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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답답한 시스템

2018/03/30 답답한 시스템

 

오늘 동경은 맑지만 찬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어젯밤에 강한 찬바람이 불어서 벚꽃이 많이 졌지 싶었다. 오늘도 바람이 불어서 바람에 나부끼는 벚꽃을 있을 같아 강가에 가기로 했다.

 

그저께 공원과 강가를 너무 오래 돌아다녀서 발뒤꿈치에 물집이 생겼다. 물집이 생긴 줄도 모르고 발뒤꿈치가 아팠지만 돌아다닌 것이다. 물집이 생긴 걸 집에 와서야 알았다. 어제 도서관에 갈 때는 신발 깔창을 떼고 넉넉하게 신었다. 그래도 발뒤꿈치가 가끔 아팠다. 돌아와서 봤더니 발뒤꿈치 물집이 까져서 아픈 것이었다. 오늘도 산책을 나가면 시간도 걸리고 많이 걸을텐데 운동화를 못 신으면 오래 걷기에 좋은 신발이 별로 없다. 고민 끝에 버켄스탁을 신었다. 샌들은 춥고 발뒷꿈치가 없는 걸로 신고 오래 걸을 수 있을까 했지만 다른 걸 선택할 여지가 없다. 다리가 아프지 말라고 스트레치도 하고 나갔다.

 

 

먼저 집에서 30분쯤 걸어서 다마시립도서관을 찾아갔다. 문의사항이 있어서다. 전에 한번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인상과는 아주 다르다. 가볍게 카운터에서 문의를 했더니 오래 일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직원이 나왔다. 이런저런 사항을 문의했지만 아주 정중히 대응해준다. 하지만 나로서는 듣고 싶은 말을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 메일주소에 일정까지 알려줬다문의한 사항은 담당 직원에게 전해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담당직원에게 문의할 메일 주소라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한다. 도서관 대표전화 밖에 알려주지 않는다. 만약에 도서관에 전화해서 담당자 누구를 바꿔달라고 하는지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항상 드는 생각이 내가 무슨 국가기밀을 알아내려는 스파이라도 되는 건가?? 하는 심정이다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너무나도 폐쇄적이라, 모든 사람을 경계한다. 단순한 일인데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시민이 일부러 거기까지 갔다는 성의도 상관이 없다. 일본에서는 너무나 흔한, 항상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나를 상대해주는 사람이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늘 대응한 사람은 아주 괜찮고 좋은 인상이었다. 일본식 시스템이 그렇다. 많은 일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어렵게 해서 포기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기대하고 갔다. 가는 길도 역에서만 도보로 15분 거리다. 건물도 밖에서 봤을 때 아주 허름했다. 전에 갔을 때는 그런 걸 몰랐다. 내가 문의한 사항에 대해 답변을 기다린다는 말을 하고 나오면서 알았다. , 여긴 오면 안되겠구나. 분위기로 볼 때 내가 문의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도 기대하면 안 되겠다는 걸 알았다. 아니, 내가 아는 사람들이 여기를 방문하지 않길 바랬다. 가던 때와는 정반대의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일본에 대한 막연한 '환상' '현실'의 차다. 단지 '환상' '현실'의 갭이 너무 커서 깜짝깜짝 놀랄 뿐이다.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마트에 들러서 과일을 사서 강가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강가에 앉아서 과일을 까서 먹었다. 오후의 햇살을 받은 벚꽃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람에 꽃이 약간 져서 꽃잎이 강물에 흘러간다. 나의 스트레스도 강물에 흘러갔다. 길에도 나부낀 꽃잎이 쌓여 있다. 강가를 벚꽃을 보면서 천천히 오래 걷고 돌아왔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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