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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기시다 정권

산으로 간 아베 국장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2도, 최저기온 22도로 매우 더운 날이다. 어제와 그제도 비슷하게 매우 더운 날씨였다. 늦더위가 무섭다고 일본은 매우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관서지방, 오사카는 최고기온 35도가 넘는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f5dd21229ba8405b4a4a5848dacd6a11f0df34a8). 나고야 시내 중학교에서는 열사병으로 학생들이 쓰러져서 구급차를 탔다는 슬픈 뉴스가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578e5fe453d271a3ef7a6d5b720a7cd43875bf36). 최고기온 31-32도는 에어컨을 켤 정도의 더위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암막 커튼을 내리거나 창문을 열고 지내는데 같은 기온이라도 바람이 불거나 습도가 낮을 때와 높을 때 체감하는 더위가 많이 다르다. 오늘은 습도가 높지 않은데 아침부터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서 매우 덥게 느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머리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선풍기가 없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집에서 지내는 건 괜찮지만 밖에 나가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해야 한다. 

 

어제는 오전에 살 것이 있어서 산책을 겸해 거리가 먼 마트에 갔다. 올리브유를 사려고 했더니 죄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것 밖에 없었다. 라벨을 보면 엑스트라 버진, 콜드 프레스에서 기름을 짠 찌꺼기에 엑스트라 버진을 약간 섞은 것까지 있는데 가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콜드 프레스 엑스트라 버진이면 플라스틱병이 아니라, 유리병에, 그것도 투명한 색이 아닌 것에 넣고 가격이 비싼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라벨표시와 달리 기름 색도 완전 노란색으로 플라스틱병도 싸구려 같다. 라벨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니 내용물과는 다른 걸 붙일 수도 있으니까, 느낌이 찜찜해서 사지 않았다. 다시 1시간 걸어서 평소에 가는 마트에 가서 올리브유를 검토했다. 거기서 가격이 비싼 올리브유는 이탈리아 특정 지역에서 생산, 수확 후 24시간 이내에 착유했고 엄격한 품질관리하에 받는다는 등급도 있다. 포장도 갈색 유리병에 뚜껑도 2중으로 꼼꼼하게 된 것이었다. 라벨도 원래 회사 것이 있고 일본에서 수입한 회사가 일본어 표기를 따로 붙였다. 수입한 제품이라면 적어도 이런 포장이다. 아까 갔던 마트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그런 올리브유는 생식용이라고 한다. 결국 올리브유는 사지 못하고 관찰만 하고 끝났다. 어제는 더운 시간에 꽤 먼 거리를 합계 2시간 이상 걷고 말았다. 그래서 오후에는 피곤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월요일에는 친구가 와서 같이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갔다. 친구에게도 작은 선물세트를 준비해서 줬다. 친구도 블루베리잼 3병과 로즈 티를 가져왔다. 아래 사진은 내가 친구에게 준 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 부부가 영국 여왕 국장에 참석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천황부부와 기시다 총리도 함께 참석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세계 최대의 '조문 외교의 장'에 가서 활약한다는 취지에서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이 매우 재미있었다. 국내에 산적한 문제를 무시하고 간다는 내용이 많았다. 어제 기사를 보면 영국 여왕 국장에는 천황부부만 참석하고 기시다 총리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나왔다(https://news.yahoo.co.jp/articles/bbe371d7cb8a0ffc5a6df7c4923010075270b839). 영국에서 여왕의 국장이 '조문 외교의 장'이 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본다. 거기에 기시다 총리가 초대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기시다 총리가 19-23일 예정으로 유엔총회에 출석하고 유엔에서 연설도 한다고 한다. 한국 대통령도 18-24일 영국 여왕 국장에 참석했다가 캐나다와 미국 방문 예정이라고 한다. 20일에는 유엔에서 연설한다는 일정도 있다. 기시다 총리와 한국 대통령이 영국 여왕 국장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할 것인가 했더니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지 않으니 무리다. 그렇다면 혹시 유엔에서 만나서 한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라면 양국에서 타이밍으로 보면 최악의 타이밍이 될 것이다. 

 

기시다 정권 지지율이 아베 국장을 정한 이후 급락에 급락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아베 국장보다 더한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가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기시다 정권 지지율 급락은 아베 국장이 대표적인 것 같지만 자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가 배후에 있고 다른 문제가 많이 얽혀있다. 막말로 좋은 뉴스가 하나도 없어서 불쾌한 뉴스가 선물 보따리를 푼 것처럼 계속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자민당과 통일교의 관계만 봐도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79명 중 통일교와 관계가 있다고 자진 신고한 의원이 179명이다. 자신 신고니까, 관계가 있는 사람 모두가 신고했다고 볼 수가 없는데도 거진 반이다(https://news.yahoo.co.jp/articles/8ea9c47a705cd2e24da47f42d3e75544a8524139). 사실,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는 정리할 수가 없을 정도로 뿌리 깊게 얽히고설킨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가 기시다 정권 지지율이 더 내려갈 확률이 크다. 지금도 나락을 향하고 있지만 말이다. 일본에서는 '혐한'이 다시 극대화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덤터기를 쓰고 본전은커녕 더욱더 손해를 보고 덤으로 미움받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타이밍에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고 좋게 평가할 재료가 없을 걸로 본다. 하지만, 기시다 정권이나 한국의 현 정부도 국민들 눈치를 보지 않는다. 지지율이야 어떻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는 건 일치한다. 다른 점은 일본이 치밀하게 자신들이 챙길 걸 챙기는데 비해 한국은 일본에게 말도 안 되는 덤터기를 쓰고 욕받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거다. 한국 대통령은 일본에 한국을 갖다 바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니 어떤 대가를 치러도 한일 정상회담을 할 수 있으면 영광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기시다 정권과 자민당에서는 아베 국장 반대 여론이 어떤 조사에서도 5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다. 요새 보면 아베 국장을 치르고 나면 새로운 길이라도 열리는 것처럼 억지로 '신격화'하는 풍조마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런데, 결론을 먼저 쓰면 일정부터가 엉망진창이다. 거기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이 다름 아닌 영국 여왕 국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여왕이 일본이나 아베에게 다른 감정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달 일주일 정도 차이로 양국에서 국장이 치러진다. 영국 여왕 국장이 9월 19일, 아베 국장이 9월 27일이다. 비교하지 않으래야, 일본 정부가 아베 국장을 역사상 최대 규모인 6,500명을 초대해서 성대하게 치른다고 먼저 자랑했으니 적어도 일본 국내에서 영국 국장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다, 일본 국장이니 국제적으로 알려질 것이라, 국제적으로도 비교될 것이다. 물론, 영국은 여왕이고, 일본은 총리였지만 둘 다 거의 재임기간 최장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 않을까?

