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7도에 최저기온 25도였다. 어제도 갑자기 최고기온 34도라고 해서 긴장했더니 32도까지 올라가고 강한 바람이 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직, 장마가 끝났다는 발표는 없는데 갑자기 기온이 한여름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서늘했다가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서 사람들이 높은 기온에 적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제 친한 이웃과 오후 4시부터 산책을 하고 매실을 얻으러 갔다가 오는 길에 다른 이웃도 만났다. 공통 화제가 갑자기 기온이 너무 올라갔다는 것, 이대로 가면 40도가 되지 않겠냐고 한다. 살아남기가 힘들 것 같다고 자조적이다. 더위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아직 6월인데 말이다.
나는 이번 주 월요일에 4.3 항쟁 추도 행사에 도우미를 하느라고 도심에 장시간 외출을 했다. 화요일은 쉬고 수요일은 기온이 낮아서 재류증을 갱신하느라고 다치카와 입관에 다녀왔다. 목요일까지도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았는데 어제부터 일기예보에 갑자기 최고기온이 34-5도에 최저기온이 23-6도로 일주일 거의 같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온은 7월에 들어, 7월 하순과 같은 경향이다. 어제 오후에 산책을 할 때도 나무 그늘이 진 길만 골라서 걷기로 했다. 어제는 산책이 가능했지만 오늘은 산책을 하면 안 되는 위험한 기온이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면서 컴퓨터를 켜서 기온이 올라가는 걸 봤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최고기온 34도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아침 8시에 벌써 31도까지 올라간 걸 보고 이건 큰 일이다 싶어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약속한 친구는 더운 날 외출해도 괜찮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 한편, 나는 친한 이웃에게 오늘은 너무 더워서 위험하니까, 밖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꼭 에어컨을 켜서 지내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처럼 밖에 나가면 긴장해서 다니고 전철이나 건물 안은 냉방이라서 괜찮다. 집에서는 지낼만하면 에어컨을 켜지 않기에 오히려 위험하다. 친한 이웃은 35-6킬로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빼빼 말랐다. 더위를 느끼지 않으면 에어컨을 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문자를 했다. 어제도 강한 바람이 불어도 기온이 올라가니까, 열풍이 불었다.
친구와 10시에 신유리에서 만나기로 해서 전철을 타러 나가는데 햇볕이 무서울 정도로 강렬했다. 양산을 쓰고 걸어도 9 시대에 바람이 어제보다 뜨거운 열풍이 불었다. 내가 사는 주위는 자연도 많고 공기도 아주 좋아서 기온이 높아도 지내기가 쾌적한 곳인데 그런 곳에 아침부터 열풍이 분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역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그늘에 서 있었다. 그 시간에도 그늘이 아니면 양산을 써도 서 있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친구가 차로 와서 픽업해서 시내 캠퍼스까지 같이 갔다. 가는 동안 친구는 운전하면서 바깥 기온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지금 더위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둘이 입을 모았다. 지금 더위에는 짧은 소매나 피부가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위험해. 사막에 사는 무슬림 여성처럼 피부를 전부 감추고 가능하면 얼굴까지 감추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막에 사는 무슬림 여성의 옷차림은 종교적인 차원일지 몰라도 생존이 걸린 문제로 살아남기 위한 복장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 나는 반소매에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나갔다. 아직 6월이라, 실내에서 지내기에 가능한 옷차림이다.
시내 캠퍼스에 도착해서 친구가 차를 나무 그늘에 세웠지만 시멘트 위로 나무도 별로 없어서 전체적으로 기온이 올라간 날이라서 나무 그늘 효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빈약하다. 나는 친구와 내 연구 업적을 디지털화 작업을 하는 친구 비서에게 주려고 매실잼을 두 병 가지고 갔다. 병이 무거우니까, 친구에게 차에 두고 갈까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오늘처럼 더운 날 차에 뒀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야말로 매실잼이 열기로 팽창해서 폭발하는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사무실에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온다고 했다. 나도 이 나이가 되어 매실잼이 폭발해서 매실잼 테러범으로 뉴스에 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듣고 모르는 사람들이 둘이 머리가 이상한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오늘 날씨가 그렇게 위험하게 더웠다.
친구 비서와 자료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친구는 강의를 가고 나는 친구 비서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2시쯤, 한참 더운 시간에 친구 사무실을 나와서 역을 향해 걸었다. 역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거리가 불타는 듯이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제는 바람이 강했지만 기온은 그다지 높지 않았는데 오늘은 기온이 압도적으로 높고 바람은 강하지 않았다.
