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0 14:31 huiya 아줌마 패셔니스타?
오늘도 동경은 맑아서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날씨이다.
휴일날 이런 날씨면 참 좋다. 오늘도 나는 금요일에 학생에게 테러공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게으르게 게길 것이다. 즉,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는 거다. 읽던 단편소설을 마저 읽고, 하던 뜨게질을 계속하고, 영양가 없는 드라마를 보고, 호주라디오를 들으면서 뉴스를 체크하고, 뭐 이런거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쓰는 것도 게으른 일상에 들어간다.
오늘은 옷에 관한 걸 써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살다보니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대충 알수있다. 그건 주위사람들이 평가를 해줘서 아는 경우도 있고, 확실히 말로 들은 것은 아니나, 사람들 반응을 보고 추측을 하는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를 말하자면, 주목을 받기쉬운 캘릭터라는 것이다. 즉 사람들 눈길을 끄는 스타일인 것이다. 본인은 사람들 눈길을 끌고 싶으냐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 눈길을 끈다는 게 싫었다. 젊었을 때는 눈에 띄지않는 패션을 연구까지 할 정도로… 그게 싫고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오래 살다보니 그것 또한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요인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대충 포기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절대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내가 미인이라거나, 빼어난 몸맵시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보통사람인데, 옷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감각이 약간 다른것 같다. 적어도 주위에 내노라하는 사람들에게, 그중에는 프로패셔널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사람들이 인정을 한다.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가 옷을 입을 때 추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멋있다’는 감각이 아니다. 아무래도 일을 하는 사람이라, 때와 장소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지정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최소한 예의를 갖춰야 할 때도 있다. 일을 하는 세계가 아주 고리타분한 세계로, 패션 또한 너무나 컨서버티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자들 세계에 있는 단한 명의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니, 옷도 여자로서도 투명인간 처럼 전혀 눈에 띄지않고 남들 시선에서 자유롭게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여자이기 때문에 용모라든지, 옷차림 같은 본질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다. 즉, 남자와 똑같이 순수히 ‘실력’만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이게 남자들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의 처세술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젊었을 때는 곤색이나, 검정색 정장을 주로 입었다. 속에 입는 티셔츠도 밝은 색을 안입을 정도로 남자처럼 옷을 입었다. 정장은 제복처럼 편한 복장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아마 핑크색 같은 부드러운 색을 입기 시작한 것은 40대다. 부드럽고 화사한 색을 입으면서 내가 아줌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아줌마니까, 남자들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울수 있다는 그리고 아줌마이기에 편한 점도 많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주위가 워낙 고령화라 나는 20대에 젊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도 아줌마가 아닌 젊다는 소리를 듣는다. 젊게 보인다거나 젊어서 젊은 게 아니다. 젊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일을 하는 세계도, 조금은 자유스러워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편하게 생각하고 살기로 한 게 크다. 옷도 편하게 입어야지… 그래서 주위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젊었을 때부터 길을 걷다가 잡지에서 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그리고 사진도 찍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에서, 그렇지않은 잡지까지, 일본에서 패션은 한국과는 달리 기발하거나 특이한 코디네이트를 싫어한다. 물론, 일부 젊은사람들이 그런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하라쥬쿠라든지, 코스플레라든지, 그러나 그건 아주 특이한 현상이지 일반적 특성이 아니다.그래서 독특하게 개성적으로 옷을 입었다가 큰일이 난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니까... 나는 바쁜사람이라, 옷을 패셔너블하게 코디네이트할 시간이 없다. 아주 실용적으로 편한 걸 즐겨입는다. 리얼 클로스라고 할까?
그런데, 주위사람들이 내 패션에 주목한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패션리더’인 것 처럼 취급을 받는다. 특히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는 학생들이나, 자기가 멋쟁이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 평가가 높다. 그건 일시적현상이 아니였다. 몇년 동안 관찰을 한 결과, 내가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옷을 입는 사람인 걸 알았다. 내가 추구하는 것도 ‘멋있는’이 아니라 ‘재미있는’것이다. 지난 주 강연에 초대를 받아서 강연을 갔다왔다. 강연도 학부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 삼아 했던 일이다. 나를 초대한 사람에게 물었다. 왜 나냐고,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다. 선생님이 워낙 독특하단다. 그러면서 인상에 남은 게 어느 날 내가 입은 옷 컨셉을 물었더니, ‘개구리’라고 했단다. 그래서 깜짝 놀랐단다. 물론, 내 ‘개구리’패션은 일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유행했다. 장마철이였으니까, 개구리라도 되고 싶었다. 인생 살다보면 인간을 하고 있는게 싫증도 난다. 가끔, 특히 장마철에는 ‘개구리’라도 되고 싶다. 물론, 코스플레는 아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는 내 옷이 궁금해서 결석을 하려다가 학교에 왔다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소한 걸 즐기면서 일을 하고 산다.
이건 지난 금요일에 입었던 옷이다. 코디테이트를 해서 찍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컨셉은 ‘동물농장’이다. 북실북실한 털이 있는 신발에, 울니트바지에는 고양이가 있다. 코트는 앙고라(토끼)가 들어서 아주 가볍고 따뜻하다. 니트원피스는 알파카(낙타과 동물)소재이다. 스카프는 표범무늬에 꽃모티브, 브로치는 꽃과 나비가 난다. 컨셉이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있다. 이 패션에 아줌마들(대학교수와 직원들)이 열광을 했다. 아저씨들 주목을 받는 건, 그냥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걸로 끝나지만, 아줌마들은 확실히 다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보면 아줌마들은 무조건 만진다. 내 브로치를 만지면서 내 몸도 만진다. 약간 긴장해서, 꼼짝없이 아줌마들의 맛사지 세례를 받았다. 보통 일본사람들이 남의 몸을 잘 안만진다. 그런데, 환성을 울리며 만졌다. 그리고 아주 행복해 한다. 이상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올려본다. 아무래도 내가 ‘마법사’가 아닐까…
피에스, 여기에 올리는 옷은 비싼 명품이라도, ‘바겐헌터’로서 아주 착한가격으로 산 것만 올립니다. 제가격을 주고 산건 차마 부끄러워서 못 올립니다. 표범무늬 스카프만 2001년 비행기 안에서 정가로 산건데 만엔이였습니다. 그래도 아주 많이 써서 본전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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