겹벚꽃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친한 이웃을 일을 마치고 집에 왔다고 한다. 겹벚꽃을 보고 돌아간다고 집 가까이에 가면 전화하기로 했다. 

 

친한 이웃네 정원에 가서 핀 꽃을 보고 수다를 떨었다. 나에게 머위를 가져가라고 했지만 집에 야채가 있다고 먼저 먹어야 한다고 했다. 냉장고에는 언니가 보낸 방풍나물과 명일엽이 있고 양배추와 달래도 있다. 머위가 필요하면 가까운 곳에서 많이 딸 수 있다. 친한 이웃은 꽃이나 식물을 좋아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과 접촉도 줄고 수다를 떨 일도 줄어서 점점 건망증이 심해져 꽃 이름이나 다른 물건 이름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한다. 말을 할 일이 적으니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아마, 친한 이웃만이 아니라, 실은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간관계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해야 하는 시간을 2년 이상 보냈으니 많은 사람들이 고립된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친한 이웃을 정원에 핀 꽃을 가져가서 꽂으라고 준다. 오늘도 금방 피기 시작한 은방울꽃을 여섯 송이 잘라서 줬다. 나는 지금까지 은방울꽃 향기를 의식한 적이 없었는데 방에 꽂았더니 좋은 향기가 나서 신선한 발견을 한다. 봄 향기에 은방울꽃 향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글을 쓰다가 생각난 김에 봄 향기 나는 향수를 조금 뿌렸다. 향수를 뿌리면서 봤더니 상자에 봄 향기라고 쓰여있다. 나는 봄 향기라고 생각했지만 봄 향기라고 써진 줄 몰랐다. 봄 향기를 의식해서 산 것도 아니고 향을 맡고 봄 향기가 난다고 느꼈을 뿐인데, 봄 향기 향수였다니 영어가 아닌 불어라서 잘 몰랐다. 이렇게 너무나 당연한 걸 나중에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향수를 뿌리면 기분이 좀 좋아지니까, 집에서 지내도 향수를 가끔 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쁜 옷도 많으니까, 주변을 산책할 때도 가끔 입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올봄에는 예쁜 분홍색 블라우스를 입고 싶은 기분이 든다. 기분이 꿀꿀할 때는 화사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오늘 딴지 게시판에서 이걸 봤다(https://www.ddanzi.com/free/732956258). 한동훈에게 모델 포스, 비주얼 깡패라고 빨고 있다. 보기만 해도 불쾌한 존재가 비주얼 깡패라고? 모델협회에서 무서워서 항의를 못하겠지? 박근혜 시절에 패션에 대해 너무나 빨아대는 기사를 보고 사실인가 싶어서 지인에게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박근혜 패션이 대단한 겁니까? 내가 보기에는 제복처럼 같은 패턴의 옷을 다른 색으로 입는데, 만약 그렇다면 한국 아줌마들이 박근혜 패션을 많이 입을 텐데, 그런 걸 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칭찬할 건더기가 없어서 아부하는 거라는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한 적이 있다. 한동훈도 칭찬할 건더기가 없는 모양이다. 모델 포스? 패션 센스도 전혀 아닌 것 같다. 기본이 안된 인물이 안경테를 바꾸거나 옷을 채려 입었다고 근본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는 인물에 대해 얼굴이나 패션센스를 논하는 자체가 웃기는 코미디다. 

 

 

