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30 '행복'한 시간
오늘도 동경은 맑은 날씨였습니다.
저는 아침에 빨래를 해서 널고, 아침을 먹고서 일을 할 짐을 싸들고 학교 도서관에 갔습니다. 제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논문을 한편 교정, 내년도 강의할 과목 시라바스를 쓸 책을 선정해서 빌릴 것, 그 다음은 출판할책 원고교정이였습니다. 학교에 가서 신문들을 읽었습니다. 항상 제가 쓰는 곳에 가서 새로 구입한 책들을싹보고 나서 내년도에 강의할 새로운 과목에 쓸 책들을 찾아서 봤습니다. 새로 구입한 책을 보고 연구동향을 봅니다. 전문분야나 관련분야가 아니여도 참고가 됩니다.
내년도에 강의할 과목중에 새로 급하게 정해진 게 있습니다. 담당하던 사람이 병이 나서 휴직합니다. 그래서 제가 대리로 강의를 담당하게 됐지요. 별 준비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관련분야 책을 몇 십권 한꺼번에 늘어놓고 봅니다. 그러면 전체가 보이거든요. 그리고 필요없는 걸 빼내면서 중심으로 할 포인트를 몇가지 정합니다. 중심으로 쓰는 책은 어렵지 않은 걸로 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다른 책에서 보충합니다. 요새 보면 여러 학문분야가 과도기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걸 부순다던지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세상이 바뀌는 데 대응을 못했던 거지요. 항상 현실이 먼저 진행이 되고 나중에 여러가지 해석이 뒤따르지만, 크게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있지요. 지금 21세기에 들어와 패러다임이 바뀐 것에, 꼭 세기가 바뀐다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요. 1990년 냉전체제 붕괴이후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변화에 세계가 대처를 못해서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왔던게 다 변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했던 것 연장선에 있는 거지요. 그 걸 읽어 해석하는데 지금까지 보던 것 만이 아닌 다른 관점들이 필요해지는 거지요.
책을 찾아서 정신없이 보다 보니까 금방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도시락을 가져갔는 데 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냥 일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많이 보니까, 뇌에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강의 시간이 행복하기를 바라서 한 과목 강의 키워드를 ‘행복’을 중심으로 잡았습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강의에서 ‘행복’을 키워드로 해야 할 만큼 현실에서 ‘행복’과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참 슬픕니다.
신년도 과목 강의 내용을 대충 정했습니다. 다음은 논문도 교정을 봤고요. 그런데 논문이 제 맛이 안납니다. 아무래도 제 맛에, 이번에 논문을 읽었던 후배 터치가 들어가서 그런가 봅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친구와 했었거든요. 다른 친구와 제가 하는 게 제일 좋은 데, 미안해서 봐달라고 부탁을 못했지요. 다음에는 다시 생각을 해야 겠네요.
드디어 책원고 교정에 들어갔습니다. 두 가지 교정을 봐야 하는데, 우선 오리지널에 수정한 게 타당한 지 봅니다. 두 번째는 새로 뽑아낸 원고를 교정하는 겁니다. 오리지널을 보기 시작했는 데 별로 못봤습니다. 책원고가 좀 많습니다. 지금 반정도가 나왔는데, 1000페지가 넘습니다. 양이 아주 많아서 이 번 여행을 갈 때도 짊어지고 갑니다. 2-3일 사이에 오리지널을 집중해서 보고, 새로 뽑은 것만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둘 다 가져가야 할 까 봅니다. 그리고 신학기에 쓸 책들도… 작은 가방은 책을 넣고 가야 겠네요. 아, 무거운데… 어쩔수가 없지요. 친구네 친척들에게 줄 선물도 사러 가야 하는데 시간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학기가 끝나서 일을 처리하고 널널하게 갈 수 있게 일정을 잡았는데, 일은 꼭 겹칩니다.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이 진전이 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책원고를 교정하는 시간은 저에게 힘듭니다. 그동안도 너무 많이 울어서 제대로 된 정신상태로 일을 못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책은 재일 제주도사람 일세들 생활사인데요. 저는 그 사람들을 만났고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제주도사람들의 아름다운 세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세계에 머물 수 있어서 지금도 행복하지만, 제 손에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올해 내로 출판을 해서 제 손을 떠나 세상으로 내보내려 합니다. 책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겠지요. 그리고 세상에서 자신의 생명력으로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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