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5 데자뷔
오늘 동경 날씨는 아침부터 흐렸다.
낮에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였더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기온은 낮지 않은 데 춥다. 요새 산책을 못해서 몸이 찌뿌둥하다. 오랜만에 산책을 하려고 별렀는 데, 산책을 갈 수 있을까?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어젯밤에 늦게 자서 수면시간이 그다지 긴 건 아니다. 그동안 건조했던 날씨에 비가 와서 촉촉이 습기를 준다. 건조한 날씨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촉촉한 습기가 필요하다. 오늘은 게으른 하루를 보내려고 매일 하는 요가도 안 했다. 아침은 어젯밤에 만든 반찬 남은 것과 녹두죽을 데워서 먹었다. 녹두는 지난주에 불려서 냉장고에 뒀던 거다. 어젯밤에 감자와 닭, 양파를 넣고 조리면서 녹두죽도 끓였다.
대선에 관한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자꾸 기시감이 있는 뉴스가 나온다. 데자뷔다. 온갖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대통령이 되려는 범죄 의혹이 불거진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런데 대통령이 되면 큰일이 나겠다.
현 대통령 선거 직전에 BBK에 관한 비리가 나왔다. 그 외에 수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BBK는 결정적이라고 봤다. 나는 그 걸 보면서 현 대통령이 뽑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봤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그렇게 많은 의혹이 있는 데, 대통령이 된다면 두렵고 무서울 게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봉이니까, 바보니까, 잡어 잡숴라고 하는 거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으로 뽑혔다. 즉, 현 대통령에게 표를 넣은 사람들은 의혹이 있어도 설마, 그래도 대통령인데 양심이 있지 나쁜 일 못해,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사장이었는데, 서울시장이었는데, 나쁜 일을 할 사람이면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올랐겠어.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그 큰 회사 사장이었으니까, 경제를 잘 알아, 경제를 발전시킬 거야. 그런 허망한 기대를 안겼다. 그리고, 온갖 비리를 용인했다. 대통령이 권좌에 올라서 정말로 많은 일을 했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해내고 말았다. 정말로 큰 재앙이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연에게도… 그래서 사람들은 일찌감치 허망한 기대를 포기했다. 다음에는 그저 시간이 지나길 바라는 인내로 바뀌었다. 다음에는 속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은 더 기가 막히다.
독재정권을 집권해서 인간으로서 제대로 죽지도 못한 사람의 딸이 보수의 아이콘 역할을 하더니 대통령을 해야겠단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패션쇼를 하고 다닌 것은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연좌제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연좌제가 아니다. 그녀도 그 시대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죄가 없는 사람에게 죄를 묻는 게 아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사람들이 왜 그렇게 나쁜 사람에게 관대한지 이해를 못한다고 한다. 이거다. 한국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을 아주 쉽게 용서한다. 그래서 항상 나쁜 사람에게 당한다. 그런데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드라마를 보면 며느리나 사위를 보면서도 집안을 보고 성장과정을 보며 생난리를 치는 데, 하물며 대통령을 정하는 데, 어떻게 저렇게 술렁술렁 넘어가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리고, 인혁당 사건을 사과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했다는 것인 데, 저렇게 뻔뻔스럽게 대통령을 하겠다고 개긴다. 인간으로서 양심이 제대로 된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도덕성이나, 건전한 가치관이 있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직하단다. 박정희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세뇌를 단단히 받아서 아직도 세뇌가 안 풀렸나 보다. 무섭다. 세뇌는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게 한다.
정말로 정신 차려야 한다. 다시 노예로 살기가 싫으면 말이다.
박정희 왕국을 계승한다면 북한과 같다. 북한은 독재이기나 하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희생을 하면서 이룩해온 민주주의를 뒷걸음치게 하며 스스로가 노예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한국 국민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어리석은지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독재를 사랑해요. 옛사랑을 못 잊겠어요. 이건 국가 이미지/국익과 직결된다. 현 대통령에 비할 바가 못된다. 국가를 말아먹는 거, 어렵지 않다.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는 것 또한 전혀 어렵지 않다. 친일파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택하는 것은 일본에게 우리는 다시 당신들 노예로 살고 싶어요 러브콜을 보내는 게 될 것이다.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면, 투표를 가세요. 굴욕적인 나라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찍으셔야 합니다. 대외적으로 독재자 딸과 인권변호사라면 게임 끝입니다. 어느 쪽이 인간,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나 명백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미디어를 보면 이 명백함이 요술로 잘 안 보인다. 정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