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0도, 최저기온 14도로 여전히 추운 날이다. 오전에는 흐렸다가 낮에 잠깐 햇빛도 났지만 오후에 다시 흐렸다가 저녁에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내일도 오전에 비가 오다가 오후에는 갠다고 한다. 그래도 내일은 기온이 올라간다니까, 다행이다.
어제도 날씨가 맑지 않았지만 그동안 빨래가 너무 밀려서 어제만 두 번 빨래를 해서 널었다. 청소도 해서 그래도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 오늘 아침에 밀렸던 마지막 빨래를 많이 해서 널었다. 빨래를 널 장소도 부족했지만 빨래를 해서 개운하다. 날씨가 나빠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도 집안에 걸어 두기로 했다. 서울에서도 돌아 올 무렵이 되니까 3일 연속 비가 오더니 동경에 와서도 계속 비가 오는 날씨다. 모레 하루는 개었다가 다시 흐리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봤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고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3년 만에 서울에 다녀오면서 느낀 코로나 이후 달라진 점을 소개하기로 하자. 우선, 동경과 비교해서 보면 한국, 서울은 코로나를 겪으면서도 사람들 이동이 매우 활발했다. 그에 비해 일본, 동경은 처음 2년은 국내 여행도 두려워해야 할 정도였지만 올해에 들어서 이전에 비해 사람들이 활발히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하거나 음식점에 가거나 쇼핑을 할 정도는 아니다. 내 주위에서도 현역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그래도 제한적이다. 고령자는 조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여행은 생각도 못하고 음식점에 가지도 않으며 자유롭게 쇼핑을 다니지도 않는다. 내가 사는 주위는 산책하기 좋은 곳이 많아서 걷는 사람들을 보지만 산책을 하면서도 반 이상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레스토랑에서도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만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면 마스크를 하고 수다를 떤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미안하고 주위에서 눈총을 받게 된다.
나는 항암치료를 받는 몸이라서 면역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항상 마스크를 써서 조심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 말라는 주의를 듣는다. 서울에 가서도 밖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해서 지냈는데 동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카페나 식당에서 사람들이 거의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였지만 나는 가급적 마스크를 했다. 주말에 외출했더니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핫플레이스라는 곳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움직이고 있었다. 활기가 넘친다.
서울에서 일을 보면서 동생이 사는 시흥에서도 서류를 떼러 주민센터와 보건소에 가거나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해 가게에 들렀고 은행에서도 일을 봤다. 지난번에 짜증 나는 일본 시스템(https://huiya-kohui.tistory.com/3021)에 대해 글을 썼지만 한국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완전히 질적으로 변화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스템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느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좋게 변했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에서 일을 보거나 보건소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서 택시 운전사와 대화를 나눴다. 나는 다른 나라에 가도 택시를 타서 택시 운전사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가장 민감하게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있는 걸로 보기 때문이다. 휴대폰 개통을 위해 들렀던 가게에서 일을 보고 늦어도 1시간 이내에 개통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먼 곳에 가는 동안 2시간 이상 지나도 개통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은행일을 보러 가서 안내를 담당하는 사람 휴대폰을 빌려서 연락했다. 몇 번이나 전화를 빌려서 연락하면서 왜 개통이 안 되었는지 다시 확인해서 개통할 수 있었다. 가게에서는 예정시간보다 훨씬 이른 30분 만에 개통을 했다고 한다. 내 휴대폰에 문제가 있어서 개통이 안 되는지도 모른다고 다시 가게에 와 달라고 한다. 지금 멀리 있고 가게를 찾아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본사와 다시 확인해서 자신들이 해결방법을 강구해 보고 연락한다고 했다. 결국, 자신들이 해결해서 개통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처리 한다는 걸 상상할 수도 없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은행에 볼 일에 관해서도 서울에 가기 전에 담당자와 카톡으로 볼 일에 대해서 문의하고 준비할 서류와 옮긴 지점에 대한 안내까지 몇 번에 걸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내가 이런 식으로 일을 보고 있다니까, 일본인 지인이 깜짝 놀란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나는 몇 년이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 왔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돈을 송금하고 싶어서 보건소에 갔던 날 오후 거래은행에 문의하러 갔다. 거래 은행은 두 군데다. 내가 사는 곳은 전철 노선이 3개나 있는 동경 서부의 터미널 중 하나로 결코 외진 곳이 아니다. 처음에 미쓰이 은행(정식 이름은 길지만 짧게)에 가서 안내 데스크에 외화송금에 대해 문의하러 왔다고 했더니 나에게 자기네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으니까, 문의하러 왔겠죠 했다. 그랬더니 실은 외화송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 지점에서는 외화송금을 할 수가 없다고 안내를 하는 게 맞다. 나를 터무니없는 사람 취급해놓고 정작 외화송금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두 번째로 미쓰비시 은행(여기도 짧게)에 갔다. 거기는 안내 데스크에 2명이나 있었다. 나에게 묻는 것이 ATM에서 현금 인출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느냐고 한다. 갖고 있다고 했더니, 박스처럼 설치된 곳에서 온라인 안내에 따라 외화송금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 송금하는데 일본 엔으로 입금이 가능한 외화통장을 가지고 있다. 송금에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냐고 물었더니 상대 은행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상대 은행에 문의했더니 일본 쪽 은행에 달려있다고 해서 묻는다고 했더니 송금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대답한다. 송금수수료는 얼마나 드느냐고 했더니 이것도 송금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황당한 대답을 한다. 로또를 사는 것도 아니고 외화 송금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나 수수료를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니 정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안내를 잘했다는 듯이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안내 데스크가 바쁘냐면 전혀 바쁘지 않았다. 송금에 걸리는 기간은 자신들 은행 서비스에 검색해서 대충 기간을 알려 줄 수가 있다. 송금 수수료도 송금하는 액수에 따라 정해져 있을 것이다. 외화송금을 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려고 문의하러 갔다가 황당한 대답을 듣고 도리어 피곤해져서 돌아왔다.
