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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19 유학생 케어 없다!

오늘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누계 4,335명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20대 감염자가 많아 29%를 차지하는데 신천지 관련 젊은 여성이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압도적으로 중년 이상의 남성이 대부분이다. 중증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고령자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젊은 여성이나 아이가 감염되었다면 드문 뉴스가 된다. 전염되는 루트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다른 모양이다.

 

오늘 동경은 기온이 낮고 흐리며 비가 촉촉이 내리면서 추운 날씨였다. 월요일에는 항상 도서관에 가는데 오늘은 가지 않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초중고 휴교 명령을 내릴 정도로 코로나19 감염에 비상이 걸렸다면 도서관이 문을 닫을 줄 알았은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솔직히 대학은 지금 방학 중이고 보통은 이 시기에 책을 정리하느라고 며칠 열람실을 닫기도 한다. 도서관을 이 주일 정도 닫는다고 해서 별 지장이 없는데도 방역도 하지 않지만, 아예 닫을 생각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과 세계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항상 뜨뜻 미지근한 상태의 대학을 보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느낌이 든다.

 

오전에 컴퓨터를 켜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가 많이 떴다. 일이 간단하면서 시급도 아주 비싼 광고로 보아 휴교 명령으로 빠진 인력을 보충하기 위한 아르바이트가 아닌가 했다. 일하는 기간이 2주나 한 달이라고 나왔으니까, 아마 내가 상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일을 쉬어야 하는데, 일을 쉴 수 있는 사람과 그 빈 구멍을 메꾸기 위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전염병에 감염될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찾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대란이라고 난리를 치지만 일본에서도 한 달 이상 전부터 마스크 대란이다. 단지 사람들이 떠들어 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비싸게 온라인으로 구입한다던지 가족을 동원해서 구입하는 등 각자도생으로 버티고 있다. 나도 마트에 갈 적마다 마스크를 사려고 보지만 항상 텅텅 비어서 한 달 이상 보질 못했다. 유튜브에 마스크를 만드는 영상이 많이 올라온다. 한 달 전에는 거즈와 고무줄 끈을 재료로 해서 수제 면 마스크를 만드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 후로는 마스크 재료가 시중에서 바닥이 나서 거즈는커녕 고무줄도 없어졌다. 그래서 마스크 재료가 점점 다양해진다. 쿠킹 페이퍼, 키친타월, 냅킨, 커피 필터, 부직포, 행주, 수채 구멍에 넣어 음식물 쓰레기를 거르는 부직포 등 무엇이든 입수할 수 있는 재료로 마스크를 만들라고 한다. 마치 전시상황이다. 그 영상들이 조회수가 몇십 만을 넘는다. 어제 올라온 손수건을 사용하는 마스크도 하루만에 조회수가 25만이었다. 거기에 인상적인 댓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마스크가 부족하면 대용품을 만들어 쓰면 된다.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난리 치는 나라와 일본은 다르다. (마스크를 만드는 우리는) 얼마나 일본답게 아름다운가" 한국에서 마스크에 대해서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마스크가 부족해도 정부에 불만도 표출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마스크가 부족한 상태를 지적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될 정도다. 그러면서 눈치가 있는 사람은 조용하게 재빨리 많은 것을 사재기한다. 내가 친한 이웃도 한 달은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식료품을 쟁여 놨다고 했다. 나도 국수와 쌀이 있고 건어물과 냉동고에 가득한 생선과 버섯에 야채도 많이 있으니까, 한 달은 못해도 2주 이상은 견딜 수 있다. 나는 사재기한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이 쌀 때 많이 사두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것뿐이다. 그래도 단조롭지 않은 식사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주식이라서 아무리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마트에 간다. 계절을 느끼고 싶어 무인 야채 판매에 가서 신선한 제철 야채를 사는 생활이다. 

 

일본 대학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유학생에게 어떤 대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내가 관계하는 대학 네 군데 홈페이지를 봤다. 대학이 좀 다르지만 수도권에 있으니까, 동경의 대학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우선 유학생을 지칭하는 대학은 한 곳 밖에 없다. D대학은 일본 학생으로만 정원을 채우기가 힘들어져 근래 유학생을 많이 유치해서 10% 이상이 유학생이다. 이 대학에서 중국 유학생에게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에 가면 일본에 돌아오기 힘드니까, 중국에 가지 말라고 한다. 만약, 중국에 다녀오면 2주 동안 대학에 오지 말고 집에서 지내라는 지시다. 동경에서 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C대학의 경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과가 있지만 유학생을 의식한 안내가 없다. 국제학부가 있는 B대학에서도 유학생을 의식한 안내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B, C, D대학은 졸업식 규모를 축소한다는 안내문을 냈다. 

