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2 배우가 정치가로
오늘 동경은 흐리고 더운 날씨였는 데, 저녁에는 비가 왔다.
요즘 학기말이라, 학기말에 찾아오는 증상으로 기분이 별로다. 일종의 학기말 증후군이라 할까, 뭐 그런 게 있다. 나만이 아니라, 동료들도 같은 증상으로 앓는다. 예를 들면 ‘교육이 뭘까’, ‘어떤 게 바람직한 교육인가’,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걸까’등 고민한다. 고민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말은 않더라도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전혀 고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내가 아는 친구들은 아직도 고민을 한다. 나는 고민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실제로는 일본 대학에서 하는 일중에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그리고 그다지 평가를 받는 일이지도 않다. 그래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주에 후배와 같이 밥 먹으러 가서 성토대회라도 해야지.
어제는 집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호주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 데, 참의원 선거 결과가 나온다. 자민당이 압승을 했다는 게 아닌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궁금해서 밤 11시가 선거 결과를 보려고 TV를 켰다. 보통은 TV를 보지 않는 데, NHK 속보를 봤다. 자민당이 이겨도 너무 이겼다. 아니다, 민주당이 져도 너무 진 거다. 아주 처참하게 졌다. 처참하다고 할 수도 없다. 민주당이 열심히 싸우질 않았으니까. 유신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대표인 하시모토 씨의 위안부에 관한 발언 등을 계기로 급격히 인기가 떨어졌다. 원래, 그 들이 급격히 인기가 올라서 부풀어 올랐던 것이 가라앉은 것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연립을 유지한단다. 자민당은 헌법을 개정하고 싶고, 공명당은 헌법 개정을 하고 싶지 않다. 자민당이 압승을 해도 헌법 개정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숫자여서 민주당 소속 개헌을 지지하는 의원을 설득하려 한단다. 자민당의 압승을 보니, 참으로 숨이 막혀온다. 현상태가 좀 강경하게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라고 경기가 좋아졌다고 매스컴에서 난리를 피우는 데, 사람들은 경기가 좋아진 것을 실감할 수가 없다. 오히려 물가가 오르고 세금이 올라가는 데… 사람들이 나는 경기가 나빠도 세상은 경기가 좋은 가 봐, 내 경기가 안 좋은 건 내 탓이야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의 경기만 좋은 것은 경기가 좋은 게 아니다. 택시를 타서 물어봐도,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을 못 느낀단다. 이렇게 돈을 풀어서 경기를 띄워 놓으면 뒷감당을 어쩌라고 이러는지, 뒷감당이야 어쨌든 지금 경기가 좋다는 기분에 취해 있고 싶은 건가? 모르겠다, 원래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오늘 오전에 학교도서관에 가려고 준비를 했다. 도서관에 가서 신문들을 다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다. 정오뉴스를 기다리다가 보고 학교를 향했다. 미련스럽게도 가장 뜨거워지는 시간에 외출을 한다. 어쩔 수가 없다. 신문을 보고 확인해야 하니까.
평일날에 도서관에 가는 일이 없는 데, 오늘은 학생들이 많았다.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갔더니 시험기간이라 앉을자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시험기간이라고 도서관이 꽉 찬 걸 보니, 웃음이 나온다. 도서관이 이렇게 꽉 찬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새로 온 책들을 훑어보고 가져간 책을 읽고 반납을 했다. 시험기간이라, 보통 책은 못 빌리니, 빌릴 수 있는 책 만 빌렸다.
신문을 읽었다. 별로 새로운 게 없다. 그냥, 그렇구나. 세상이 어지럽고 답답하다. 숨이 막혀온다. 일본 정국은 어디로 향하려나, 도대체 뭔가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원전은 재가동을 하겠지? 원전이 멈췄어도 괜찮았는 데, 다시 원전이 돌아가겠지... 경제, 경제 하면서... 마치 원전이 돌아가야 경제가 발전할 것처럼 세뇌를 시켜 놓았다.
작은 변화가 있었다. 지진이 있고 난 후에 탈원전을 주장하고 활동하던 배우 야마모토 타로가 무소속으로 참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작년에도 스기나미 구에서 중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화요일에 가까운 데서 선거 유세하는 걸 들었다. 다른 후보자와 달리 귀에 말이 들어온다. 이 전과 아주 달라졌다. 어떻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맞아 들었다. 선거운동의 프로를 영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 데, 당초 300명 정도 예상을 했는 데, 1200명 넘게 왔단다. 오늘 도쿄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니 많은 여성 지지자에 둘러싸여 있었다. 트위터의 팔로워도 아베 수상의 15만 보다 더 많은 20만이라고 한다. 작년까지 선거운동을 유튜브로 보면 어설펐다. 그러나 올해 선거운동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본 인터뷰를 보면 딱 틀이 잡혀 있다. 보통사람들이 들어도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이 먹히게 다듬어져 있었다. 다행이다. 이런 변수가 있어서. 매스컴에 주목을 받으면,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숫자 이상의 큰 힘이 되니까, 그 걸 무기로 시민을 생각하면서 활동해 주길 바란다. 그의 옆머리에 생긴 원형탈모를 보면서, 저렇게 섬세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견뎌낼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내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일찍이 눈여겨보았고, 마음으로 응원했다. 숨 막히는 세상이 숨통을 뚷어주는 역할을 기대한다.
실은 또 한 사람을 주목하고 있었다. 녹색당 후보인 뮤지션 미야케 요헤이였다. 내가 아는 친구가 응원을 한다고 페북을 통해 알고 유튜브를 통해서 활동을 봤다. 원래 야마모토 타로를 응원하던 사람인 데, 이번에 참의원에 비례대표로 나온 것이었다. 야마모토 타로는 어떻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다지 걱정을 안 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에 유튜브로 본 미야케 요헤이를 보니, 전혀 새로운 타입이었다. 그리고 아주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정치가에게 볼 수 없었던 타입이었다. 그러나, 그의 선진적인 메시지가 대중에게 과연 먹힐까? 투표는 기본적으로 인기투표라고 본다. 그러나 정치는 팬들 만이 투표를 하는 게 아니니까, 대중에게 먹히게 메시지가 전해져야 한다. 즉, 자신의 생각을 알기 쉽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마모토 타로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저돌적인 면이 있다. 바로 이 점이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한 게 아닐까? 그에 비해 미야케 요헤이는 훨씬 머리가 좋고 세련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보기에 문제점은 ‘세련된’ 것에 있었다. 선거운동은 전혀 ‘세련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쩌면 단순 반복 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케 요헤이의 공은 크다. 선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선거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선거운동이라는 게, 이렇게 멋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줬다. 잠시나마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새로운 움직임이다. 미야케 요헤이 씨, 제가 선거권은 없지만, 응원합니다. 다음 선거에도 나와서, 선거운동이 매력적이라는 걸 보여주세요. 그리고 숨통 트이는 세상을 같이 꿈꾸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