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기온이 내려가서 일기예보에 나오는 최고기온이 20도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12도가 최고기온으로 춥고 비가 오는 날씨다. 어제보다 최고기온이 15도나 낮다. 내일을 오늘보다 더 기온이 낮다고 한다. 집은 그동안 날씨가 따뜻해서 온기가 남아있어 바깥보다 집안이 따뜻한 상태다. 그래도 바깥 풍경을 보면 나무에서 새순이 나와 연두색으로 밝아져서 겨울처럼 어둡지 않다. 멀리 오가사와라에는 태풍 1호가 온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죽순 조림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에는 죽순을 빨리 먹어야 해서 마른 도미를 넣고 찜을 만들었다. 죽순을 가장 아래 깔고 그 위에 두부, 어묵에 마지막에는 대파를 많이 넣었다. 중간에 맛을 보니 설탕도 넣지 않았는데 자꾸 단맛이 올라와서 건고추를 세 개 잘라서 넣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 국물을 먹고 싶어서 만들었더니 괜찮았다. 어릴 때 생선을 말렸다가 조려서 먹었던 것과 비슷한 맛이 났다. 무를 넣으라고 했는데 남은 무가 조금밖에 없어서 다른 걸 할 때 쓰려고 아끼느라고 무를 넣지 못했다. 무를 넣었다면 훨씬 시원하고 맛있었을 것 같다. 냉장고에 조금 남은 무는 겨울무로 아주 달지만 지금 마트에 나오는 무는 봄무라서 달지 않고 맛도 다르다. 도미찜을 먹었더니 아무리 흰살생선에 냄새도 안나는 편이지만 입이 텁텁해서 향기가 좋은 얼그레이 홍차에 꿀을 타서 마시는 중이다.
어제와 오늘 죽순을 집중적으로 먹었더니, 역시 제철에 먹는 죽순은 맛있다. 죽순을 많이 먹으려면 죽순이 많이 나는 공원에 캐러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죽순이 나는 공원에 들러서 죽순이 얼마나 났는지 확인했다. 사람들이 죽순을 캔 흔적이 요전보다 훨씬 많고 오후인데도 저쪽에서는 가족이 죽순을 캐고 있었다. 어제 발견한 죽순이 10개가 넘는다. 죽순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보물찾기 하듯 죽순을 발견하고는 그냥 세기만 했다. 언니가 죽순을 보냈다고 하니 친한 이웃이 죽순을 캘 필요가 없네 한다. 일본에서는 봄이 되면 죽순을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국에 가면 죽순을 그리 흔하게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좋아하는 죽순을 많이 먹어 두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절약하는 생활이 일상적인걸 넘어서 너무나 당연한 전통적 생활문화이다. 나도 절약하는 편으로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는 '바겐헌터'라고 불리기까지 했지만 일본에서 절약이 생활문화가 된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새발의 피로 보일 정도다. 친한 이웃은 나이가 80세 정도로 중류층이고 생활에 아주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산책을 겸해서 매일 주변에서 최저가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이건 단지 친한 이웃만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취미활동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 오래 신문을 받았는데 근래는 신문을 끊어서 불편한 건 마트의 전단지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새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니까, 검색해서 보라고 한다. 컴퓨터는 없지만 아이패드를 갖고 있어서 쓸 줄 안다. 어제도 겹벚꽃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돈키호테에 들러서 식료품을 몇 개 샀다. 나는 돈키호테에 거의 간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입구에서 휴대폰에 있는 QR코드를 찍어서 할인쿠폰을 보고 필요한 걸 뽑는다. 할인쿠폰이 나오는 것과 필요한 것만 사서 나온다. 어제는 요구르트와 초코파이 한 상자에 다른 걸 하나 샀는데 합계 330엔이었다. 나에게도 먹는 과자가 있으면 사준다고 했지만 과자를 사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돈키호테에 익숙하지 않아서 돈키호테를 보기만 해도 정신이 없다. 가능한 한 빨리 나오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친한 이웃은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오전에 돈키호테까지 걸어가서 필요한 걸 산다. 