 

내가 도서관을 사용하는 A대학은 상위권 명문 사립대학으로 작년에 국제 경영학부와 국제 정보학부를 개설했다. 우연히 유학생을 만났더니 일본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학부에서 영어로만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영어로 된 책을 찾는 걸 도우면서 봤더니 책장이 내 방에 있는 책장 두 개 정도 밖에 책이 없어서 정말로 깜짝 놀랐다. 학생이 과제를 위한 지정도서가 몇십 년 전에 출판한 일본 전통문화에 관한 것이라, 현기증이 났다. 아마, 유학생의 조부모 세대가 대학생일 때 출판된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주 대책이 없이 학부를 설립해서 유학생 위주로 받았구나. 아무리 학부가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해도 도서관에 있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이 영어가 통하지 않는데 그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나? 싶었다. 사립대학에 비싼 등록금을 받고 남의 나라 학생을 받았으면 이런 비상시국에 유학생을 배려한 케어를 해야 한다. 국제 교류센터라고 유학생 전담하는 부서도 있는데, 아예 전혀 유학생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대단하다!

 

오전에 홈페이지를 봤더니, 후기 입시 모집 중이었다. 유학생은 둘 째치고 입시생에 대한 배려가 있나 싶어 봤는데 전혀 아무것도 없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전염이 확산한다고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강행한 일부 교회와 닮아서 씁쓸했다. 대학에서 입시는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성수기다. 이 대학은 다른 대학이 다 망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다음에 학부장 친구를 만나면 물어봐야지.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입시생이 안심하게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어떤 방역을 하고 있는지, 만약에 입시생이 감염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안내가 필요하다. 그런 안내 따위 일절 없다. 졸업식에 관해서도 3월 10일까지 정한다는 고지가 있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학부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는 온라인으로 대체한다는 공지가 떴다. 

 

A대학이 코로나19에 관련한 안내를 보면 둘로 나뉜다. 어디까지나 코로나19에 관련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한 느낌이다. 그래도 A대학이 유일하게 일본어와 영어로 공지를 썼다는 점이다. 

 

먼저,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늘고 있는 지역에서 귀국자 중 "귀국해서 2주 내에 37.5도 이상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타인과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해라. 그리고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상담하라. 동시에 학부 사무실에도 보고해라.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를 클릭했더니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메인 화면이 뜬다. 내가 봐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유학생이 봐서 뭔가 할 수 있을까? 동경에 있는 대학이니까, 유학생이 동경이나 인근에 산다. 2월 13일에 갱신했다는 일본 전국의 상담센터에서 다시 동경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냥 동경과 인근 지역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쓰면 안 되나? 유학생의 경우 대부분 혼자인데 만약에 감염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대책이 없다. 

 

특정 지역에서 귀국자가 코로나19 증상이 없을 경우도 2주 간 하루에 두 번 체온을 측정한다. 호흡기에 이상이 있는지 주의한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 에티켓을 지킨다. 손 씻기를 한다. 허약한 사람, 병원이나 임산부, 고령자 시설을 피한다. 번화가, 콘서트장, 레스토랑, 영화관 등 불특정 다수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장소 출입을 피하라는 것이 안내이다. 그것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할 정도로 사무적인 안내였다. 

 

대학에서 유학생에게 귀국 후 2주는 대학에 오지 말라면서, 즉 알아서 자가격리를 하라면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 유학생은 대부분 혼자서 지낸다. 만약에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 그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해야지, 필요한 지원이 없이 유학생이 혼자서 자가격리 할 수가 없다.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후생노동성 홈페이지가 아닌 대학 보건센터의 안내를 먼저 받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대학에 있었다면 싸웠을 것이다. 일본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처럼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긴급 재난문자?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중국 유학생이 귀국하면 대학이 공항에 가서 픽업해서 기숙사에 자가격리를 시키고 끼니를 챙겨 도시락을 전달하고 학생들이 안심해서 자가격리 생활을 할 수 있게 섬세한 케어를 했다.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참 다행이다. 지금은 한국도 난리가 났지만, 그래도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대처를 해주니까 안심이 된다. 자국 학생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정보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유학생은 다르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인 유학생이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와서 병이 든다면 큰일이다. 남의 자식이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이상 소중히 여기고 돌봐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일본에서 유학생에 대한 배려나 케어는 아예, 일절 없다. 아마 일본 대학에서는 자신들이 유학생에 대한 케어가 없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아예, 케어 할 생각이 없으니까. 유학생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으면서 왜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려고 난리일까? 그냥, 비즈니스이니까? 아무리 비즈니스여도 비싼 상품을 구입하는 손님에 대해 케어를 해야 하지 않나? 인간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전염병이 대유행인 이 시국에 최고학부라면서 기본적인 인권, 인도주의적인 사고와 행동이 결여된 교육환경이다. 일본에서는 조금 알면 알수록 힘이 빠져나간다. 문제제기를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