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맑았다가 늦은 오후가 되면서 흐린 날씨로 변했습니다. 저녁이 되면서 찬기운도 올라옵니다. 교실은 볕이 발라 더워서 창문을 열고 수업을 했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폴란드 선생과 같이 버스를 타서 수다를 떨면서 왔습니다. 제가 월요일에 담근 색감이 예쁜 피클을 가져다 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십니다. 지금 폴란드에서 아들 내외분과 손자가 와서 같이 지내는데 시차적응을 못해서 손자가 밤에 깨고 그렇답니다. 손자와 아주 가까워서 피곤하지만 행복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폴란드 선생과 수다를 떨면서 알게 된 것은 외국인이 동경에 오래 살면서 느끼는 공감대가 참 많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렇겠거니, 아니면 내 성격탓인가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 선생은 40년 이상 살았고 나는 33년을 살았으니 오래 살았는데 시간이 갈 수록 안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어중간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면 동경에서는 알게 모르게 항상 긴장합니다. 마음을 푹 놓고 쉴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말도 모르고 물도 선 처음 가는 외국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그 선생이나, 저도 방학이 되면 외국 나가서 지내면서 피로를 풀지 않으면 일을 계속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동경 상황이 외국인만 힘든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만나는 일본인 선생도 일본을 떠나고 싶다면서 나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지금 안식년으로 오스트리아에 가 있는 교수 친구도 일본을 떠나 지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른다고 합니다. 주로 대학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남성들도 공감할지 몰라도 솔직히 표현을 못하겠지요. 대학에서 일하는 것은 자유롭고 제한이 적은 직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회에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지요. 현재 일본의 상황을 고학력 여성들이 더 못 견뎌합니다.
나는 외국인이라면 몰라도 일본인 선생도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고 있다는 걸 잘 몰랐네요.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스트레스를 느끼겠지요. 나는 웬만한 일본인 보다 인간관계가 넓어서 아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는 정말로 드문 것 같아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죠. 오래 산 동경 보다 짧게 산 호주에 친구가 더 많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폴란드 선생도 같은 말을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본사람들을 많이 사귀었고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대접도 많이 했지만 자기네 집으로 초대하는 법이 없었다고 하네요. 너무 잘 압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은 아는 사람들과 만나서 식사하고 집에 돌아와서 피로를 느끼는 것 보다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시간과 비용과 신경을 쓰고 집에 돌아와 뭐하고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저도 똑 같이 생각합니다. 즐거운 시간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그렇다고 그런 만남을 통해서 뭔가 얻을 생각도 없거든요.
지금 폴란드 선생을 보고 아들이 잔뜩 찌뿌린 얼굴을 하고 다닌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고....저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일본사람들도 우울한 얼굴을 하고 다니지 않느냐고, 사회가 그런 분위기니까, 나도 모르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일본에 있으면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나쁜 일만 있다는 것이지요. 폴란드에서는 일을 마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친구와 수다도 떨고 한답니다. 저와 둘이서 카페에서 차를 마실 돈이나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닌데, 수다를 떨 친구가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일만 하는 것 같다고, 즐거움이 없다고 하네요.
저는 요새 화, 수, 목 연달아 3일 강의를 나가면 이름도 모르는 남성 동료에게 반갑지 않은 특별한 시선을 받습니다. 말로 할 수는 없고 확실히 불쾌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자신도 싫은데 남이 보면 더 싫겠지요. 하지만, 내가 말을 하면 더 이상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라, 그런 시선이 불쾌하다는 얼굴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일을 하는데만 집중하고 싶은데 쓸데없는 부담까지 껴안아야 되니 정말로 피곤하고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마음 편히 수다를 떨 수 있는 여성 동료가 너무 반갑습니다. 내가 당하고 있는 상황을 다른 사람들은 모릅니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성희롱이라 해도 '문맥'을 모르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성희롱을 모를 정도인 것도 많습니다. 물론, 이지메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하루 강의를 하면 주말이 됩니다. 내일은 강의가 가장 많은 날이라서 피곤합니다. 강의가 4개나 있는데, 짜증나는 시선이 없는 날이라, 좋습니다. 학생들이 문제가 아니라, 항상 선생들이 더 문제입니다. 주말이 온다는 것이 좋고, 방학이 온다면 더 좋고, 학기가 끝나면 시원하겠지요.
이번 주에 읽고 있는 문재인대통령의 책 '운명'이 참 좋아서 읽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내가 몰랐던 노무현대통령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일본이 이렇게 암울할 때, 한국에 이런 대통령이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한국사람들은 일본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자유로운지 행복한 상황인지 모르겠지요. 정치가들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대통령이 국민을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일본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사람들 일부는 정말로 문재인대통령과 한국의 자유스러움을 정치의 역동성을 부러워합니다. 다른 것도 비교할 수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렵니다.
사진은 기분이라도 환하게.....화려한 색감의 상사화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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