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3 공허한 웃음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인 날씨였다. 최고기온도 12도로 높은 편이고, 최저기온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포근한 날씨였다. 오늘은 강의가 있는 날이라, 아침에 학생들 겨울방학 과제를 챙겨서 나갔다. 전철을 타기 전에 전광판을 봤더니, 아침부터 투신자살 사고가 났다고 안내가 뜬다. 내가 타는 전철이 아니라서 무심하게 쳐다보고 만다.
2교시 수업이 지금까지 맡았던 어떤 클래스보다 엉망이라, 도대체 몇 명이 단위를 받을지 궁금하다. 내가 아무리 지시해도 지시를 듣지 않는다. 겨울방학 과제도 지시를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해왔다. 지시대로 과제를 한 학생은 10%정도다. 수업이 거의 끝나니까, 어떻게 잘 끝내고 싶지만 모르겠다. 출석을 부르고 자료를 나눠줄 때, 대부분 학생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나는 포기했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는다. 학생들 수업태도가 그 정도면 수업이 성립될 수가 없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S선생이 왔다. 지난 금요일에 괜찮았냐고 물었다. 예상대로 가는 길에도 같은 곳에서 투신자살 사고에 부딪쳤단다. 내가 걱정했다니까, 괜찮다고. 웃으면서, 뭘요, 오늘 아침에도 있었는걸요. 동경에서 살아가려면 투신자살 사고 정도는 웃어넘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며 공허하게 웃는다. 영혼없는 공허한 웃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웃을 수 있어야 한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다 같이 미쳐가는 것일까. 그래도, 금요일에는 겨우 두 번이었죠. 옆에 있는 친구를 가르치면서 이 선생은 작년에 하루에 다섯 번이나 부딪쳤다니까요. 얼마나 자살사고를 많이 봤느냐를 자학적으로 자랑하며 공허하게 웃고 있다.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한 선생이 그만둔다고 해서 다음 주에 수업을 마치고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 만해서 더 늙기 전에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단다.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서, 수입이 그다지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보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자신을 위한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내 친구와 친한 선생이라, 친구가 많이 섭섭해한다. 작년 12월에 하와이에서 호노룰루 마라톤에서 달렸다고 하와이에서 산 과자를 가져왔다. 화요일에는 즐겁게 수다를 떨던 선생이라, 그만둔다니 나도 섭섭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는 학생과 같이 버스와 전철을 탔다. 둘이서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왔다. 명절 때, 하와이 친구가 놀러와서 2주 동안 같이 지냈단다. 친한 다른 학생과 같이 우리 집에 놀러오고 싶단다. 몇 년째 그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신경 쓰지 않는다. 전에는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초대받아서 와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어서 이제는 초대하지 않는다. 밖에서 식사하는 건 괜찮지만,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장만했는 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으면 화가 난다. 그렇다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일, 그러니 초대하지 않는 게 속이 편하다.
자신이 상처 받기 싫으니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기대를 안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허한 웃음 만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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