한국으로 외화송금을 할 때도 내가 거래하는 한국 은행 담당자에게 카톡으로 문의해서 일을 처리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처리를 원활히 하려고 해도 혹 떼려다가 혹을 붙이는 격이 될지도 몰라 너무나 번거롭다. 일본에서 은행일을 보면서 별별 일을 다 경험해서 그것만 써도 몇 편이나 쓸 수 있을 정도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한 달 이상 장기 체류하는 나라에서 계좌 개설이 가능하면 계좌를 개설해서 거래를 해보는 편이다. 그런 걸 통해서 다른 나라 은행에서 어떻게 외화를 다루고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에서는 자주 황당한 일을 당하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건 정말로 이상하다. 아니 일본 은행이 이상한 거다. 다른 나라 은행에서는 자신들이 신분 확인에 필요한 ID와 돈을 가져가면 입금이라서 문제가 없고 출금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 은행이나 다른 곳에서도 외국인이라고 쓸데없는 의심을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어려워진다. 지금도 한국이나 일본 이외 나라에 계좌를 갖고 있어서 통장도 없이 인터넷뱅킹으로 일을 본다. 하지만, 정작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일본에서는 인터넷뱅킹으로 일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는 매우 심플하게 설계되어 있어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볼 일을 본다. 일본은 인터넷뱅킹을 하기 위해서 로그인하는 것만으로 피곤할 정도로 온갖 것을 다 퍼질러 놔서 로그인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느낀 점은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 가면 크고 넉넉한 아줌마 빤스를 산다. 2019년에 석 장들이 한 박스에 만원에 샀는데 이번 갔더니 2만 4천 원이나 했다. 이 가격이라면 일본에서 세일해서 사는 와콜보다 비싸게 느껴진다. 양말도 2019년에 하나에 천 원이었던 것이 이번에 갔더니 같은 가게에서 2,500원이 붙었다. 가끔 내가 유일하게 불쾌하게 느끼는 곳은 한국 시장이다. 이번에도 돈은 동생이 내고 짐은 조카가 들었지만 과일을 많이 샀는데, 무화과 한 상자 반은 상한 것이 들어 있었다. 비싸다는 샤인 머스켓도 샀다. 다른 과일들도 향기가 없고 모양만 좋을 뿐으로 맛이 없었다. 일본보다 쌌지만 왜 그럴까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과일은 당도체크를 한 마트에서 사고 다른 것은 쿠팡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동생집 앞에는 매일 택배 상자가 쌓여 있었다.
동생은 작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첫날 도착해서 조카가 공항까지 마중 나왔다. 동생네 회사에 갔더니 마침 일하는 아줌마들이 퇴근시간이라서 회사에서 나가고 있었다. 나는 아줌마들을 관찰했다. 화장기 없는 피부에서 윤기가 나고 옷차림도 수수하지만 잘 차려입었고 생기가 난다. 동경에서는 사람들이 피곤에 절여져 있어 아침에도 생기를 느끼기 힘들다. 이렇게 다르구나 했다. 돌아오는 날은 바쁜 동생이 시간을 내서 공항까지 차를 태워다 줬다. 동생이 하는 말이 한국도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느낀 점을 말했다. 일본 샐러리맨들이 하루 점심에 500엔을 쓸 수가 없어, 한국에 오면 아는 사람들 만나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하루에 몇 번씩 별다방에 가는 걸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라. 일본에서는 하루에 한 번 가도 아주 잘 가는 거야. 내 주위에서 자신들 일을 하면서 사는 중산층이 그런 소비를 하지 않아. 주위에는 평생 카페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어. 동생이 아, 회사에 일하는 아줌마들이 그런 소비를 여유롭게 하기 위해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한국이 훨씬 소비에 여유가 있다.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일본, 동경은 아직 코로나라는 깊은 겨울잠에서 깨지 않고 동면하는 상태로 보인다. 한국은 코로나를 겪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이동이 활발했다. 이동을 장기간 금지시켰다가 차츰차츰 늘려가려는 일본을 보면 언제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지,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뉴스에서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외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고 사기를 쳐도 보통 일본 사람들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세계의 일일 뿐이다. 반면 한국은 이동하는데 거침이 없는 것 같다. 일본으로 오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는 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오는 인상을 준다.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아직 일본에 오려면 입국에 필요한 서류 등 귀찮은 부분(3차까지 백신 접종했다는 증명서가 필요)이 있고 코로나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니까,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편하게 다니라고 했다.
한국에서 일본에 오는 관광객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근래 아베 사망 이후 일본 사회에서 '혐한'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하나도 반갑지 않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이라면 무조건 싫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쓰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싫어하는 일본에 온다는 걸 자각했으면 좋겠다. 한국인은 일본에서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라는 걸 알고 행동하시길 바란다. 외국 여행을 많이 하는 나도 다른 나라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일본처럼 '혐오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면 가지 않는다. 어떤 불쾌한 일을 당할지 모르기에 무섭고 그런 모험을 하기에는 내 시간과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일본에 온다면 주위를 보면서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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