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8 드디어 여름방학
오늘 동경 날씨는 선선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 베란다를 기준으로 본 햇살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어제 만해도 뜨거운 햇살과 환경미화작업을 하는 전기톱소리로 더운데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매미울음도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다. 그 매미들도 요새는 죽어서 스스로 박제가 되어 여기저기 뒹군다. 어젯밤에는 그 중 한마리가 방에 들어와서 맴맴 울어댔다. 정말로 시끄럽다.
내가 사는 주위는 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엊그제 세어보니 주위 공원이 7-8개 된다. 그 중에는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공원도 있다. 요새는 가까운 야외수영장도 개장을 했을 것이다. 공원에 공터가 많이 있어서 자연이 남아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덥다는 올여름도 집에 있을 때는 그다지 더운줄 모르고 지내는 편이다. 나는 에어컨이 없다. 그 전에 에어컨을 샀는데 6년 이상 집에서 한번도 쓴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아예 안 샀다. 올여름 해외로 도망갈 계획을 일찌기 세우지 못해 더운 여름을 대비해 7월에 선풍기를 샀다. 그런데 그 선풍기도 아직 세 번 정도 밖에 쓰지 않았다. 그 것도 꼭 쓸 필요는 없었는데, 신쥬쿠에서 사서 들고 온 생각을 하니, 그래도 몇 번은 써야 할 것 같아서 썼다.
자연이 풍부하다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 놓으니 수시 때때로 각종 벌레가 날아 들어온다. 날아든 벌레 중에는 내 방에서 수명이 되어 죽거나, 허가도 없이 살거나, 배설을 한다거나 제 맘대로 다. 오늘 아침에 청소를 하다 보니 세면대 옆에서 사마귀가 뱀처럼 허물을 벗은 게 나온다. 베란다나 책꽂이에서 박제된 매미가 나오는 일은 아주 흔하다. 저녁에서 아침까지 모기향을 피운다. 요새는 방이 아예 모기향 냄새에 쩔어서 커튼에서 모기향 냄새가 난다.
벌레를 싫어하는 내 친구는 이 무더운 여름 5층짜리 아파트 꼭대기에 살면서 벌레가 들어오는 게 무서워서 창문을 못 연다. 에어컨도 안 켜고, 선풍기도 없다. 마치 극기훈련이라도 하듯이 산다. 찜통더위라 나는 친구집에 놀러가기 싫다. 물론 친구가 우리집에도 놀러 오지 않는다. 벌레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계절에는 오기 싫어한다. 벌레를 얼마나 싫어하냐면, 벌레라는 단어조차 싫어한다. 아예, 벌레를 화제로 하면 절대 안 된다. 그래서 선선한 시간대를 골라서 중간에서 벌레걱정을 하면서 만난다. 요새는 어디에나 모기가 있어서 계속 움직여야 한다. 아줌마들도 좀 웃긴다.
오늘 오전에 청소를 했는데, 온 집안에 걸레질을 했다. 그동안 창문을 열고 살아서 알게 모르게 먼지가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선선한 날씨를 핑계로 걸레질을 두 번씩이나 했더니 발밑이 사락사락하니 기분이 좋다.
오늘 드디어 채점과 성적 입력을 마쳤다.
어제까지 채점을 하면서 이런저런 감정에 휘둘렸다. 역시 좋았던 강의에서 나온 좋은 리포트를 읽으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이런 행복감도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행복감이 따뜻한 물처럼, 나를 감쌌다. 행복감이라는 물이 부풀어올라 넘쳤다. 나는 넘치는 물에 몸이, 감정이 출렁였다. 눈에서 눈물도 부풀어 올라서 흘러넘친다. 학생들이 대단하다. 성적이 우수한, 좋은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정감이 있다고 할까, 그런 것이다. 나에게 이 강의는 학생들 감상문을 읽으면서 역에서 울게 만들더니, 학기말에는 이런 체험도 시켜주었다. 고맙다. 나를 인간교육시킨다.
채점을 끝내 자축하는 의미에서 수박을 먹었다. 학기말이 끝나고 채점을 하면서 반성을 한다. 시원섭섭하다. 내일은 책상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지… 여름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