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 드라마는 진행 중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잔뜩 흐렸지만, 기온은 그다지 낮지않은 날씨였다. 오늘 첫교시 과목은 마이노리티론이다. 그 과목은 오늘로 종강을 했다. 연내 마지막 강의라서 학기말 레포트과제도 내고 종강을 한다. 오늘 강의내용은 일본의 마이노리티에서 선주민족 아이누에 관한 것이었다. 원래 이 과목을 짤 때, 학생들이 일본의 마이노리티에 관해서 제대로 알기를 바랐다. 지금까지 아시아, 일본 주변국의 마이노리티에 관해서 강의를 했다. 마지막에 일본의 마이노리티를 가져온 것이다.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마이노리티에 관해서는 편하고 재미있게 듣고 반응을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자국에 대해서는 경직된 태도에 열린 사고가 아니다. 왜 그렇게 반응을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내 강의는 학생들이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알기를 바랬던 대목이라, 힘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부족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어 의상도 빨강바지에 빨강색 베스트에 검정색 하트, 금박으로 크게 LOVE가 박힌 옷이다. 학생들에게도 왜 그 옷을 입었는지 말한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이 전해졌는지 모르겠다. 어떻든 몸(의상)과 마음을 다해서 교단이라는 무대에 서는 것이다. 나는 전하고 싶은 걸, 의상을 통해서도 전한다. 일하는 사람에게 옷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전달매체이기도 하다.
오늘은 점심으로 가져간 것이 좀 많았다. 어제 유기농 가게에서 산 단팥빵 두 개와 작은 바나나 두 개, 귤이 하나, 아침에 먹던 찐 고구마가 하나였다. 첫교시를 마치고 왔더니 직원이 녹차를 준다. 녹차를 한잔 마시고 일찌감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뜨거운 녹차를 한잔 더 가져다준다. 배려해준 것이다. 오늘 연내 종강이라, 직원과도 연말인사를 나눠야 한다. 직원이 도시락을 사러 간 사이에 책상에 귤을 하나 놨다. 나오는 길에 마주쳐서 귤을 하나 책상위에 놨다고 올해도 신세를 졌다고 새해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다. 둘이 서로 인사를 거듭 주고받으면서 헤어졌다. 둘이 깔깔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직원과 알고 지낸 것도 20여년이 넘는다. 서로가 나이를 먹어 간다. 이렇게 변함없이 알고 지내는 사람도 귀중하다.
우스운 것은 옛날 일본사람들이 헤어질 때, 도대체 몇 번이나 인사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인사를 거듭했다. 그런 광경은 우스웠다. 지금은 일본사람들도 그런 인사를 하지 않는다. 내가 그런 인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런 것은 억지로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것이지만, 아무에게나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인사를 하면서 서로가 재미있어서 깔깔거린 것이다.
따뜻한 녹차 한잔이나, 친구네 과수원에서 온 귤 하나는 아주 작은 배려다. 아주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억지로 무거우면 서로가 부담스럽다. 단지 마음이 아니라, 뭔가 대가를 바라는 것이 되고 만다. 스치는 바람처럼 가볍게 순간을 교환한다.
오늘은 4교시에도 강의가 있다. 4교시 전에 머리를 자르고 싶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서 전철을 타고 갔다. 지난 주에 가고 싶었지만, 도서관에 들러서 아는 사람과 인사를 하느라고 못 갔다. 전에 딱 한번 간 적이 있는곳은 2시까지 타임세일 가격으로 머리를 손질할 수 있다. 오늘은 미용실 가득히 손님이 있어서 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자르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잘라낸 머리의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지만, 기분상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던 것이 해결되어 그렇게 느끼는 모양이다.
오늘도 한국 뉴스, 청문회 뉴스를 봤다. 여전히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진행 중이었다. 독일에서는 교민과 유학생들이 정유라를 찾아서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어디까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국제적인 수사까지 시민들이 하고 있다. 청문회에 출석을 피하는 사람이나,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이 성실한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특히, 대통령 얼굴에 시술을 한 자국이 있는데, 시술을 한 사람이 없다니? 설마, 시술도 야매, 아니 비선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대통령이 해외순방이나, 국내에서도 변기나 매트레스, 샤워꼭지를 교체하거나, 분장을 위한 특별한 설비를 요구했다고 한다. 참 어디까지 이런 것이 나와야 하나, 끝이 없이 계속될 것 같다. 역시, 여왕이었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다. 여왕을 조정했던 실세는 수사를 교란시키기 위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나 청문회에서 하는 것이 관계자들에게 너무 관대하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주 관대하게 대하면서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할 수 있게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을 우롱하는 쇼는 더 이상 하지 말라. 드라마는 언제까지 구역질나는 전개를 할 것인가? 연말이 가까워 온다. 상쾌한 기분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사진은 지나버린 가을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