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9 매화
오늘 동경은 잔뜩 흐리고 비가 약간 오다가 나중에 눈이 온다고 한다. 열흘 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남았는데… 눈이 온다는 게 전혀 반갑지 않다. 잔뜩 흐렸다는 것은 추운 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반가운 것은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어제는 최고기온이 13도까지 올라간 아주 따뜻한 날이었다.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서 농가에 야채를 사러 갔다. 쑥갓을 두 단 사왔다. 그리고 날씨가 좋으니까, 우체국에 가서 서울에 소포를 부쳤다. 지난 크리스마스날에 샀던 선물을 부쳤다. 내가 한국에 가기 전에 날씨가 따뜻해질 것 같아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 매화나무를 보러 들렀다.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매화나무의 꺾어진 가지는 그냥 그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생채로 찢겨진 그 가지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아쉬워서 보러 들렀다. 꺾어진 나무에 관리가 들어가면 가지가 얼마나 잘릴지 상상이 안된다. 주위에 나무를 관리하는 걸 보면, 아주 나무를 몽달귀신처럼 무지막지하게 자른다. 몇 년에 걸친 개인적인 관찰에 의하면 나무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나무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다. 군대간 남자아이들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밀어내는 것과 같이 나무의 스타일도 무시하고 막 잘라낸다. 보는 사람들이 화가 날 정도니까, 나무는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다. 말이 통한다면 그들의 기분을 듣고 싶다.
지금은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다. 나는 논문을 집중해서 빨리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질질 끌면서 주절주절 쓰고 있다. 정해진 양을 훨씬 넘겼지만, 아직도 쓰고 있다. 감기에 걸려서 2주를 쉰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나에겐 드문 일이다. 그러나, 마감은 지킨다. 논문을 쓰는 데, 나의 최대의 장점은 마감을 지킨다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시간을 잘 지키는 데, 원고 마감만은 안 지키는 경향이 있다. 나에게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지만, 그렇다.
요새 따뜻한 국물이 있는 걸 먹고 싶어서 오랜만에 국물을 내어 국수를 끓여 먹었다. 국물이 있는 걸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일시적으로 포만감이 느껴져서 좋다. 문제는 염분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염분을 섭취하면 몸이 붓는 편이라, 주의한다. 염분을 섭취하면 몸도 둥글둥글 해진다. 요즘 춥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산책도 쉬고 있다. 그래서 몸은 더 둥글둥글 해진다.
방학에 들어가서 마트에 가는 일도 드물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쇼핑을 한다. 방학이 되면 집에 있는 걸 먹는다. 마트에 들러서 사오는 보급이 없고 집에서 먹기만 한다. 그러니 항상 물건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것이지만, 새삼스럽게 느낀다.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는데, 왜 쌀이 떨어지면 밥이 먹고 싶어질까? 이상하다. 명절 전에 쌀을 2키로 샀다. 기분상 명절에 쌀이 없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다. 그 쌀을 다 먹었다. 집에 있을 때는 쌀이라도 있어야 마음이 든든해질 것 같다. 오늘은 과일을 사는 금요일이다. 겨울이라, 별다른 과일이 없겠지만, 나중에 용기를 내서 마트에 갈지 모르겠다. 오늘 마트에 가지 않으면 과일이 떨어진다.
요즘 주로 먹는 야채와 계란은 가까운 도보거리에서 생산한 것을 사온다. 야채나 계란은 마트에서 파는 것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다. 요새는 야채가 특히 맛있다. 마트에서 파는 모양만 번지르르한 야채와는 차원이 다르다. 땅과 계절의 기운이 느껴지고 향기가 강하고 씹히는 맛이 있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만족스러운 식사가 된다. 반찬은 항상 없지만… 만족스럽다는 게 어딘가…
요전 날에 찍은 매화사진이다. 날씨는 잔뜩 흐려서 꾸물거리지만 사진이라도 화사하게…
오후에 일기예보를 봤더니, 밤에 눈이 많이 온단다. 서둘러서 배낭을 메고 식량조달하러 산을 내려갔다.
쌀 2 키로에 감귤류를 일곱 개, 사과 세 개, 우유 하나 고구마 큰 걸로 세 개를 사서 짊어지고 손에 들고 올라왔다. 동경은 눈에 약한 도시다. 나도 눈에 약하다. 지금 고구마를 찌고 있다. 우선은 식량이 조달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