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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아침 저녁으로 길에서 응급상황인 사람들

오늘 동경은 맑고 햇볕이 난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 추운 일교차가 심한 날이었다. 아침에 나갈 때 옷을 입기가 곤란했다. 집을 나갈 때는 춥지만 도심에 나가면 따뜻할 것이고 따뜻하게 입었다가 땀을 흘릴 것이기 때문이다. 얇은 옷을 겹쳐 입고 다운 베스트를 안에 입고 나갔다. 오늘 강의는 2교시와 3교시 밖에 없었지만 아침 시간에는 아직 춥다. 오늘 아침에도 인사를 하는 젊은 남성 동료가 코트를 벗었다가 강의를 가면서 다 챙겨 입고 목도리까지 해서 나는 아니 지금 온 사람이 왜 금방 집에 가는 사람처럼 옷을 챙겨 입었지? 그래서 집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교실에 간다고 한다. 학교 건물 안에서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하느냐고 했더니 교실이 춥단다. 체격이 좋은 젊은 청년이 그런 말을 하니 참 내가 할 말이 없었다. 학교 건물이 새 건물이라서 결코 춥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실에 난방이 들어오고 강의를 하다 보면 추울 일은 없다. 내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람 감각은 제각각이라서 그러냐고 했다. 

 

점심시간에 봄학기에는 점심을 같이 먹고 수다를 떨던 스페인 선생이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갔다. 방금 오면서 산 신선한 프루츠 롤케이크와 올가닉 코코넛 립밤이었다. 내가 포르치니 버섯 말린 걸 주거나 집에서 뭘 만들면 조금씩 나눠준다. 이전에는 그런 동료가 꽤 있었는데 학부가 교사를 이전해서 그런 동료들은 새로운 교사에 오지 않아서 지금은 유일하게 그런 걸 주고받는 동료이다. 화요일 강의는 오늘로 연내 마지막이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잘 지내고 내년에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했다. 연말연시를 집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집에 좁아서 파트너와 같이 있으면 일을 집중해서 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다른 선생들과도 연말연시를 잘 보내고 새해에 다시 건강한 얼굴로 만나자는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그런데 다 새해에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인사를 해서 놀랐다. 왜냐하면 의례적인 인사이기에 그런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새 주위를 보면 단 한 사람도 낙관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좋은 말을 해서 인사를 나눈다. 지난 목요일에는 정말로 건강하게 정원을 가꾸던 선생이 두툼한 겨울옷을 입어도 아주 슬림하게 보여서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만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아 5-6킬로 살이 빠졌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했다. 어쩌다 가끔 보고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라서 개인적인 대화는 일절 없는 관계이다. 그래도 큰일이 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건강에 유의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TV를 보면 어두운 뉴스밖에 없어서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기분이 어두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그런 뉴스를 보지 말라고 했다. 이런 인상은 다른 선생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오늘도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매일 같이 재난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뉴스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지 않으면 뉴스를 보는 사람이 우울증이 걸린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남는 게 아닐까 했다. 나는 뉴스를 열심히 보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대출 훑어보고 있다. 뉴스가 뭘 뜻하는지 아는 선생들도 보고 있으면 우울증이 걸릴 것 같은데 같은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밝고 명랑하게 지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금요일까지 수업이 있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잘 지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도 있지만 올해 만 20세가 되는 학생에게 내년 1월 10일에 있는 성인식 행사가 아주 큰 인생 이벤트이다. 보통은 1년 전부터 기모노를 정해서 빌리고 미장원을 예약하고 그날을 위해서 준비한다. 지자체에서도 매우 큰 행사로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정치가들이 얼굴을 팔고 성인이 된 사람들은 큰 파티를 해서 난리가 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년 행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지자체에 따라 대응이 다르면 좋은 행사를 맞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출판사에서 보내온 교재 샘플을 가져가서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나눠주니 좋다고 한다.

 

 

화요일에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오는 전철 시간을 지난주에 우연히 알았다. 오늘도 같은 시간대에 맞춰서 탔더니 그래도 편하게 빠르게 왔다. 역에 내렸더니 홈에서 CPR 하는 것이 보였다. 아이고 이렇게 되기 직전까지 간 사람을 도운 적은 있지만 CPR 하는 현장을 보는 건 처음이다. 나는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았지만 지나는 길이라 곁눈으로 스캔했다. 중년 남성이 쓰러져서 마스크를 벗기고 기도를 확보해서 CPR을 하고 있다. 마침 구급대원도 도착했다. 하반신에도 담요가 덮여있었다. 호흡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얼굴색도 보통 얼굴색이 아니었다. 구급대원이 왔으니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실려 가겠지 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역에서 예상치도 못한 응급상황을 보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계단까지 가기 전이었다. 계단에서 쓰러졌다면 굴러서 다른 부상을 입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전철을 장시간 타면 왕복하면서 문고본 책을 한 권 정도는 읽는다. 하필이면 오늘 읽은 책이 집에 쓰레기를 모아놓고 사는 사람이나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르포를 쓴 책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공통점은 '고독'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모으는 것도 지나치면 일종의 병이라고 한다. 보통 일본 집이 그다지 깨끗하거나 청결하지가 않다. 그런데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사람들 환경은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코로나로 이런 현상도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책에서 읽은 것과 현실에서 사람이 쓰러진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래도 마트에 들러서 버섯을 사고 돌아와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가 배가 아팠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도 심각하게 아픈 사람과 지나쳤다. 워낙 길에 사람이 없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이 마주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눈앞에 사람을 보게 된다. 얼굴빛이 말이 아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환자복을 입고 있어도 상태가 매우 나쁠 것 같다. 걸음도 겨우 걷고 있었다. 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이 정도면 밖에 나오면 안 돼, 회사에 나가면 안 돼 하고 있었다. 물론, 마음속으로 했다. 거기서 좀 더 가면 노무라 소켄이 있는데 거기 가나? 다른 길도 있는데, 계단이 없는 길을 온다고 이 길로 온건가? 멀쩡하게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지적인 레벨도 높아 보였다.  