전철은 주말이라서 붐비지 않았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이 기진맥진한 모습이 보인다. 전철을 몇 번인가 갈아타면서도 서둘러 일찍 오는 것보다 선선한 전철에서 천천히 오는 길을 택했더니 정말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집에 오는 역에 도착해서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왔더니 5시 가까이 되었다. 그전에 역에 가까운 빌딩에 있는 치과에 들러서 예약 없이 가도 되는지 문의하려고 했다. 치과는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순간 무슨 일인지 감지하지 못하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내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냉방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 문을 닫고 5층 버튼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안에 공기도 움직이지 않아서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얼른 다시 문을 열었다. 아니 멀쩡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다니 그럴 리가 없다. 치과가 진료하는 시간이기도 한다. 다시 한번 문을 닫고 5층 버튼을 눌렀지만 문이 닫히고 공기 흐름도 멈추는 것뿐이었다. 세상에 잘못하다가 이런 날 냉방도 들어오지 않는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나는 하필 왜 거기에 오늘처럼 더운 날 갔을까? 귀신에 홀리기라도 했나? 멀쩡한 백주 대낮에 엄한 사건을 일으킬 뻔했다.
집에 오는 길에 흰 레이스 스니커를 신었지만 버섯을 조금 봤다. 치자꽃도 한송이 얻고 버섯도 저녁에 먹을 만큼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다. 바깥은 더웠지만 집은 커튼을 치고 창문을 닫고 나가서 서늘했다. 온도계는 27도였다. 문을 열지 않고 선풍기를 켜고 빨래를 해서 널었다. 빨래가 너무 빨리 마른다. 기온이 높은 것 같아 저녁 6시 기온을 봤더니 33도였다. 기온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확인하고 말았다. 베란다에 물을 끼얹어도 금방 마른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창문을 닫은 채로 버섯전을 부치고 콩을 데치고 소면을 삶았다. 반찬도 만들 때 한꺼번에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버섯도 빨리 조리하지 않으면 상하고 만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바깥 기온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제저녁에 매실잼을 만들다가 시간이 늦어서 냄비 두 개에 매실 삶은 것이 들었다. 이런 기온이라면 오늘 밤에 병을 소독하고 매실잼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 매실이 상하는 건 아닌가?
밤 9시가 넘어서 집안에 창문을 다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켰다. 병을 소독하면서 매실잼을 만들었다. 냄비 하나는 병에 넣을 수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병이 부족해서 넣지 못했다. 베란다에 내놓고 매실잼을 식히고 있다. 식으면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했다가 친구와 이웃에게 나눌 생각이다. 올해도 매실잼을 적어도 30킬로 이상 만든 것 같다. 이제는 기온이 너무 올라가서 매실잼과 같이 장시간 조리하거나 병을 소독하는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오늘이 매실잼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요전 날 일본 정부는 전기가 부족하다고 여름에 절전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정에 2천 엔에 상당하는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56c64cb5fe4a8fbf71998f3949b034bb39efe4fd). 나는 이걸 보면서 정말로 한심해서 기가 막혔다. 내 주위를 보면 밖에서는 몰라도 집에서 에어컨을 잘 켜지 않고 지낸다. 나이를 먹은 사람일수록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그래서 근래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에어컨을 켜라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아, 참 어제 아파트 단지에 구급차가 두 대나 왔다. 오늘도 가까운 곳에 구급차가 두 대나 왔다. 나는 더위를 먹었구나 했다. 나도 오늘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면 켜지 않고 지낸다.
내 친구도 7월 중순 이후가 아니면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다고 한다. 7층에 사는데 바람이 잘 통한다. 주위에서 보면 고령자는 옛날부터 집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는 생활에 익숙하고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에 정부에서 전기가 부족하다면 알아서 절전하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고에 가스비와 전기요금도 무섭게 오르고 있어서 정부가 절전하라고 하지 않아도 절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자에게 생존을 위해 에어컨을 켜라고 하면서 동시에 절전하라는 메시지를 내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협하는 더위에 절전하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늘 아침 친구와 같이 가면서 나는 이 문제에 열을 내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 하고 말이다. 추우면 옷을 더 많이 입고 이불이라도 덮고 지낼 수 있어도 더위는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자신들이 전력 수요를 감당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절전하라고 한다. 나에게는 더위를 참다가 죽으라는 말로 들린다. 생존을 위협하는 더위에 절전하라고 정신론을 주장하는 무능한 정치가가 애먼 사람을 여럿 죽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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