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2 살인적인 폭염 1
오늘도 동경은 덥다. 지금까지 경험한 더위 중 베스트 쓰리에 들 정도로 덥다. 참고로 내가 경험한 최고기온은 시드니에서 44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베스트 쓰리는 높은 기온이 아니라, 힘든 더위다. 시드니나 캔버라는 동경 보다 훨씬 기온이 올라가지만 이렇게 괴롭지는 않다. 오늘 동경 최고기온이 38도로 최저기온이 일기예보상 27도인데 밤 11시가 지난 지금도 29도다. 집안 열기가 식지 않는다. 오히려 바깥이 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제 예보로는 최고기온이 36도라고 해서 그러려니 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침부터 기온이 올라가는 폼이 심상치 않았다. 아침 9시에 벌써 32도까지 올라갔다. 36도가 넘겠구나, 적어도 37도가 되겠다 싶었는데 38도라고 한다. 최저기온까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녁에도 밤 8시에도 32도였다. 9시에 30도가 되었다. 오늘 저녁에 만 베란다에 물을 몇 번이나 뿌렸는지 모를 정도다. 내가 사는 주변에 자연이 많아서 웬만한 더위는 견딜 수가 있다. 그런데 오늘 더위는 예사 더위가 아니다. 청소는 포기하고 마루만 걸레질을 했다. 세탁도 오후에 했는데 큰 타월과 시트도 빨아서 널었더니 한 시간도 안 지났는데 바싹 말랐다. 오래 걸어 두면 세탁물이 삵을 것 같은 햇볕이었다.
최고기온이 35도가 넘는 폭염이 열흘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날씨가 더워도 저녁에는 비가 와서 기온이 좀 내려갔다가 다시 기온이 오르는 식으로 변화가 있는데 올해 여름 더위는 전혀 다르다. 저녁에 비가 오지 않아 더위가 식지 않는다. 거기에 다음 날 다시 태양이 빛을 내리쬐서 덥히고 있는 셈이다. 내일도 최고기온이 38도라고 한다. 열대야도 폭염과 같이 열흘이 넘었다. 일기예보를 보면 최고기온이 35도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다음 주 금요일 이후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35도를 넘는 폭염이 15일을 넘고 열대야도 15일을 넘게 된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창문을 열었다. 그 시간에는 바람이 좀 불어서 기온이 높아도 좀 선선하게 느꼈더니 바람이 멈추고는 밤이 되면서 푹푹 찌는 더위가 되고 말았다.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서 저녁에는 기분전환 삼아 밖에 나가서 야채라도 사러 가려고 했더니 도대체 바깥에 나가기가 무서운 기온이었다. 교외, 그것도 나무가 많은 곳에 살고 있는 곳이 이렇다면 시내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오늘은 자료를 보면서 블로그를 올리려고 준비했는데 도저히 전등을 켜고 싶지 않다. 집안에는 냉장고와 컴퓨터를 켜서 열기가 있다. 가능한 다른 걸 쓰지 않고 싶다. 내일은 아침 일찍 그래도 9시가 넘지만 도서관에 갈 것이다. 아침 9시 기온이 32도로 나와서 솔직히 무섭지만 도서관에 가야 한다. 책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는 것은 도보로 가야 한다.
오늘 집에서 지내면서 이런 더위에 사람들이 견딜 수가 없겠다는 걸 느꼈다. 문제는 이런 폭염이 계속되는 데, 아직 학기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강의가 있다. 시험은 그다음에 시작된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들이 힘이 없는데 이 더위를 어떻게 견딜지 모르겠다. 평범한 생활을 목숨 걸고 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 몸에서 낯선 냄새가 났다. 왜 이런 냄새가 나지? 생각했더니 어제 생성을 먹어서 그런 모양이다. 오늘은 아침과 저녁에 어제 끓인 생성국을 먹고 지냈다. 내일도 비슷한 냄새가 나겠지. 냉장고에 과일과 야채가 많아서 하루 종일 과일을 먹고 찬물을 마셨다. 내 인생에서 하루에 소비한 얼음이 가장 많았던 하루였다.
다음 주 종강을 하면 여름방학이 된다. 학생들에게는 시험기간이 있어 여름방학이 되는 것은 더 늦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들이 생기가 없이 지내는데 폭염이 지속되니 더 힘들겠다. 더위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렇게 폭염이 계속되면 정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닐까? 비상조치로 방학을 앞당기거나, 수업을 단축하거나, 회사를 쉬거나 뭔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죽어난다.
서일본 호우피해를 입은 곳에서도 복구 작업을 하는 소식이 계속 올라온다. 거기도 무척이나 더운 곳이다. 하지만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서 호우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자연재해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 날에 산행을 하려고 모인 나이 든 사람들을 보면 이런 날씨에 꼭 산에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폭염이 계속되는데 냉방시설이 없는 체육관에서 어린이와 체육수업을 해서 아이들이 쓰러지고 죽는 사태가 일어나는 걸 들으면 화가 난다. 아이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는 제정신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하는 것인가? 자연재해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은 사람들이 살고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지난 목요일 친한 동료와 인사가 이번 주도 살아남아서 다음 주에 또 보자고 했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남기 위해서 견디는 것 같다. 살아가는 일상이 참 아슬아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