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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엉망진창 나리타 공항

지난 7월 이후 처음 서울에 다녀왔다. 일본에서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서 보는 한국은 일본에 대항해서 미친 듯이 불매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신문기사 댓글을 보면 지금 불매운동은 준비운동이라고 하는데, 결과를 보면 어마 무시하다. 한국 시민들이 미친 듯이 작정하고 불매운동을 하는 것 같은 결과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단단한 각오로 가열하게 불매운동을 하는 줄 알았다. 실상 가서 보니 아주 가볍고 여유 있게 불매운동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정말로 대단하다. 자랑스럽다!

 

 

오늘 동경은 기온도 아주 낮고 흐려서 추운 한겨울 날씨다. 지난주 일요일에서 화요일까지 2박 3일 서울에 다녀왔다.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이름으로 경제전쟁을 일으킨 이후 처음 가는 것이라서 서울 분위기가 아주 궁금했다. 서울은 차분했다. 

 

일요일 낮 비행기라서 오전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하네다와 김포공항인데, 좀 불편한 점이 있다. 김포와 하네다는 비행기가 늦게 도착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편이 많다.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서 긴장하고 돌아올 때 공항에 오는 것도 시간을 맞추느라고 긴장한다. 비행기표 값은 나리타를 이용하는 두 배나 한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일본에 오는 사람이 줄었다고 비행기표가 많이 내렸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정작 내가 산 가격은 7월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내가 급하게 비행기표를 사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리타 공항에서 내렸더니 역에서 나가는 길이 아주 붐볐다. 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손으로 쓴 종이를 들고 출구를 안내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 자체가 인파에 휩쓸리고 손에 쓴 종이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바로 눈 앞에 있어서 알았다. 개찰구 앞에는 한 개찰구에 한 명씩 사람들이 서서 지키고 일을 하는 것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되는 방식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뭔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다음에는 교통카드에 돈이 얼마 없어서 매표기에 가서 충전을 하려고 했더니 충전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나온다. "미쳤구먼" 매표기도 새로 설치한 것인데, 설계할 때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설계를 했나? 그렇게 기술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는 부심이 대단한 나라에서 하는 짓이 뭔가? 

 

체크인을 하려고 줄을 서있는데 안내방송이 나왔다. 어느 항공 카운터에서 현재 컴퓨터가 다운이 되어 좌석배정과 발권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침 10시경인데 식권을 배부하니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오라고 한다. 앞에 선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냐고, 아니다. 그런데 방송을 들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다. 백주 대낮에 동경, 엄밀히는 치바이지만 일본의 국제적인 현관인 나리타 공항에서 컴퓨터가 다운이 되어 발권을 못한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거기에 아침 10시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시내에서 2시간 잡는데, 승객들에게는 어쩌라는 것인가? 엉망진창이다. 체크인을 하고 화장실에 갔더니 사람도 없는데 화장실 냄새가 난다. 화장실이지만, 화장실 냄새가 나면 안 된다. 환기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여자 두 명이 한 칸에 같이 들어가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서 내가 뭘 보고 있나? 했다. 그리고, 항상 느끼지만 나리타 공항이 상당히 더럽다. 청소상태가 청결하지 못하다는 걸 갈수록 심하게 느껴진다. 이번에도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걸 봐서 기분이 산뜻하지 않았다. 공항은 그 나라의 현관으로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걸 나리타 공항에서 실감했다. 나는 비행기를 많이 탄 사람이라, 많은 나라의 많은 공항을 경험했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엉망진창인 공항은 경험하지 못했다. 

 

공항과 비행기에서 젊은 일본 여성들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행동을 본 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쓰기로 하자. 

