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6 NHK 재일 제주도 사람에 관한 드라마
오늘 밤에 NHK에서 오사카이쿠노에 사는 재일 제주도 사람에 관한 드라마가 있었다.
뜨개질을 하면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호주에서 국제전화가 걸려와 전화가 길어지는 바람에 드라마 초반은 못 보고 중간부터 봤다.
내용은 재일 제주도 사람 3세 남성이 미얀마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일본으로 도망 온 미얀마 여성과 결혼을 하려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반대에 부딪치며, 드라마가 전개된다. 드라마 줄거리는 1세 할머니가 제주도에서 4.3 사건을 피해 밀항 오게 된 얘기를 하면서 2세 아버지와 3세 아들에게 제주도에 다녀올 것을 권한다. 그리고 성격이나 가치관도 잘 맞지 않는 부자가 제주도에 가서 친척을 만나고 산소를 둘러보고 부산에서 오사카로 배편으로 돌아오면서 드라마는 끝난다.
드라마 줄거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http://www.nhk.or.jp/dodra/lovesoul/about/index.html
드라마 전체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는 게 1세가 4.3 사건을 피해서 밀항으로 왔다는 것과 미얀마 여성도 밀항으로 일본에 왔다는 점이다. 밀항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았지만, 그게 드라마에 핵심에 있었다. 밀항을 긍정적이라고 할까, 밀항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게 되었다는 걸 그리고 있다.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요즘 일본 분위기를 생각하면, '밀항'을 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용감한 사건이다.
드라마에서 핵심적으로 다룬 건 4.3 사건이라는 모티브였다. 그러면서 미얀마 민주화운동과 연결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부분도 많았고 제주도 사투리도 많이 쓰였다. 물론 어설픈 부분도 있었지만, NHK에서 만든 드라마라 픽션이지만 고증을 잘했다.
그러나, 드라마 자체는 좀 딱딱해서 재미가 없었다. 내용면에서는 무리한 전개가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런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는 게 아니라 교양 프로나 특집프로로 본다. 나는 밀항 전문 연구자로서 면밀히 내용을 체크한다. NHK에서는 4.3 사건 관련 프로가 몇 개 있었다. 4.3 사건은 근래에 와서 일본 사람들에게도 알려졌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일본도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물론, NHK도 그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NHK는 공영방송으로 일본 사람들이전면적으로 신뢰를 했었는데 정부에서 위안부 문제 방영에 관해 압력을 넣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고이즈미 정권 이후 NHK가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게 드러나며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잃어갔다. 시청료를 안내는 사람도 늘어났고, 미디어에서 구심점이었던 곳이 신뢰를 잃음으로일본 사회와 사람들이 구심점을 잃어가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올해는 한일합방 100주년이라 특집 방송을 했다. 그것도 체크를 했다 어떻게 그려내는지 궁금해서였다. 역시 NHK 답게 중요한 인물들과 인터뷰가 나오고 근래 연구에서 나온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살짝살짝 그 전과는 다른 흐름이 나오고 방향도 달랐다. 고이즈미 정권 이후 우경화 영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같은 드라마가 있었다는 그 자체가 일본 사회가 변화하려는 방향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보고 싶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중에서도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할 수 있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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