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기
재일 제주도 사람들 2013/03/03 23:08 huiya
오늘 동경날씨는 아침에 잠깐 맑았다가, 계속 흐렸다. 요즘 공사중이라, 창밖은 이미 가려져 있었는 데, 금요일에는 다시 창문에 페인트가 튈까봐 비닐로 완전 봉해졌다. 바깥날씨가 아무리 화창해도 집안은 잔뜩흐린 날과 다름없이 뿌였다. 참으로 답답하다. 공사가 쉬는 날이라, 빨래를 해야한다. 베란다에 못나가게 비닐로 창문을 싸놓은 틈으로 나가서 빨래를 널었다. 오전에 가까운 데 살고있는 친구가 와서 머리를 잘라줬다. 집안이 어두워서 전기를 켜야할 만큼 어두웠다. 집안이 어두운 것 보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추운게 훨씬 답답하고 힘들다. 머리는 짧은데 또 자꾸 자르다보니 점점 더 짧아졌다… 인상이 완전 수상한 사람이 되었다. 성별조차 가늠이 안되는 산폭도스타일... 친구와 둘이서 가까운 공원을 잠깐 산책했다. 친구도 비슷한 연구방법을 쓰는 사람이라, 이런저런 말을 했다. 요 며칠 날씨가 따뜻했다고 매화가 활짝 피었다. 그리고, 양지바른 쪽에 있는 진짜배기 동백이 몇 그루 피어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아주 흐리다. 산책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집을 비울거라, 음식을 남기지말고 먹어야한다. 인스턴트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건전지를 사려고 5일 만에 쇼핑을 하러 내려갔다. 우선 건전지를 사고, 돈을 찾아서 교통카드에도 넉넉히 돈을 넣었다. 오랫만에 옷가게에도 들렀다. 요새 입을 두꺼운 셔츠를 한장 샀다. 빵이 싸서 두 봉지 사고, 감귤류도 두 개 사왔다. 집에 와서 빵으로 저녁을 먹었다. 냉장고에 남은 것 들을 내일 아침까지 먹고 쓰레기도 치워야한다. 그리고, 필드에 나갈 준비로 짐을 싸야한다. 필요한 도구는 조금씩 모아뒀다. 바람을 막을 옷도 찾아뒀다. 카메라 밧테리도 충전을 했다. 바닷가에 있는 집에 머물면서 바닷가를 돌아다닐 예정이다. 한번 집을 나가면 돌아올 때까지 여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을 할 것이니, 여행보다 부담이 좀 더 크다. 여행 때는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지내면 되지만 일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조달을 해야한다. 그러나, 현지가 어떤 사정인지 모르니, 가능한한 준비를 해서 가는 게 좋다. 부족한 게 아직 많은 데… 집에 있는 건 어떻게 찾아내고, 챙겨야한다. 그런데,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준비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워낙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라,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게 아주 긴장이 된다. 보통 전날부터 잠을 못잔다. 긴장해서 몸이 뒤틀려간다.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사실은 그렇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살아온 인생을 듣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 지도 모르는 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아왔으니, 어쩌면 선택받은 부류에 속할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물정도 잘모르고 철이 없다. 그냥, 나이만 먹었을 뿐이다. 어렵게 살아온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주 큰 갭이 있다. 거기에다, 연구를 한다거나 목적이 뚜렸하지도 않은 것이다. 연구목적이라는 구실이 없지만, 사람의 말을 듣는 다는 것은 듣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일을 못한다. 다행히도 나를 안내해 줄 역활을 할 분이 계시니, 그 분과 의논을 하면서 진행을 하려한다. 그 분이 왜 나서는지, 이유는 아직 안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온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으니, 젊었을 때는 혈기왕성해서 그런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른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을 통해서 듣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데 그 분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2세인데, 1세 처럼 행동한다. 마치 제주도사람들이 동네에서 사는 것 처럼, 어디에 가서도 주변에 사는 제주도사람들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그리고 주변 제주도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 사정을 파악한다. 그 걸 일삼아서 한다. 마치 바람에 민들레씨앗이 날리는 것 처럼 제주도사람을 찾아서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아이고, 가방을 꺼내서 짐을 싸야지…
그에 비해, 나는 연구목적으로 제주도사람을 찾았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지만, 연구를 통해서 제주도를 알아간 사람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역의 역사를 몰랐고, 학교교육을 통해 국민으로 성장했다. 일본에 유학와서 제주도사람들에 관해 공부를 하면서, 자신도 한국인에서 제주도사람이 되어갔다. 그 분 처럼, 제주도사람들이 알고 지내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동네사람들의 삶을 살지 않았다. 그 분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알고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의 생활을 통해서 습관처럼, 1세들이 보여준 제주도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행동을 왜 그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의식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그려내고 설명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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