일본에서도 패션 트렌드가 뚜렷하지 않다는 기사가 올라왔다(https://news.yahoo.co.jp/articles/dc01922e1fe7fe982e414885d27c4b59d6a6556c). 거기에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일본의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 같아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반년마다 변하는 유행을 쫓아갈 정도의 경제력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요.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가령 코로나라도 기분 좋게 '유행'에 몸을 맡기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을 걸로 봅니다. 지금 일본 경제 상황에서 없는 돈을 쓸 수는 없어서 패션에 돈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본심은 유행을 쫓고 싶은 사람을 포함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오래 입는다는 사람이 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상황을 매스컴에서는 '개성'이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옷을 입기에 요새 이런 게 유행이구나 한다. 일본에서 패션 트렌드라고 할까, 학생이나 주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브랜드를 보면 이전에는 유니클로가 많았다. 근래는 유니클로에 대해서 '비싸다'라고 한다. 유니클로를 비싸게 느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불매운동 타깃이 된 유니클로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떨어졌다. 나도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유니클로에 가지 않는다. 유니클로보다 가격대가 훨씬 싼 GU에서 옷을 사는 학생들이 많다. 주위에서 보면 '시마무라'에서 옷을 산다고 한다. 나는 이전에 GU를 간 적이 있지만 이런 가격에 옷을 파는구나 싶을 정도로 싼 가격이었다. 주로 젊은 계층을 타깃으로 한 것 같았다. 학생들이 연령층은 상관이 없다고 한다. GU는 유니클로의 세컨드 브랜드다. '시마무라'에는 간 적이 없다. 근래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가서 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유튜브 광고를 보면 이전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던 사람들이 '시마무라'로 옮겨간 느낌이 든다.  

 

또 하나는 '워크맨'이라는 브랜드가 잘 나가는 모양이다. 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작업복 스타일, 야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가격대도 저렴하고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로 옷을 편하게 입어도 되고 캠핑이 유행하면서 워크맨이 잘 맞아 실적이 는 것 같다. 같은 브랜드에 워크맨 걸이라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도 있고 워크맨 플러스라고 고기능, 고품질로 아웃도어를 겨냥한 브랜드도 새로 나왔다(https://www.workman.co.jp/workman-plus). 워크맨 플러스에서 유명 브랜드의 반 가격, 3분 1 가격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기능, 고품질이지만 가격대가 낮다는 걸 어필하고 있다. 즉,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 되겠다. 

 

일본에서 패션 트렌드는 '개성'이나 '다양성'을 추구한다기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다. 

 

 

'트렌드'라는 의미로 다른 기사를 소개한다. 근래 일본에는 매독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https://news.yahoo.co.jp/articles/8bced0f63413595ee5355b7ce5a3ac83d97df774). 올해 4월 10일까지 환자가 2,592명으로 과거 최다를 기록한 작년 동기간보다 1.6배나 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매독 환자가 2011년 이후 증가해서 13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작년은 7,875명이었다고 한다. "10년 이상 매독이 유행하는 배경에는 해외 관광객의 증가와 SNS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모른다. 매독 환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감염률은 30% 정도로 높고, 감염을 모른 채 검사하지 않고 치료를 하지 않아서 감염 확대가 늘고 있다"라고 한다. 만약에 해외 관광객이 문제였다면 코로나로 2년 이상 해외 관광객 입국 금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매독 환자가 과거 최다로 발생했다. 해외 관광객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게 밝혀진 게 아닌가? 일본에서 나쁜 일에는 다 외국인을 핑곗거리로 삼으면 되는 줄 아나? 해외 관광객보다 일본 국내 성매매가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 왜 그런 발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HIV가 문제가 되었을 때도 성매매에 종사하는 외국인 여성을 문제시했다. 외국인 여성이 무지하다는 차별적인 사고를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외국인 여성은 HIV 감염을 피하려고 콘돔을 사용해서 실제로는 HIV 감염 확대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 HIV에 감염할 확률이 높은 여성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보다 오히려 다양한 경로의 성매매가 문제가 아닐까? 

 

작년 매독 환자를 성별, 연령별로 보면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여성의 감염 증가로 인해 우려되는 것은 태반을 통해서 아기에게 감염하는 '선천 매독'으로 사산이 되기도 한다. 작년 신생아 매독 감염이 확인된 것은 21명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기사를 보면 '차등 최저 임금제의 사회적 영향-3'에 소개했던 성매매를 하게 되는 싱글맘을 떠올리게 된다(https://huiya-kohui.tistory.com/2928). 어쩌다 만난 손님에게 당당하게 콘돔을 사용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매독 같은 것은 '유행'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은 2년 전에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