돈키호테까지 도보로 편도 1시간쯤 걸리는 거리라서 단순히 왕복 2시간을 걷는 셈이다. 돈키호테가 가장 싸다고 한다. 돈키호테보다 하나에 10엔 정도 비싼 곳은 업무용 슈퍼라는 할인마트이며 주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역 근처에 있는 마트는 하나당 돈키호테보다 50엔이나 비싸다고 한다. 업무용 슈퍼도 편도 4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곳이라서 나도 아주 가끔 면 종류를 한꺼번에 살 때나 온다. 전단지에 할인쿠폰이 나올 때도 있는데 지난번에 업무용 슈퍼에서 1,000엔 이상 사면 100엔 할인한다는 걸 거의 처음 쓴 것 같다. 3월에도 있었는데 쓰지 못했다. 혼자서 생활하기에 한꺼번에 많이 살 일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거기까지 열심히 절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곳은 오케이라는 마트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것도 있지만 평일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다. 학교에 갈 때는 역에서 가까운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게 있으면 조금씩 사기도 했다. 오케이는 기본적으로 할인마트에 오케이 카드를 갖고 있으면 식품류에 한해 소비세를 3% 할인해 줘서 소비세가 5%가 된다. 업무용 슈퍼에서는 야채나 과일을 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케이는 과일이나 야채가 괜찮은 편으로 가끔 싸게 살 수도 있다. 나처럼 항상 과일을 몇 종류나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좋다. 주변에서 가장 사람들이 싸다고 많이 가는 마트는 장사가 잘 되어서 확장을 거듭하더니 이전보다 가격이 올라갔다. 야채나 과일을 보면 비싼 편은 아니지만 품질이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니다. 항상 사람이 많다. 토요일에 쌀이 20% 할인을 하기에 쌀을 살 때는 가야 한다. 생선은 게이오 스토어라는 마트에서 본다. 여기는 매장이 작지만 수산회사가 들어 있어서 싸지 않아도 좋은 생선이 있다. 매장이 작아서 금방 돌아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야채와 과일도 품질이 좋지만 비싼 편이라서 그날 특가품으로 제공하는 과일만 몇 개 사서 올 때도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 시대에 마트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할인마트, 업무용 슈퍼나 오케이 같은 마트가 업적을 크게 늘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집에서 지내니까, 마트에서 사야 할 것이 많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잔업 같은 것도 줄어서 샐러리맨들 수입도 많이 줄었을 걸로 안다. 여성들이 주로 종사했던 서비스업도 고전했으니 그런 곳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사람들 수입도 줄거나 없어졌을 것이다. '의식주'에서 집세를 절약하기는 힘드니까,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의와 식'이 된다. 사실, 일본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마트 전단지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최저가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다 외우고 있다. 최저가를 기준으로 생각하기에 최저가 이상은 다 비싼 것이 된다. 그런 경향이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 더 심해진 느낌이 든다.
허긴 몇십년이나 급료가 오르지 않고 세금이나 물가가 올라서 쓸 수 있는 돈은 점점 줄어가니 절약에 절약을 하는 수밖에 없기에 사람들은 할인마트에 가게 된다. 결국, 모든 것에 최고의 가치가 '가성비'가 된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가성비'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부터 실은 '가성비'가 최고의 가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누구나 1엔, 2엔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더치페이를 할 때도 1엔까지 깔끔하게 정산하는 것이 좋다. 금액이 많고 적고 가 아니라, 괜한 찜찜함을 남기는 것이 싫어서다.
