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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물물교환

나는 주위사람들과 물물교환을 자주 한다. 꼭 교환할 생각은 아닌데 작은 것을 자주 주고 받는다. 어제 키위를 많이 사서 오늘 학교에 한봉지 가져 갔다. 중국연구를 하는 동료에게 줄 작정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자신이 쓰는 자료를 카피해서 남겨 줘서 답례하는 의미였다. 그 동료는 키위 알러지가 있어서 못 먹는다고 한다. 대신에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고 입가심 하라고 야콘을 한조각 줬다. 나는 과일을 항상 가져가서 먹을 때 내 앞에 앉는 그 동료에게 한조각 나눈다. 입가심 하기에 좋을 정도만 준다.


키위를 영국인 동료에게 줬다. 영국인 동료는 작은 텃밭을 가꾸는 모양으로 시금치를 심었는데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릴 적 집에서 아버지가 가족이 먹는 채소를 키웠단다. 아버지가 하는 걸 보고 나름 배웠다고 여겼는데 실제로 자신이 해보니까,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집에 감나무가 있어서 감을 많이 땄다고 한다. 떫은 감이라서 곶감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곶감을 만들면 가져 온다고 한다. 내가 가까이 살았으면 곶감 만들기를 도왔을텐데 멀어서 아쉽다고 했다. 일본에 와서 지내면서 감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키위 옆에 있는 과일 이름을 잊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양과 향이 나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아주 드문데, 길에서 만났다. 처음 본 것은 캔버라였다. 시드니에 가져 가서 방에 뒀더니 며칠 뒤에 진한 향이 진동했다.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을 잊었다. 


주말에 아는 사람네 강아지와 같이 산책을 나갈 때도 뭔가 하나 들고 나간다. 북해도에서 야채가 왔다든지 마트에서 뭘 샀다든지 조금씩 나눈다. 지난 금요일 마트에서 산 떡볶이 재료도 나눴다. 동경 어느 구석에 있는 마트에서 이런 물건을 만나기도 어려워서 본김에 몇 개 산 것이다. 포장지는 다 버리고 알맹이만 전했다. 나도 지인이 마당에서 재배한 쑥갓이나 감, 과자 등 소소한 것을 얻어 온다. 물물교환 같아서 재미있다. 


어제 도서관에 가는 길에 야채를 많이 사서 가까이 사는 직원에게 물었다. 집에 키위 있어요? 아니, 없는데요. 그럼, 이거 한봉지 드릴게요. 어머, 고마워서 어떡해요. 아니, 내가 오는 길에 많이 샀어요. 그랬더니, 나중에 다음 주에 집 마당에 있는 귤나무에서 수확한 귤을 가져 오겠다고 귓속말을 하고 갔다. 마치 대단한 비밀을 공유한 것 같다. 그 집 주변을 오가며 마당에 있는 귤나무에 귤이 많이 달린 것을 봤다. 저 귤은 맛있을까? 했는데 잘됐다. 마트에서 산 키위라면 주지 않는데 동네 농가에서 산 것이라, 나누고 싶다. 이렇게 주변 농가에서 수확한 야채를 주변에도 주고 나도 먹으면 기분이 좋다.


커피는 도서관에서 가장 친한 직원이 준 것이다. 지난 수요일에 다시 봉지에 든 것을 받아 왔다. 커피가 신맛이 강하고 뒷맛이 가벼워서 아주 상쾌하다. 


산책을 하다가 길에서 줏어 오는 것도 많다. 가을이라고 길바닥에서도 수확을 하고 있다. 길에서 줏은 것도 예쁘다고 가까이 놓고 보면서 계절을 즐긴다. 이런 예쁜 것을 줏으면 행운으로 여긴다. 가끔 이런 행운도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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