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3 에어컨을 사?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간 뜨거운 날씨였다. 밤에 정말로 잠깐 비가 뿌리고 지나갔다. 비가 너무 적어서 뜨거운 지면에 물을 살짝 뿌려서 더 더워졌다. 비가 좀 많이 왔으면 좋았는데.......
이번 주는 채점을 하느라고 매일 도서관에 채점 자료를 짊어지고 가서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 한 과목 채점을 마치고 내일로 채점을 다 마칠 것 같다. 어제까지 도서관이 꽉꽉 찼는데 오늘은 한산했다. 학생들 시험이 어제까지 대부분 끝난 모양이다. 내일도 도서관에 가서 채점을 하면서 지낼 예정이다. 일요일에도 도서관이 열린다니 집이 더우면 도서관에 가서 지내도 된다.
지금 한국도 폭염이라고 전기세가 무서워서 에어컨을 못 켠다는 기사를 접해서 왜 그럴까? 전기세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 궁금했다. 전기세가 나온다면 냉방보다 난방이 훨씬 많이 들 것 같은데. 나는 잘 모른다. 실은 나도 내 주위 사람들도 에어컨이 없이 지내는 사람, 에어컨을 켜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 나는 여름방학이 되면 외국으로 날라서 이렇게 뜨거운 여름을 지내는 일이 많지 않아서 에어컨이 없다. 올해도 폴란드로 나를 예정이었는데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게 늦어서 너무 비쌌다. 거기에 써야 할 글을 쓰지 못한게 있어서 남아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인터넷으로 에어컨을 검색해 봤다. 필요하면 사야 할 것 같아서다. 기왕 사려면 좋은 걸로 사서 스트레스 없이 쓰는 것이 좋으니까. 일본에서는 방크기와 건물이 목조인가 철근 콘크리트인가에 따라서 정해진다. 내가 산다면 철근 콘크리트 다다미 열 장짜리에 맞는 걸 사면된다. 오늘 가격을 봤더니 에어컨으로는 가장 쳐주는 메이커 것이 10만 엔 정도였다. 한 곳에 오래 살면서 냉난방을 해결한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사실 에어컨처럼 부피가 있는 물건은 사기가 부담스럽다. 사면 설치하는 공사를 해야 하고 이사할 때는 원상복구도 필요하고 간단히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귀찮다.
그런데 한국에서 본 에어컨은 거실 구석에 큰 것이 서있는 걸 봤다. 일본에서는 본 적이 없는 타입이다. 일본에서는 주로 벽에 걸려 있거나 천정에 붙어 있다. 주택에는 벽에 걸려 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전력소비가 에어컨 종류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에어컨 온도를 그다지 내리지 않는다. 바깥 온도와 너무 차가 나면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나도 이전에 이사해서 집에 새 에어컨을 사서 단 적이 있다. 7년 동안 단 한 번도 쓰지 않아서 이사할 때 인도 사람이 와서 얻어 갔다. 그 사람은 냉장고에 세탁기등 가전제품에 식탁 등 가구까지 세트로 다 얻어 갔다.
올여름은 일본도 특별히 덥다. 폭염이 일찍 시작해서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낮에는 학교나 도서관 냉방속에서 일을 하지만 집에서는 웬만하면 냉방을 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냉방이 필요하다면 에어컨을 사야 한다. 일본에서는 냉난방을 주로 에어컨으로 해결한다. 나는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싫어한다. 냉난방 둘 다 에어컨으로 해결하기에 쾌적하지 않아서 에어컨을 사지 않았다. 난방은 히터를 쓴다. 난방은 있는 셈이다. 히터도 약하게 켜지만 전기세가 평소 두 배 나온다. 여름에는 선풍기를 쓰는데 선풍기도 많이 쓰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 놓고 모기향을 피우고 지낸다. 내가 사는 곳이 공원에 둘러 싸인 환경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에어컨을 사는 것보다 여름방학이 되면 외국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 훨씬 신날 것 같다. 내년 여름은 폴란드로 도망갈 것이다.
매일 채점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많다. 오전에는 연꽃이 핀 것을 보는 것이 낙이다.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일 야채 무인판매에 들러서 제철 야채를 보고 살 것이 있으면 사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매일 간다고 살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께는 블루베리가 나와서 아홉 상자를 외상으로 싹쓸이했다. 어제는 외상값을 갚으러 갔다. 오늘은 참외와 오이를 샀다. 블루베리가 한상자에 100엔이고 오늘 산 것도 합쳐서 500엔이었다. 신선한 제철 야채와 과일을 착한 가격으로 사는 것이 소소한 기쁨을 준다. 요즘은 이걸로 버티고 있다. 내일로 채점이 끝나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학생들도 이번 주가 시험기간이었다. 폭염 속에서 아이들이 너덜너덜해져서 다니고 있었다. 너도 나도 폭염속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여름을 버티자!
오늘 야채를 사러 가는 길에 본 토마토가 예쁜, 토마토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작은 텃밭과 내가 산 참외와 오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