 

기시다 총리가 아베 사망 6일 후에 자신만만하게 신속히 결정한 아베 국장이다. 이후 6,500명 규모라는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것과 일본 주역의 '조문 외교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선전을 했다.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과는 아주 동떨어진 자신들의 '축제'이기라도 한 듯 자민당에서도 강력히 아베 국장을 중심으로 뭉쳐서 돌아간다. 그런데 영국 여왕 국장이 19일이라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인물은 거기에 참석한다. 일주일 후에 아베 국장에는 참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행사 일정은 영국 여왕 국장이 정해지기 한참 전에 정해진다. 결코, 영국 여왕 국장 때문에 아베 국장에 결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G7 정상으로는 캐나다 총리가 참석할 뿐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해외에서 아베 국장에 참석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한다는 것과는 달리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8월 중순 마감에도 답장이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9월까지 답신 기일을 연장했지만 많은 나라에서 답장이 없어서 외무성이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8b8b9c63be9a04d8b27bd385dd92684abbf235c3). 각국의 반응은 영국 여왕 국장과는 상관없이 아베 국장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아베 국장에 필요한 예산도 처음에 2억 엔이라고 했지만 금방 2억 5천만 엔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참석 인원이 6,500명이나 되는데 초대손님에게 기본적인 숙박과 체재비를 부담하고 경호를 생각하면 2억 5천만 엔으로는 턱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에 일본 정부에서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아베 국장에 필요한 경비 내역을 밝히지 않겠다고도 했다. 아베 국장에 입찰한 기업이 아베가 주최해서 문제가 되었던 '벚꽃을 보는 모임'을 했던 회사 1사 밖에 없다는 건 보너스다(https://www.youtube.com/watch?v=hJN0F6_LlKs). 어제 기사에는 아베 국장에 필요한 금액이 16억 6천만 엔이라고 나오고 말았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82e4f561f78b102a32d43db839825982170a47a). 하지만, 참석 인원이 6,500명 규모인데 도저히 그런 금액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아예, 처음에 나온 2억 5천만 엔의 100배가 든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일본 국내에서도 국회의원이나 유명인에게 초대장을 지금에 와서야 '속달'로 보냈고 내용을 수정하는 실을 붙였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82e4f561f78b102a32d43db839825982170a47a). 아베 국장 반대를 하는 유명인에게도 우송했다고 한다. 일본의 거국적 행사에 이런 일이 있다니 어떤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아베 국장에서는 성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싶은 연출인지 자위대 천수백 명이나 동원하고 조의를 표하는 대포도 쏜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9cafebe61fc3482e0756f26241fa1b45da9fd8fb). 영국 여왕 국장과 비교당하게 생겼으니 어떤 연출로라도 아베 국장을 통해서 일본의 권위를 자랑해야 한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 일정을 보면 19-23일 유엔총회에 출석하고 연설도 한다. 유엔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과 회담을 하고 다자간 회담도 예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 여왕 국장이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에서 최대의 '조문 외교의 장'이었다면 연이어 열리는 유엔총회가 또 다른 정해진 '외교의 장'이다. 기시다 총리 일정을 보면 아베 국장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는 '조문 외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그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 것뿐으로 기시다 총리 스스로가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618794e6c637f210c45c0f17d1624d66c315ea2b). 깨 놓고 말하면 아베 국장이 아니어도 외교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걸 아베 국장이 일본에게는 '조문 외교'를 펼칠 두 번 다시없는 절호의 찬스라고 선전했던 거다. 

 

기시다 정권과 자민당은 자신들이 스스로 아베 국장을 정해놓고 스스로 그런 걸 가볍게 여기는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일반 국민이나 여론에서 반대하는 것에 대해 마치 '매국노'나 '비국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아베 국장 반대 여론이 50%를 넘는데, 50% 넘는 사람들을 '매국노'나 '비국민'으로 매도하는 정권은 뭔지 모르겠다. 

 

아베 국장이 산으로 간 걸 넘어서 아베 국장이 넘어야 할 산이 된 느낌이다. 기시다 정권은 아베 국장이라는 험한 산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베 국장이라는 험한 산을 넘은 다음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 한일 정상이 사이좋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반자가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