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습기를 잔뜩 머금고 흐린 날씨로 추웠다. 아침에 일어 났더니 날씨가 흐려서 춥겠구나 싶었다. 일본에서는 설과 상관이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일을 했다. 도서관이 따뜻하고 학생도 적어서 일하는 환경으로 아주 좋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집앞과 가까운 공원에 핀 매화를 찍으러 갔다. 매화는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찍는 것이 좋은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흐려서 매화가 예쁘게 찍히지 않았다. 요전날에도 매화를 찍었는데 어제 날씨가 더워서 꽃이 많이 피었을 것 같아 오늘도 찍으러 갔더니 꽃은 더 많이 폈는데, 날씨가 흐려서 배경이 아쉬웠다.
내가 주로 일하는 곳은 동경부근에 있는 대학, 국제학부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외국인 동료가 많은 편이다. 한국 신문에서 주로 보는 것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경향신문을 살짝 보고 다음을 본다. 다음에서 보면 문재인정권이나, 문재인대통령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논조를 볼 때가 있다. 요즘에는 기습적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적인 기사가 눈에 띄기도 한다. 나도 한국의 정치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문재인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지지한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모든 걸 다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재인대통령은 아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나만이 아니라, 국제학부 동료들, 국제적인 시선으로 봐도 문재인대통령은 아주 잘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에서는 경제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문재인대통령은 경제에 실패하지 않았고, 소득주도 정책의 성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젊은이들의 취업에 관해서는 세계적인 흐름이 있어서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에 고학력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다른나라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나라보다 대학진학율이 높은 것에 비해 일자리가 많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업율이 다른나라 보다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노력한다고 해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국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고 맛있는 음식과 비싼 옷, 화장품 소비가 많다는 걸 집값이 비싸서 집을 살 수가 없어서 그런 식으로 소비 해서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해설을 본 적이 있다. 해괴한 논리다. 한국이랄까, 서울의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서민들이 주택을 마련할 수 있거나, 장기 공공 임대주택이 보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서울만이 아니라, 세계 주요도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중국돈이 풀려서 부동산이 급등하는 일이 일어난 것도 있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걸, 집이 비싸서 못사기 때문이라는 해설을 한다고 일본학생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일본학생들이 코웃음을 쳤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일본사람들은 나중에 취직하면 장기대출로 집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해외여행 갈 돈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한국의 소비를 보면 경기가 좋다고 매스컴이 난리를 치는 일본에 비해 훨씬 많이 쉽게 쓴다. 일본사람들 돈이 없어서 쓸 수가 없다. 젊은 사람들 돈이 없다는 레벨이 상상도 못한다. 학생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그래도 몇천엔은 있겠지 했더니, 천엔도 없다는 말을 쉽게 듣는다.
문재인정권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는 외교다. 2018년 평창올림픽으로 시작해서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한국의 중계하는 역활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올해도 다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단지 정상들의 회담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으며, 남북한은 평화를 향해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국이 이렇게 빛나는 외교성과를 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과로로 쓰러질까봐 건강을 염려할까. 살다가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할 일이 있을 줄 몰랐다. 외교만이 아니라, 문재인정부는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가 보인다.
그에 비해 세계적으로 보면 현재 다른나라 지도자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정도로 극단적이다. 지도자에 따라 정치상황도 극단적으로 몰아 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에 대해 골수 공화당 지지자인 미국친구가 가장 거부감을 드러낸다. 오바마도 싫어 했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인간으로서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트럼프대통령의 정치스타일 또한 극단적으로 경제가 좋다고 하지만, 미국적인 가치를 쳐부수고 있다고 화를 낸다.
영국인 동료는 브렉시트 투표 때, 모두가 긴장했다. 설마, 그런 결과가 나올리가 없다고 했던 결과였다. 영국인 동료는 캐나다 국적을 따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후로도 영국이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는 어떤가, 젊은 지도자 마크롱이 얼떨결에 대통령이 되어서 독일과 손을 잡고 유럽을 이끌 것으로 봤는데,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국내외적으로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에서는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우파 포퓰리즘에 의한 정책으로 외국인을 배척하고 현실적인 대안도 없이 EU를 탈퇴하겠다며 극도로 흔들려서 국민들이 불안하다. 유럽 일부에서는 높은 실업율과 경제가 안정되지 않아서 우익들이 대두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익'은 이전에 말하는 '보수'와는 달리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네트우익'처럼 '혐오'를 조장하고 사회적약자나 외국인에게 '헤이트스피치'를 하면서 사회를 분단하고 파괴하는 사람들을 일컸는다. 일본에서 보면 '조폭'이나 '양아치' 같은 사람이다. 진짜, '조폭'이나 '양아치'가 아닌, 그런 '반사회적인' 부류의 사람이 늘어났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학력이 높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을 보면 아베정권이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아베정권의 정치는 극과 극을 왕복하며 '조작'은 식은 줄 먹기고, 사법부와 매스컴을 장악해서 정권에 대한 비판도 못한다. 속으로는 엉망진창이라서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아베정권이 모든 걸 잘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참담하다. 가장 못하는 것이 외교다. 바쁘게 외국에 많이 돌아다니지만, 성과를 모르겠다. 그래도 자민당은 계속 정권을 잡을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에 들어 갔다.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적당하게 잘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정된 정치와 중국의 경제력으로 인해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미국과 같은 역활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도 푸틴대통령이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높다고 한다. 러시아의 경제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주변국가에 대해 영향력이 크지만 국제적으로 그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은 예전보다 적어진 느낌이 든다. 국내경제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중요한 상대인 미국과 일본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한국에 문재인대통령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일본동료는 감사하고 있다. 미국친구나 영국인 동료, 일본동료도 문재인대통령을 신뢰하고 희망을 걸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 중국과도 문재인대통령이 지혜롭게 잘 풀어 나가서 세계평화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믿고 존경한다. 문재인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는 일본동료는 아베총리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긴다. 만약에 내가 문재인대통령에 대해 비판한다면, 내가 욕을 먹을 것이다. 네팔아이도 문재인대통령은 훌륭하신 분이라고 믿고 있다. 국제학부 동료들이 한국에 문재인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며 부러워한다.
국제학부에서 일하는 외국인 동료들은 자기네 나라 정치상황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잘하지 못해도 좋으니 못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긴다. 도저히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지도자들이 나타나서 미친듯한 정치를 펼쳐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는 걸 보고 제발 '정상적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어렵고 힘든 길을 가고 있다. 북한과 관계도 지금까지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까지 품고 '덕치'를 하려는 문재인대통령을 보면서 가능할까? 생각한다. 지금 한국에서 '보수'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미친듯이 문재인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덕치'로 품을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문재인대통령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시점에 있다는 걸 행운으로 여긴다. 문재인대통령이 가려는 어렵고 힘든 길을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는 걸로 안다. 그렇다면 새로운 길이 생기는 것이다.
사진은 맑은 날 찍은 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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