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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친구와 외식을 했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6도로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늦은 오후에 접어들어 기온이 급강하한다고 주의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늘은 친구가 집에서 가까운 대학 본부에 회의가 있다고 끝나면 점심을 같이 먹고 티타임도 갖기로 했다. 

 

어제 블로그를 올리고 늦은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 요새 산책을 나가는 시간은 대충 3시 50분이다. 친한 이웃과 4시에 약속해서 만나기 때문이다. 어제도 좀 먼 공원까지 왕복하고 친한 이웃의 집 가까이까지 배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섯을 따고 치자꽃도 땄다. 수국도 한 송이 얻었다. 오디는 공원에 가는 길에 딴 것이다. 어제 수확물도 사진을 찍었다.

 

 

산책에서 돌아와 전날부터 만들던 매실잼을 만들었다. 매실잼을 만들 때는 옆에서 병을 끓여서 소독하면서 동시 진행을 한다. 매실이 워낙 적어서 얼마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더니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설탕 함유량은 많아도 20-25%로 단맛보다 신맛이 강한 상큼한 매실잼이 완성되었다. 오늘 친구에게 가장 작은 병을 주면서 병을 소독하지 못했으니 빨리 먹으라고 했다. 올해는 매실이 흉년이라는 소문도 들었다. 내가 만든 매실잼은 작년보다 예쁜 노란색이 나왔다. 매실잼을 만들어 두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밀봉이 되는 소리가 들릴 때 기분이 좋아진다. 순조롭게 되었다는 신호로 들리기 때문이다. 매실잼을 많이 만들 요량으로 빈 병을 모으고 있었다. 생각대로 빈 병을 모으지 못했지만 매실잼을 만들면 어떻게든 보존을 할 생각이었다. 어제로 빈 병이 다 없어졌다. 나는 친한 이웃이나 친구에게 반찬을 나눌 때 빈 병을 많이 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빈 병도 집에 여분이 있어야 한다. 

 

어젯밤에 '우리들의 블루스' 19화를 보고 자려고 했더니 20화도 올라왔다. 시간이 늦었지만 1시간 반이나 되는 20화를 보고 자기로 했다. 20화를 봤더니 역시 시간이 너무 늦다. 침대에 들어갔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나 자신도 20화에 들어간 느낌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쓸 작정이다. 그동안 위화감을 느꼈던 '옥동'역의 김혜자 씨에 대한 설정이 마지막 화에서 납득이 갔다. 어젯밤 늦게 잔 것도 있지만 잠을 못 자서 아침에 아주 늦게 일어났다. 언니가 전화를 했다. 어제 보낸 마늘이 보통 마늘처럼 양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찌거나 볶아서 마늘 자체를 먹는다고 한다. 작년까지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는데 지금 인기가 있어서 스테이크 등에 올린다고 가격도 아주 비싸졌다고 한다. 그렇구나, 지금 말리고 있는데 어떻게 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건지 공부해서 맛있게 먹을 작정이다. 거기에 같이 보낸 호박이 코린키라고 완숙하기 전에 따면 생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같은 호박을 먹은 적이 있지만 생으로 먹는 줄은 몰랐다. 완숙한 것만 먹었기 때문이다. 코린키로 잼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색감이 예쁜 잼이 될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서 전기구이 통닭을 데우고 물김치와 레터스를 같이 먹었다. 친구와 만나기 전에 친구에게 부침개 재료를 준비해서 주고 싶어서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부엌에서 부추를 다듬었다. 부엌 싱크대가 낮아서 장시간 부엌에서 일을 하면 너무 피곤해진다. 나는 키가 큰 편이 아니다. 한국에서 내 연령대 평균 정도가 된다. 하지만, 일본에 왔더니 같은 학년 친구들이 최소 나보다 5살 이상 젊은데도 내가 키가 크고 체격도 좋은 편이라서 놀랐다. 이건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도 마찬가지로 일본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키도 크지 않고 체격도 왜소했다. 그래서 부엌 싱크대도 나에게는 매우 낮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세면대도 너무 낮아 정말로 등을 굽어서 써야 해서 불편했다. 평균적인 키가 이런 기본 설비에 반영된 결과로 본다. 

 

친구에게 주려고 부추와 오징어를 넣고 부침개 재료를 완성했다. 집에 가서 부치기만 하면 된다. 거기에 물김치와 비트 피클도 나눠서 넣고 상하지 말라고 아이스 팩을 몇 개나 넣고 보냉백에 넣어서 준비했다. 그래도 집 근처에서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할 것이라, 흑백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목걸이도 하고 팔찌도 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처음이다. 다행히 오늘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옷차림과 딱 맞았다. 친구도 마소재로 긴소매에 기장이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젤 매니큐어를 한 손톱 문양과 목걸이와 반지도 아주 시원하게 보이는 느낌의 옷차림이었다. 친구는 나에게 완전 여름옷을 입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맨발이 아니라,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었으니 다리가 무릎 위까지 보여도 완전 여름옷은 아니다. 거기에 원피스 속에 바로 속옷이 아닌 짧으면서 긴 속바지 역할을 하는 검정 레깅스를 입었다. 동경은 계단이 많아서 일상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기에 짧은 옷을 입으면 속옷이 보이지 않을까 신경을 쓴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전망이 좋고 조용하면서 공간이나 시각적으로도 널널하게 여유가 있는 이 레스토랑을 좋아한다. 오늘도 8명이 앉는 테이블에 둘만 앉았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해서 손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에서 생산한 야채를 쓰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일하고 있다. 거기에 부속된 가게에도 선물하기 좋은 핸드메이드 소품이 있어서 다시 시간을 내서 가 볼 생각이다. 자체에서 생산한 야채도 시중보다 싸게 팔고 있다. 친구가 경영학 교수여서 아마 레스토랑 단독으로 경영면에서 보면 성립이 되지 않을 거라고 둘이 입을 모았다. 이전에는 멀리 있어도 그 가게에 가서 먹고 싶다는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정도로 음식을 특별히 잘한다는 곳이 별로 없다는 의견도 같았다. 이런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이 남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겨서 디저트까지 먹고 돌아왔더니 오후 3시 반이 넘었다. 4시에는 산책을 나가는 시간이라서 친한 이웃이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친한 이웃에게도 부침개를 한 장 부쳐서 나가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기온이 급강하하고 공원을 걸을 것이라서 원피스 아래 긴바지를 입었다. 부침개를 부쳐서 나갔더니, 다른 이웃도 있다. 셋이서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다른 이웃에게도 가끔 재배한 걸 얻어먹기에 부침개를 부쳐서 가져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는다고 해서 산책에서 돌아와 불이 나게 부침개를 하고 비트 피클을 한 번 먹을 만큼 작은 병에 가져갔다. 빈 병이 있으면 달라고 했더니 빈 병을 많이 받았다. 밭에서 수확한 햇감자와 슈거 스냅피에 명일엽도 받았다. 

 

오늘 하루 주고받은 걸 보면 마치 바터무역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가 가진 걸 나누고 다른 걸 받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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