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6 참외를 찾아서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5도나 되는 뜨거운 날이었다. 아침에 인터넷으로 일기예보를 봤을 때는 최고기온이 34도였다. 요즘은 채점을 하는 게 주된 일이라,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자료를 들고 도서관에 갈 준비를 했다. 어제저녁에 도서관에서 돌아올 때 야채를 사러 갔더니 참외가 있었다. 벌레 먹고 말랐다고 싸게 세 개에 100엔을 주고 샀다. 야채를 내는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요새 참외를 낸다고 들었다. 참외가 한국 참외와는 다르다. 사실 맛이 별로 없다. 그래도 참외라고 해서 나오는 계절이 되면 찾아서 사다 먹는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일을 일찌감치 마치고 나섰다. 도서관을 나오면서 직감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이 나다니면 안 될 정도로 높은 온도라는 것이다. 아침에 본 일기예보보다 체감 기온이 높다. 최소한 35도는 넘은 온도로 40도에 가까운 걸 느꼈다. 특히 학교 주변이 주로 벽돌이라, 기온이 높으면 벽돌이 열을 흡수해서 벽돌이 달구어진 상태다. 최고기온이 35도가 넘으면 체감하기엔 달구어진 오븐 속 같다. 아차 했다가 내가 오븐에서 통구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통구이가 되어도 처치곤란이라, 다른 문제가 생긴다.
도서관을 나서는 것은 보통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4시가 넘어서 나온다. 어제 야채를 사러 5시쯤에 도착했더니 문을 닫고 있었다. 남은 참외도 불쌍하게 생긴 것뿐이었고, 토마토는 자체적으로 죽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아침에도 도서관에 가면서 참외가 궁금해서 야채파는 곳에 들렀다. 아침에는 어제 저녁에 본 그대로 새로운 야채는 하나도 없었다. 참외는 오후에 있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에서 일찍 나온 것은 참외를 사기 위해서다. 3시가 넘어서 나왔더니, 도서관에서 오븐 속으로 들어간 격이 되고 말았다. 도서관에서 충분히 식은 몸인데도 오븐처럼 느꼈다. 그냥 걷기로 했다. 내가 위험함을 느낀 것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조용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길가에는 사람이 없고, 지나는 차도 드물었다. 그래, 사람들이 활동을 하면 안 되는 기온이야. 야채파는 곳에 갔더니, 참외가 10개 놓여있다. 시원치 않은 것도 있었지만, 다 사서 들고 왔다. 도서관에서 야채파는 곳에 들러 집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다. 집에 도착할 쯤에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등에는 채점자료를 잔뜩 지고, 손에는 참외가 열 개나 든 무거운 가방이 들렸다. 참외에 목숨 걸 이유는 전혀 없다. 사실 참외라고 하지만, 과일이라기보다 야채에 가까운 맛이다.
참외가 한국에서는 계절을 막론하고 흔한 것이겠지만, 동경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마트에서 다른 이름으로 팔고 있지만, 맛도 다르고 비싸다. 한국의 참외처럼 만만한 것이 아닌 것이다. 내가 사는 것도 한국에서 먹는 참외와는 다르다. 그래도 참외급이라서 찾아서 사는 것이다. 참외에 대한 의리 때문에, 주변에서 참외를 찾았다. 이번 주말은 참외를 먹는 주말이다. 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