 

저녁에 역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고 아침에 본 사람을 떠올렸다. 나를 지나치고 가다가 길에 쓰러졌다면 발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나갈 때 기온이 1도였다. 이런 날씨에 추운 길에 쓰러지면 정말로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만약에 내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내가 혼자서 뭘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놔야겠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경찰에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는 정도다. 아침저녁으로 이런 응급상황을 보고 나도 적잖게 충격을 먹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자체가 재난상황인 것 같다. 주위 선생들이 다 아우성을 치는 것이 전혀 농담이 아니라, 그래도 상황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인데 사는 현실이 너무 어둡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침에 본 사람은 심각한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했다. 저녁에 역 홈에서 쓰러진 사람은 어떤 연유일까? 만약, 코로나였다면 CPR 한 역무원도 다 밀접접촉자가 될 거다. 마스크를 벗기고 있었으니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제 도서관에 가면서 주변을 봤더니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 학생들은 그래도 마스크를 썼다. 물론 제대로 쓰지 않은 학생들도 있지만 그래도 썼다.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실, 동경도의 확진자 수치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동경에서는 코로나가 거의 소멸 단계인 건가? 

 

동경에서는 매일 같이 전철에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하루에도 몇 건이나 발생하는 게 익숙한 일상이 된 지 꽤 오래다. 참 대단한 도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출퇴근이나 외출에 전철을 쓰는데 매일 같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결코, 그런 상황에 익숙한 것이 아니라, 애써 익숙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자신들이 우울증에 걸리게 생겼으니까, 자신들을 방어하고 있는 거다. 근래는 전철에서 몸이 아픈 사람이 있어서 전철이 늦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항상 있는 일이 된 걸 보면 집에서 쉬거나 병원에 가야 할 사람들이 전철을 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사회가 거기까지 사람들을 무리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몸이 아픈 사람 대응하느라고 전철이 밀리거나 늦는 것에 대해 아무 불만이 없다. 그런 일이 다발해서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길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쓰러지게 만드는 사회와 그런 현장을 지나치며 살아가야 하는 환경은 가혹한 것 같다. 

 

 

나는 일본에서 코로나가 번지면서 약 2년 가까이 매일 일본 코로나 상황에 대해 글을 써서 올렸다. 어제는 바쁜 것도 아니었는데 뉴스를 보니 정말로 날씨도 나쁘고 좋은 일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글을 쓰기가 싫었다.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2년 가까이 매일 쓰던 글을 올리지 않았다. 글을 쓰기 위해 일본과 한국 코로나 상황도 다 메모를 했지만 말이다. 나도 코로나 상황으로 생활이 격변했다. 일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과도 만날 수가 없게 되고 학교에 가도 아주 최저한 한정적인 것만 한다. 다른 사람들과 수다도 편하게 떨지 못한다. 이건 단지 코로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점심시간에 친한 동료와 수다를 떨면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던 시간이 앞으로는 없어진다. 학교가 캠퍼스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래 친하게 지냈는데 코로나로 헤어지는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같은 버스를 타서 수다를 떨던 동료도 코로나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느라고 볼 일이 없다. 내가 글을 써서 올리던 건 한국어로 유일하게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했다. 어제 하루 쉬고 보니,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수다와 같아서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기도 했다는 걸 알았다. 나도 우울증이 되지 않게 정신을 붙들어 매고 글을 쓰는 수다라도 떨어야겠다. 

 

 

 

 

 

 

 

NHK에 따르면 12월 21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38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382,60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172명으로 사망률 0.83%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249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730,72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8,394명으로 사망률 1.06%이다. 오늘 발표한 일본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79.1%, 2차 인구의 77.7%, 추가접종 인구의 0.2%이다. 근래 일본 신규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신규 확진자 +105명, +72.9%이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5,202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575,615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4,828명으로 사망률 0.84%이다. 한국의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84.9%, 18세 이상 인구의 94.9%, 60세 이상 인구의 94.0%이다. 2차 인구의 82.0%, 18세 이상 인구의 92.7%, 60세 이상 인구의 92.7%이다. 추가접종은 인구의 24.1%, 18세 이상 인구의 28.0%, 60세 이상 인구의 59.6%이다. 한국에서는 거리두기 효과가 있는지 신규 확진자가 줄고 있는 경향이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신규 확진자 -365명, -6.5%이다. 하지만, 중증자는 1,022명으로 아주 많고 사망자도 52명이었다. 그동안 축척된 확진자에 중증자가 많아서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