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6 일본, 간내각 개각
동경, 일요일 아침,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오늘도 맑지만 기온은 낮다. 그래도 맑아서 햇살이 들어오니 덜 춥게 느낀다.
금요일 밤에 석간신문을 봤더니 간 내각이 개각해서 새로운 각료진을 발표했다.
금요일 밤은 피곤했던 터라 그냥 쓱 가볍게 보기만 했다. 각료들 얼굴은 거의가 다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잘 알려져 있다는 건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도 읽을 수 있다.
어제는 중요한 조간신문을 다 체크했다. 개각이 되어 정치 향방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해서다. 나는 금요일 밤에 잠깐 신문을 봤을 때 기분이 안 좋았다. 여성 각료가 딱 한 명, 랜호 씨 뿐이었기에 얘네들 뭐 하는 거야. 민주당, 짜증나네.
나는 어쨌든 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추세라는 게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보수인 자민당의 폭정에 견디고 견디던 일본 국민들이 선택한 그래도 자민당보다 덜 더럽고 뭔가 다르길 바라는데..... 얘네들 색깔이 뭔지, 자민당에 비해 진보적이라면 뭔가 정말로 폼만이라도 진보적인 걸 보여야지. 나는 선거권도 없지만, 화가 난다. 인간 우롱하는 것 같아서다.
사실, 일본 사람들이 간 나오토 씨에게 기대를 했다. 그전에 인축무해로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하토야마 씨에게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결국, 하토야마 씨도 세습정치가의 아들, 부잣집 도련님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기에 포기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 전 총리가 얼굴만 봐도 불쾌한 사람 한 사람이어서 적어도 얼굴을 봤을 때 웃음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개인적으로.
간 나오토 씨로 바뀔 때, 일본 사람들은 조용히 내심 기대했다. 정치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상황이라, 무얼 해도 좋은 쪽이 된다, 시민운동 출신인데 그래도 뭔가 하겠지. 아마 제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히트했던 건 랜호씨가 중심이었던 지교시와케(事業仕分け)라는 것이었다. 국가예산을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예산집행 실태를 보고 그 사업이 필요한지를 판단해서 예산을 줄이거나, 폐지하기도 했다. 그 것을 통해서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돈이 쓸데없이 관료들이 퇴직 후 낙하산으로 가는데를 만들어서 국가예산이 쓰여 졌는지 알게 되었다. 사실, 일본은 그런데가 엄청 많았다. 단지 국민들이 그 걸 몰랐다. 그래서 관료들이 일할 때는 자신이 퇴직하면 어디로 갈지, 그 업계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한다.
일본사람들은 정부(관료)를 믿었다. 그래도 설마 그렇게 나쁜 짓을 하지 않겠지. 제대로 일을 하고 있겠지. 정치가야, 자주 바뀌고, 자신들, 자신의 정당을 우선하지만. 그래도 일본은 관료가 꽉 잡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이 제대로 관리가 안되어 크게 터진 게, 국민연금관리였다. 5000만 건의 연금기록을 상실한 것이었다. 생각을 해보시라. 일본 국민 숫자가 얼마이며, 연금기록 상실한 건이 얼마인지. 말도 안나온다. 그야말로 멘붕이다.
인간들이 하는 일에는 오류나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일본 사람들은 그런 오차도 용인하지 않는 것처럼 국민들을 관리해 왔는데, 즉 국민에게 걷어 들일 걸 걷어들여 놓고 그 기록을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상실했다는 것이다. 돈을 냈는데 연금을 못 받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이건 국민 숫자 중 연금을 낼 연령이 안된 인구를 빼면, 약 반수에 해당하는 숫자이다(상실 건수는 연금수급자 한 명당 한 건은 아니라는 걸 밝혀둔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걸 세뇌해왔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발각이 된 거다. 기가 막힌다. 이건 사기꾼에다, 도둑이다. 그래도 일본 국민은 참고 참고 참다가 약한 사람들은 소리도 못 내고 죽어갔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권력에 의한 ‘살인’으로 본다.
그래도 간 나오토 씨에게 구제할 수 없는 정치풍토에서 뭔가 ‘정화’를 해 줄걸 기대했다.
근데, 묘하게, 정말로 묘하게도 그동안 국민들에게 보여졌던 모습이 아니다. 결국, 그럴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도 통합을 못하고 보수가 아니라며 진보도 아닌, 실망했다. 기대했던 사람들이 화가 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 자민당 총리에게 일본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더 이상 나쁜 일만 하지 말길 바랬다. 좋은 일까지는 기대도 안 하니까, 제발 더 이상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쓸데없는 돈을 써서 국민들 부채를 늘리지 말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제 입장이 다른 조간신문을 다 읽어 정치 향방을 보니, 전혀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이 수렁 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더 깊이 빠져갈 것 같이 보인다.
수렁 속에서 수렁 속으로, 깊이깊이 허우적거린다.
일본의 ‘집단 우울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국민들을,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우울증 걸리게 하고 있다. 자살하게 하고 있다.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지만, 구조적 폭력에 의한 간접, 직접적인 살인이 적지 않다.
소비세를 현재 5%에서 10%로 올린다고 한다. 이건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세를 올려도 법인세를 많이 깎아줘서 세수입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로 사람들 피를 빨아먹는 정치이다.
일본이 이런 상태를 다 ‘경제’ 탓으로 돌린다. 경제 물론 중요하다.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특히 일본처럼 정부와 기업이 일체가 되어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해온 나라에서는 경제라고 할 때, 즉 정치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경제만이 아니다. 건전한 정치의 부재를 경제 탓으로 경기가 나쁜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항상 중국 탓, 북한 탓, 한국 탓으로 돌린다. 중국이 침략을 해올 것처럼 떠든다. 북한이 공격해 온다도 난리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한편, 일본 사람들은 일본처럼 경제대국에 평화로운 나라에서 풍요한 삶을 향수할 수 있다는 건 선택받은 민족(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즉, 천국이다. 그 의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경제가 화려했던 버블경기 때보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단단히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근데, 왜 사람들이 매일같이 자살해 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