 

인천에 도착해서 리무진 버스를 타는 곳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아줌마가 운전기사에게 어디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운전기사가 행선지가 맞다고 버스표를 사서 오라고 한다. 아줌마가 표를 사서 오니까, 가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한다. 운전기사가 기다리지는 못한다, 시간이 되면 간다고 한다. 아주 당당하게 대등한 대화를 한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아줌마와 일본인 운전기사가 당당하게 대등한 대화를 상상할 수가 없다. 일본인 운전기사가 외국인 아줌마에게 시건방지다고 기분 나쁘게 대할 것이다. 강의에서 학생에게 그런 장면, 외국인과 한국인이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는 걸 봐서 좋았다고 했더니, 학생이 감상문에 외국인 주제에 어디서 시건방지게 당당하게 행동하느냐고 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도 아닌, 한국 인천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려는 외국인에게까지 일본인이 차별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내 눈앞에서 금발의 아가씨가 행선지를 몰라서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보여주면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영어로 물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했더니 통화하던 스마트폰을 나에게 넘겨준다. 내가 한국말로 물었더니 상대방이 러시아어를 한다. 내가 러시아어를 모른다. 어디로 가면 되냐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물었더니, '광주'라고 한다. 안내판에서 '광주행' 리무진 버스가 서는 곳 번호를 확인해서 가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나중에 신경이 쓰였다. 전라도 광주인지, 아니면 경기도 광주인지. 거기에는 '목포행'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모르는 사람끼리 가능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화요일 돌아오는 날은 날씨가 아주 춥고 눈까지 왔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에 오는 도중에 교통사고가 난 곳을 지나면서 시간이 걸려서 공항 도착이 30분 이상 늦고 말았다. 체크인은 금방 마쳤는데, 검색에 들어가는 것만 30분 이상 걸렸다. 4번 게이트가 폐쇄해서 3번 게이트가 너무 붐벼서 들어가지도 못해서 비행기 탑승시간이 다가온다고 했더니 5번 게이트로 가라고 한다. 그 줄에는 나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20분이나 이른 일본인 아줌마가 있었다. 이 아줌마가 꽤 비만으로 배가 많이 나온 몸매에 짐을 끌고 어깨에 메고 있었다. 아줌마가 뛰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내가 도와드릴까요? 제가 끄는 가방을 들어준다고 같이 5번 게이트로 뛰자고 했다. 아줌마가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다. 나는 상대방에게 안전한 사람이니 가방을 맡겨도 됩니다 하고 설득할 시간이 없다. 귀찮아서 그냥 냅다 5번 게이트로 뛰어가서 검색을 받고 출국 심사를 마쳤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일본 아줌마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그렇지 혼자서 5번 게이트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 아줌마는 비행기를 못 탈지도 모른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도중에 내가 탈 항공사 직원을 붙잡고 공항버스가 늦었고 검색대가 붐벼서 시간이 늦었다고 연락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탑승시간에 늦지 않게 가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서 좌석에 앉아서 한참 기다려도 문을 닫지 않는다. 일본인 젊은이들이 단체로 늦게 탑승을 해서 이륙 시간이 30분이나 지연이 되었다. 

 

검색을 받는 곳이 인천 공항처럼 붐비는 것도 처음 경험했다. 나는 보통 출발시간 2시간 전에 도착하는데, 인천 공항에서 붐비는 것을 보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리타 공항은 텅텅 비었는데, 인천 공항은 오후 비행기인데도 검색을 받는 곳에 줄을 선 것을 보니 러시아워에 전철을 탄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한국의 현관으로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테리어라고 할까, 계절에 따라 바뀌는 실내장식 같은 것이 아주 미흡하다. 관광에 힘을 준다면 현관을 어떻게 잘 꾸며서 첫인상을 줄 것인지?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아주 이상하다.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뭐지? 그런 느낌이다.

 

그래도 한국에 가면 동경과 달리 교통도 편리하고 인천공항이 청결하고 편리하다. 동경에 돌아오면 오래 살아서 익숙하고 잘 알지만 불편한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번에도 비행기가 착륙을 하고 집에 도착하는데 3시간 반이상 더 걸린 것 같다. 급행을 타도 그 정도 걸렸다. 불편한 것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하지만, 신주쿠에서 특급이라는 빠른 전철을 탔는데, 옆에 이상한 아저씨가 몸에 중심을 일부러 잡지 않아 나에게 몸을 쏠리게 해서 비비적대는 치한을 만났다. 그 통통한 아저씨 치한은 키도 나보다 작았는데 심하게 냄새가 난다, 백팩으로 방어하느라고 진땀 흘리면서 15분 동안 격투를 벌였다. 치한을 만나서 일본, 동경에 도착했다는 걸 실감하면서 진저리가 났다. 서울에 가서 좋은 기분으로 왔는데, 확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이 먹은 아줌마도 동경에서 살아 가는 것이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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