일본에서 보면 절약하는 방법이 항상 다양하게 소개된다. 나는 그런 걸 보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마트에서 파는 고기나 도시락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할인 스티커가 붙는다. 그런 시간대에 보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서 할인 스티커가 붙는 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게 중에는 반액이 된 도시락을 산더미처럼 사가는 사람도 있다. 아마, 냉동했다가 먹지 않을까 상상한다. 평소에도 저렴한 도시락은 198엔이나 298엔짜리도 많다. 나는 198엔짜리 도시락에는 어떤 재료를 사용할까 한다. 빵을 아주 많이 사가는 사람도 있어서 보면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 나도 식빵을 사서 하루에 한 끼를 빵으로 먹기도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간식으로 먹는 빵 종류다. 밥을 먹으면 반찬이 필요하지만 그런 빵에는 반찬이 없어도 된다. 그런 걸 보면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다. 마트에서 보면 유명 메이커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싸게 판다. '가성비'면에서는 정말 뛰어날지 몰라도 나는 산 적이 없다. 가격을 보면 저렴한 도시락과 마찬가지로 어떤 재료를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주변에는 농사를 지어서 야채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 무인 야채 판매로 보통은 100엔 단위다. 나는 지역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신선한 야채를 싸게 살 수 있기도 해서 아주 좋아한다. 여기에는 꼭 다양한 야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을 때도 있기에 사려면 운이 따른다. 필요한 걸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도 주변에서 보면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의류를 보면 중고품을 사는 것에 저항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친한 이웃이 알려줘서 가까운 중고품 가게를 이용한다. 여기는 중고품 가게지만 중고품이 적고 코스트코에서 나온 신상이 많다. 1주째와 3주째 토요일 낮에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서 사러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 오며 가며 생각날 때 들리는 정도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학교 강의도 온라인으로 하고 거의 집이나 주변에서 사는 생활이 되었다. 학교에 나갈 때 입는 옷은 많지만 집에서 입는 옷이나 주변 산책을 위해서 입을 옷은 별로 없다. 집이나 주변에서 지내는 생활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옷이 필요한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때그때 입을 수 있는 걸 중고품 가게에 있으면 사서 입는다. 여기서도 가격이 저렴한 것은 100엔이다. 요새 집에서 입거나 산책할 때 입는 옷은 다 100엔에 산 것들이다. 중고품 가게에서 파는 100엔짜리 옷도 중고품이 아니라, 신상도 많다. 친한 이웃도 여기서 자기에게 맞는 것이 있으면 산다. 친한 이웃은 작고 워낙 마른 체형이라서 작은 사이즈도 살 수 있다. 지난주에 생각 없이 들렀더니 봄부터 여름에 입을 옷이 내 체형에 맞는 것이 있어서 10개나 샀다. 그래도 1,000엔 밖에 하지 않는다. 신상 태그를 떼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집에 가져와 다 세탁했다.
이전에는 백화점이나 외국에 나갔을 때 옷을 샀다. 친한 이웃과 근래는 백화점에 갈 의욕이 없다. 백화점까지 간다면 일부러 뭔가 기대하고 가는 건데 기대가 없기에 거기까지 움직일 의욕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살다 보면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면 기분전환을 겸해서 새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옷장에도 명품을 사서 태그도 떼지 않은 옷들도 있다. 근래 변화가 심한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명품 옷을 입고 신경을 쓰며 케어하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그때그때 입을 수 있는 걸 저렴한 가격으로 사서 입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일본 물가가 너무 싸서 갭을 느꼈다. 이제는 코로나로 2년 이상 발이 묶여서 집 주위에서 맴도는 생활을 하다 보니 물가도 싼 지 비싼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동경에서는 항상, 필요한 최저한의 것만 사려고 한다. 외국에 나가면 들뜬 기분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까지 사게 되는데 정작 물가가 싸다는 일본에서는 사지 않게 된다. 일본 물가가 싸다는 것은 정말로 물가가 싸다기보다 싸구려 상품을 소비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물가가 다 올라가는데 어떻게 일본만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일이 있을까? 물가가 싼 것이 아니라, 품질이 낮은 저렴한 상품을 소비하거나 중고품을 구입하는 식으로 소비패턴이 바뀌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내가 한국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소비하는 걸 기준으로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생활하기가 힘들 것 같다.
혹시, 일본은 물가가 싸서 살기 좋다는 오해가 생길지 몰라서 덧붙이면 세금이나 공과금, 의료비 등 일본의 기본적인 물가는 한국보다 비싸고 전체적인 물가도 결코 싸지 않다. 100엔짜리 옷을 사는 나도 의료보험만 과세대상 수입의 11.3%를 낸다. 그래도 낮게 잡히는 편이다. 세금이나 의료비가 나갈 때면 최소 10만 엔, 20만 엔 단위로 돈이 나간다. 수입이 적은 사람도 최소 수입의 20-25%를 세금으로 낸다고 본다. 물론, 소비세는 별도다.
사진은 2년 전에 찍은 겹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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