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3 부끄럽다
오늘 동경은 맑지만 기온이 낮은 추운 날씨였다..
재외국민투표율이 70%를 넘었단다.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먼길을 달려가서 투표를 했는지 기사와 사진을 보며, 감동스럽다. 한국사람들은 대단하고, 한국은 어느새 굉장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나는 투표를 등록도 안 했고, 투표도 안 했다. 부끄럽다. 그리고, 스스로 아주 창피하다. 그래서 블로그에 쓴다. 투표를 하시라고… 나처럼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말고…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한 번도 못해봤다. 태어나서 유학으로 나올 때까지 선거할 기회가 없었다. 독재정권 시절에 성장을 했으니까. 그리고 투표할 나이가 됐을 때는 선거도 없이 지들 맘대로 교체를 해서… 그래서 투표를 하는 행위에 실감이 없다. 해외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해도… 재외공관, 영사관이나 대사관도 참 껄끄러운 곳이었다. 자기 나라 공관인데도, 일본경찰서에 가는 것보다 더 죄진 사람 같은 기분이 드는, 어디 가도 주눅 들지 않는 나로 하여금 주눅 들게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안 가는 게 좋은 곳으로 정해두었다. 여권 갱신할 때 만 가는 곳으로 말이다. 요새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에 여권을 갱신 때, 급하다고 했더니 여권이 나왔다고 전화까지 왔다. 전화를 받고 나는 깜짝 놀라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천지가 개벽을 했나 싶을 정도다. 사실 외국에서 살면서 부당한 일이 있으면 외국경찰과도 싸운다. 그런데 자기네 나라 공관에 가서 차별대우받으면 더 울화통이 터져서 자기네 나라를 원망하게 된다. 그래서 싫었다. 꼭 한 번 영사관 직원이 너무나 거만해서 열 받아서 영사에게 대든 적이 있다. 젊어서 겁이 없을 때였다. 80년대 중반이었다. 나는 좀처럼 싸우지 않는데, 정말로 열 받으면 싸운다. 말로만… 일단 싸우면 지지 않는다..
그전에 일본 공관에 있던 사람들은 자국민을 얕봤다. 그래서 참 화가 났다. 자신들이 받들어야 할 자국민을 얕보면, 자국민이 외국인에게 어떤 대접을 받으라는 건지. 그러나, 세상은 조금 바뀐 모양이다.
오늘 아침 수업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재외국민투표율이 70%를 넘었다고, 나도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사람들 대단하다고… 일본 사람들도 나라를 생각하는 데, 그 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로 연결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주 일요일에 투표를 가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학생들이 기만 팍 죽고 말았다. 이건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닌데… 한국이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해 이 정도로 나와 줘야 한다… 얘들이 또 삐졌나… 어제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일본 헌법 개정에 자민당 안을 보니까, 천황을 헌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않는 자로, 즉 특별한 위치로 명치시대보다 더 후퇴한 안이 나왔다. 그런데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헌법 개정안을 읽어도 잘 모른단다. 법학 쪽에서 올린 거니까, 정확한 거다. 무섭다. 일본이, 자민당이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정말로 살벌하다. 페이스북에 일본 사람이 망명 신청을 해야 할까 라고 썼다. 일본 사람들은 망명을 안 한다. 역사적으로,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긴박하다.
나는 투표를 못해서 부끄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다음 주에 공개수업을 한다. 몇 사람이 모여서, 공개수업을 하는 것이다. 대학 전체에서 참가를 할 수 있는 거다. 주로 내가 떠들 거다. 말을 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한중일 시민의 대화, 뭐 이런 거다. 내가 한국과 중국을 대변하고 일본 교수가 세 명쯤이다.
한국과 중국 문맥에서 반일과 친일, 반일을 무엇을 향한 것인가. 위안부 문제의 한국적 맥락, 일본의 맥락, 미국(유럽)의 맥락. 제주도 미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한국 대통령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캠페인, 두 후보의 의미 등이다. 말을 할 만한 중국사람이 없어서 내가 중국 측 입장까지 말한다. 유학생들도 모아서… 그런데 이런 말은 일본 사람들이 아주 싫어하는 토픽이다. 아주 살벌해서 처음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거기에 오는 것도 망설였다. 그 걸 안다. 내가 악역을 맡는 거다. 내가 말을 꺼내야, 일본 교수들도 말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나에게 감정적이 될 거다. 어쩔 수 없다. 할 말은 해야 되니까…
그런데, 한국사람들 행동, 정치적인 행동들이 일본 사람들을 압도한다. 투표율은 확실한 숫자가 나오니까, 개관적이다. 일본 학생들이 재외국민 투표율에 놀라서 말을 잃는다. 이번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정치가에게 국민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압력이 된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사람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 한국을 얕볼 수 없게 된다. 이거 아주 효과적이다. 투표를 통해서 일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친일파가 한국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한국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