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9 금붕어의 외출
오늘 동경은 맑아서 따가운 햇살이 내 리쏘였다..
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이번 주는 좀 피곤했는 데, 어젯밤에 잠을 늦게 잤다. 축적된 피로는 늦잠을 자게 한다. 늦잠을 자면 오전 시간이 짧아진다. 아침에 일과인 요가를 건너뛰고 어젯밤에 담가 뒀던 흰색옷을 손으로 빨아서 널었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다시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어느새 점심때가 넘어섰다. 빌리고 싶은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 가려고 점심을 해서 먹었다. 그런데, 바깥 햇살이 아직도 뜨겁다.
도서관에 가는 길이 햇살을 받아서 뜨거워져 있을 거다. 그리고 햇살도 따가울 거다. 아직 피곤이 풀리지 않아서 길을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더운 날씨라, 헐렁한 청바지에 컬러가 있는 반소매 셔츠를 입고 나간다. 목을 가리지 않으면 햇볕에 탄다. 도서관까지는 도보로 걸어서 40분 정도 걸린다. 오후에 들어 햇살이 누그러져서 있어서 도서관까지 가는 게 힘들지 않았다.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놀고 있다. 강을 건너서 주택가에 접어드니 가는 길에 핀 꽃이 달라져 있다. 길가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고, 장미도 화사하게 피어 있다. 수국도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벚꽃나무에 열매가 익어서 떨어져서 길을 보라색으로 물방울무늬를 만들었다. 앵두가 익어서 떨어지고 어느새 매실도 익어서 노랗다. 복숭아도 다닥다닥 많이 열려 있다.
도서관에 가서 몇 가지 신문을 읽었다. 주간지도 싹 훑었다. 새로 산 책을 체크해서 읽을 책을 자리에 가져갔다. 오늘은 연극과 다큐멘터리에 관한 책을 읽었다. 아주 오래전에 봤던 인상적인 연극을 만들었던 사람이 참여한 것이었다. 그 연극을 봤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는 데, 어떤 의미에서 기존 연극과 달라서 신선한 충격이었는지는 설명을 못했다. 오늘 그 신선함에 대한 해설을 읽은 것이다. 현대미술에 관한 책도 살짝 봤다. 내가 좋아하는 달리 화집도 봤다. 스페인에 갔을 때, 바르셀로나 달리 미술관에서 부인을 모델로 그린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부인을 그린 건지도 몰랐는 데, 그림에서 화가가 모델을 사랑한다는 파장이 강하게 전해왔다. 달리는 정말로, 정말로 이 여자를 사랑했구나, 그것에 감동을 해서 눈물을 흘렸다. 화집에서 그런 걸 느낄 수는 없지만, 감동했던 추억이 생각나서 잠시 행복했다.
빌리고 싶은 책을 찾았더니 같은 번호에 다른 저자의 책이 있다. 그것도 두 권이나, 분명히 분류가 잘못된 거다. 그걸 지적해도 도서관 직원은 뭉기적 거린다. 분명히 잘못된 걸 지적해도 못 들은 척한다. 분류가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고 개선을 하면 될 걸 잘못을 인정조차 안 한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내가 가장 오래 많이 쓰고 있는 도서관이지만, 서비스는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금방 포기한다. 읽고 싶었던 책은 대출 중이라, 예약을 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어둑어둑해서 어느새 7시가 넘었다. 날씨는 선선하고 촉촉해서 걷기가 좋다. 결국, 괜히 도서관까지 간 거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좀 놀기는 놀았지만...
사진은 어제 입었던 옷이다. 금요일에는 좀 캐주얼하고 편하게 입는다. 학생들이 내 옷을 재미있어해 준다. 하늘은 찌뿌둥해서 우중충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옷을 입고 싶었는 데, 못 찾았다. 기분은 좀 피곤하고 세상과 싸우고 싶었던 심정이라, 콘셉트를 ‘조폭(야쿠자)으로 했다. 금붕어 무늬가 화려한 문신인 거다. 야, 이 문신 안 보여, 나 건드리지 마, 그런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금붕어 셔츠 속에 입었던 건 금붕어에게 산소를 제공하는 무늬가 있다. 금붕어가 숨을 쉬어야지.
가방은 기모노를 개조해서 만든 걸 샀다. 어항 속 금붕어라, 바다로 나갈 수는 없지만, 마음은 바닷가로 데려가서 넓은 데서 자유롭게 놀라고... 바닷물결 같은 무늬에 이 푸른색이 참 좋다. 이 색이 그다지 흔치 않다. 바지를 보시면 ‘조폭’ 이미지가 완성이 될 거다. 구두는 흰색으로 요트에서 신는 걸 신었다. 친구는 금붕어가 예쁘다고 한다, '조폭'같지 않냐고 했더니, 화사하고 품위가 있단다. '조폭'에도 멋쟁이에 품위 있는 사람도 있겠지? 속에 입은 어항에 산소를 공급하는 걸 알려줬더니 아주 자지러졌다. 학생들에게 콘셉트를 말했더니, 폭소가 터진다. 특히 금붕어에게 산소를 공급한다는 부분에서… 왜? 있는 걸 갖춰 입어야지. 어항 속 금붕어와 외출을 하는 데, 그 정도 배려는 필요하다. 그중에는 어처구니없이 기가 막혀하는 학생들도 있다. ‘뭐, 어른이 저래도 되는 건가’ 이런 표정이다. 어쩌다가 한 사람쯤은 그래도 되는 거야. 근데, 너네는 나 같은 어른이 되면 안 된다. 오랜만에 금붕어와 외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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