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3 대설의 밤과 아침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맑았다. 최고기온이 10도로 따뜻한 날씨였다. 내일부터 기온이 내려가서 추워진다고 한다. 최고기온도 낮지만 최저기온이 영하 4-5도라니 추운 날씨가 계속될 모양이다.
동경에서 '대설경보'는 아주 드문 일이라, 어젯밤에도 베란다에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창문 앞에 선 느티나무에 눈이 많이 쌓여서 눈꽃으로 아주 환상적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사진을 찍었다. 어젯밤 눈이 많이 떨어져서 모양새가 달라졌지만 아침해를 받으면서 서있는 느티나무는 멋있었다.
요새는 종강 시즌이다.. 내일 오후 강의로 모든 과목이 종강을 한다. 오늘도 한 과목 종강을 했다. 종강 시즌이 되면 항상 싱숭생숭한다. 학생들과도 점수로 인해서 서로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피곤하다. 일본에서는 난방을 에어컨으로 해서 바람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 심하다. 따뜻한 공기는 머리를 중심으로 상반신에 집중하고 찬 공기는 발부터 하반신이다. 이런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정신이 없어진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갈 때 역까지 걸어가는 길이 눈이 쌓여서 걱정이라, 10분 이상 일찍 나갔다. 내가 타는 전철은 3분 정도 늦었을 뿐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역까지 가는 길이 가장 힘들었다. 눈이 20센티 이상 쌓여서 발이 푹푹 들어갔다. 사람들 복장을 보니 장화나 부츠를 신은 사람이 많았다. 새로운 것은 등산화를 신을 사람도 꽤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제 신었던 신발을 신었다. 아무래도 눈이 너무 높이 쌓여서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가 훨씬 더 좋겠지. 등산화를 신으면 미끄러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비상시에는 비상시에 맞는 복장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내일은 등산화를 신고 갈까?
점심시간에 영국 선생이 수수떡을 가져와서 나눠 먹었다. 학기말이 가까워서 지난 금요일에는 내가 과자를 가져가서 서로 나눠 먹었다. 학기 중에는 정신없이 바빠서 편하게 수다도 잘 떨지 못하고 지낸다. 학기말을 끝내고 편하게 밖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영어선생 하나는 가족이 쿠사쓰에 갔는데 화산이 폭발했다고 걱정을 한다. 가족에게 피해는 없다고 하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자연재해는 속수무책인 면도 있다. 쿠사쓰는 근래 화산활동이 활발하다고 입산을 금지했다가 이번 겨울에 스키장을 개장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쿠사쓰는 동경에서 가까운 온천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어쨌든 피해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성적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챙기고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왔다. 직원들과는 봄방학이 끝나야 다시 만날 것이다. 학교에서 역까지 오는 버스에 탔더니 이상한 소음이 들린다. 그냥 있기도 피곤해서 잠을 잤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돼서 보니 눈이 많이 녹았다. 원래 거기는 좀 따뜻한 곳이라, 눈도 빨리 녹는다. 집 가까운 역에 와서 내렸더니 훨씬 춥다. 내가 사는 곳이 훨씬 춥다는 것이다. 눈도 조금 밖에 녹지 않았고 많이 남았다. 길도 아주 가늘게 사람들이 걷던 곳만 길이 생겼다. 집 가까이에는 길이 생기지 않은 곳도 있다.
실제로 눈이 얼마나 왔는지 궁금해서 봤더니 20센티 이상인 것은 확실하다. 많은 곳은 30센티에 가깝다. 도심에 눈이 20센티 이상 쌓였다니 믿기가 어려울 정도다. 어제저녁과 밤은 도심에서 교통이 마비되고 역이 넘쳐서 역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 영향은 오늘 오전까지 계속되었다. 나는 내가 사는 주변에서 주로 도보로 움직여서 전철과는 상관이 없었다. 내 집 주변에는 쌓인 눈이 녹지 않고 한참 남을 것 같다. 어제와 오늘 아침에 봤던 '겨울나라'의 아름다움이 아닌 질척거림이 될 것이다. 한기와 습기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나도 그러려니 하고 지낼 것이다. 집이 추우면 리포트를 짊어지고 따뜻한 도서관에 가서 성적을 매기고 나중에 집계를 하면서 보낼 것이다.
어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차차 블로그에 올리기로 하겠다. 오늘은 어젯밤에 찍은 느티나무와 오늘 아침에 찍은 느티나무 사진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