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9 해외 동포로서
오늘 동경 날씨는 맑았지만 기온이 낮았다.
집 안에 있으면 햇볕이 들어와 지낼 만한데, 밖으로 나가니 좀 춥다. 낮에 은행에 가고 볼 일을 보러 밖에 나갔다. 나는 지갑에 돈이 얼마 있는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 지갑에서 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로 쇼핑은 주말에 하는 데도 번번이 그런 일이 있다. 일본은 정해진 시간 외에 ATM에서 돈을 뽑으면 수수료가 붙는다. 예금 이자는 거의 없다시피 한 데 수수료까지 내려면 아까워서 가능하면 주말에 돈을 안 찾는다. 오늘은 돈도 좀 찾아서, 회수권도 사고 연하장도 사려고 나갔다. 연하장은 우체국이 멀어서 도중에 포기하고 집에 있는 엽서로 대신하기로 했다. 슈퍼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놀러 왔을 때 해줄 음식 (오뎅)재료를 좀 사 왔다. 요리도 못하는데, 뭘 해 줘야 하나. 그리고 집에서 이끼를 좀 키우려고 이끼도 좀 주워 왔다. 물을 머금은 초록색이 예뻐서 이끼는 지금 배양 중이다.
산책은 쉬었다.
집에 들어와 뉴스를 보니, 빅뉴스다.
김정일이 죽었다는 갑작스러운 뉴스에 충격이 커서 멍해진다.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된다. 어쩌면 한국 내에서는 차분한지도 모르는 데도 큰일이 터지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한국과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일본에 사는 동포들에게는 어떤 파장이 올지, 이럴 때 ‘나는 한국 사람이구나’ 라고 느낀다. 그리고 한국과 북한이 휴전 중인 것도, 떠오른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는 일본에 있으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되어갈지,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지, 참 걱정이 된다. 이 건 남북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북한은 1990년 이 후 사회주의 블록이 붕괴되면서, 안정된 사회주의 블록 안에서 도움을 받으며 버티어 오던 북한이 아주 힘들어졌다. 사회주의 나라들이 해체가 되면서 다른 나라를 도울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북한은 특히 김정일이 죽음 후, 식량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사를 했고,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어쨌든 김정일은 잘 버티어 왔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북한이 이만큼 버티어 온 것은 김정일의 정치적 역량이라고 보고 있다. 나는 결코 김정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세계 최강대국들을 상대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펼쳐온 그의 정치적 수완은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죄 없는 인민들을 인질로, 전쟁 위협을 빌미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역량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자기 아버지 밑에서 장기간 정치가로서 수업을 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후계자로 정해진지 얼마 안 된 그의 아들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북한을 이끌어 갈 역량이 있는 사람일까?
그야말로 노래를 부르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현실이 되는 걸까?
아니면 북한에 있는 불쌍한 동포들이 더 많이 죽어가면서 체제가 유지되는 걸까?
아니다, 우선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정치적 역량/수완을 DNA와 문화적 유산으로 물려받은 새로운 후계자가 정치를 잘해서 북한 인민들을 잘 이끌어 이 추운 겨울을 잘 넘겼으면 한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바람직한 방법으로 한국과 통일을 하는 걸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이 건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