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6 어두운 과거
오늘(일요일)도 동경은 흐려서 추운 날씨였습니다.
아주 흐리지는 않고요, 중간에 햇빛도 좀 나는 날씨였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까, 내일도 기온이 낮네요. 저는 오늘도 하루종일 학생들 리포트를 채점했습니다. 어젯밤 늦게 자서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 몸을 좀 풀고 빨래를 돌리면서 아침밥을 먹고, 리포트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하루종일 앉아서 리포트를 읽으면서 지냈습니다. 지금은 밤12시 가까우니까, 오늘도 12시간 이상 노동을 했습니다. 아무리 익숙해도 채점을 하는 건 신경이 곤두섭니다. 그러다보니 피곤합니다. 매일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는데도 등짝이 뻑적지근해 옵니다.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파오고 다리도
붓습니다. 허리가 아픈건 직업병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장시간 앉거나 서거나 이거든요.
지난 금요일 수업 때, 학생들에게 연말연시 동안에 있었던 일을 말했지요. 내가 한국어로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그 게 아주 마이너한 블로그인데, 어떤 날은 1,000명이 넘게 방문한다고, 거기서 하루에 1,000명은 인기가 있는 쪽일거라고 말을 했답니다. 학생들이 보고싶다고 난리를 칩니다. 한국어라서 봐도 모를거라고 해놨습니다. 그러면서, 그게 나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도 말했지요.
왜냐하면, 나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글짓기시간에 한 번도 글짓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답니다.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문학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시대에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글짓기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입니다. 그 대신 책은 많이 읽었습니다. 그전에는 작은 학교에는 도서관에도 책이 별로 많지 않았지요. 우리집은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보다 책이 더 있었거든요.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문자중독’일 정도로 글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가리지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의미를 모르는 것도, 그냥 읽었지요. 많이 읽다보면 읽는 스피드도 아주 빨라서 제일 빨랐던게 중학교 정도였던 것 같아요. 만화책을 빌려 읽을 때, 그 때는 시간당이라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감촉과 사이즈로 문고판책을 좋아해서 문고판사이즈 책이 들어가는 주머니가 있는 코트를 좋아할 정도였답니다.
70년대 후반부터 서울에 있었는데, 교보문고가 지금자리로 오기 전, 작은곳이었을 때, 휴일날은 나가서 신간을 서서 다 읽고 옵니다. 책 종류도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요. 일을 하면서 월급에 10%는 책을 산것 같아요. 그렇게 예산을 정해놓고, 재미있는 것은 가끔 데이트를 하면 상대가 책에 나온 걸 마치 자신이 아는 것처럼 말을 하더군요. 저는 머릿속에서 어느 책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구나, 이렇게 저렇게 짜깁기 편집 하는구나 생각했답니다. 전혀, 재미가 없지요. 그리고 아는 대학생 오빠 학교숙제를 해주고 돈을 받기도 했답니다. 좋은 학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참 한심한 사람이였지요.
그런 저도, 90년대 후반에 프리랜서로 몇 년간 시사잡지와 경제전문지에 기사를 쓴적이 있답니다. 제 원고료는 글자당, 원고지 칸당, 10엔으로 결코 싼 편은 아니었지요. 사기치는 것 같아서 양심에 가책은 느꼈지만요. 기사는 제가 발로 직접 뛰고 조사를 해서 쓰는 사람이라, 기사내용에는 책임을 집니다. 사기를 치는 것 같은 기분은, 문장을 쓰는 것에 관해서입니다. 프리랜서는 글을 써서 파는 거니까, 글을 잘쓰고 못쓰고가 아니라, 내 글을 사줄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로 성립하는 세계입니다.
제가 글쓰기를 하기 시작한 건 일본에서 ‘일본어’로 입니다. 일본어학교 다닐 때, 작문시간이 있거든요. 그 때는 참 편하고 쉽게 썼지요. 왜냐하면, 일본어를 공부한지 얼마 안돼서 아는 단어도 적고, 어떤게 좋은 문장인지도 모르니까, 아는 말을 다 동원해서 그냥 ‘쓰면 된다’였지요. 간단할 수 밖에요. 재빨리 쓰고 냈답니다. 그런데 제가 쓴걸 보고 무서운 선생님이 웃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먼저 한국어로 쓰고 번역을 하더라고요. 제가 보면 참 일을 어렵게 하는 거죠( 번역할 실력이 되면 일본어학교 안 갑니다). 그 때 같은 반에 있었던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어서, 일본어 선생님도 모르는 단어도 알고 있을 정도였답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봐도 잘 모를 정도로 어려운 문장을 쓰더랍니다. 저는 그런 문장을 못쓸뿐더러, 쓰고 싶지도 않습니다. 쓰기도 어려울 겁니다. 저는 어려운 건 몰라요.
일본어로 글쓰기를 통해서 글쓰는 걸 편하게 느낀것 같아요. 그리고 일본어 환경에서는 주위에 프로로 글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적어도 그수준이 ‘보통’이라서 알게 모르게 글쓰는 ‘훈련’을 받은 것 같아요. 근데, 일본어 문장은 편집자도 제 문장을 함부로 못 고칩니다. 저는 일본어에 오자나 탈자 등이 없답니다. 그리고 제 분야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책을 써도 편집자가 손을 못댄다는 겁니다. 이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사람과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랍니다. 저는 제 스타일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어로 쓰는 건, 거의 논문입니다. 저는 에스노그라프라고 해서 표현력을 필요로 하지요, 그러나 제가 필드를 뛰는 거라, 문제가 없습니다. 원래부터 ‘좋은 문장’이나 ‘멋있는 문장’을 쓰려고 하지 않으니까. 알기 쉽게, 학자를 위한 문장이 아닌, 내가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읽어서 알수있게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은 학교교육을 그다지 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일본어로는 제가 글을 잘쓰는 사람인가 봅니다. 제가 프리랜서로 글쓰는 사람이 될거라고 본 사람들이 적지 않거든요. 제가 봐도 일본어로 글 쓰는 게 훨씬 편하고 자신이 있습니다. 일본어로는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환경에서는 한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를 잊어버리더라고요. 남의 말은 참 많이 쓰는데, 자기 재산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없어져가는 재산을 확보하려고 한국어로 블로그를 쓰려고 한 거지요. 기사를 쓰려면 그만큼 준비 해야 하지만, 블로그는 부담이 없으니까. 그래서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겁니다.
작년 봄인가 부터 가끔, 어떤 때는 일주일에 한번, ‘오늘의 추천블로그’로 올라가더라고요. 그 건 랜덤으로 소개를 해주는 줄 알았어요. 확률이 아주 높은 거죠. 그렇다고 방문자 수가 느는 것도 아니었지만, 요새는 하루 평균 200명정도 인 것 같습니다. 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과거가 과거이고, 아시다시피, 띄어쓰기도 엉망진창이고, 표현력도 어눌 할 텐데, 찾아서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니 ‘기적’입니다. 살다보니 이런 ‘기적’도 있네요.
블로그의 글이 늘어나는 것이 재산이 점점 불어나는 것 같아요. 뱃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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