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경생활

옥타마의 겨울

2018/01/31 옥타마의 겨울

 

오늘 동경은 약간 구름이 많지만 맑은 날씨였다. 저녁부터 하늘을 쳐다보며 달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있다. 날씨가 흐려서 달이 선명히 보이지 않지만 달이 겹쳤다가 벌겋게 달을 보고 있다.

 

지난 금요일부터 캔버라에서 아는 사람이 와서 집에 머물다가 오늘 밤 비행기로 싱가폴로 떠났다. 싱가폴을 경유해서 캔버라로 돌아간다. 지난 토요일 온천에 가고 싶다고 해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옥타마에 가기로 했다. 아침을 느지막히 먹고 천천히 출발해서 가는 길에 멀리서 하얗게 눈 덮인 후지산이 큼지막하게 선명히 보였다. 겨울 날씨가 춥고 건조하면 멀리 겹겹이 겹친 산이 가깝게 선명히 보인다. 하이비젼 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옥타마에 갈 때 예상으로는 눈이 하얗게 덮인 풍경이었다. 실제로 옥타마에 갔더니 내가 사는 주변보다 훨씬 눈이 적었다. 원래 눈이 적게 내린 모양이다.

 

눈이 쌓였을 것 같아 산책할 예정은 없었는데 조금 산책을 해도 좋을 것 같아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산책하는 중에도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와야 한 명이나, 둘을 볼 정도로 적었다. 산책을 하고 온천에 가는 길, 양지 바른 곳에 앉아서 점심으로 삶은 달걀과 사과를 먹었다. 다음은 온천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온천에는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적었다. 아무래도 눈이 오고 날씨가 추운 탓이다. 겨울이라 경치도 삭막한 것이 사람들이 적은 이유일 것이다. 온천은 실내와 노천 둘 밖에 없다. 날씨가 추워서 양 쪽 다 물이 뜨거운 편이었다. 안에서 살짝 몸을 씻고 밖으로 노천탕으로 나갔다.

 

노천탕은 아래로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차가운 공기 속에 뜨거운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몇 명인가 있었는데, 차츰 사람이 줄더니 둘 만 남았다. 둘이서 온천을 빌린 것처럼 널널하게 있었다. 탕이 너무 뜨거우면 밖에 나가서 식히다가 다시 들어가는 식으로 두 시간 정도 온천에 있었다. 사실 뜨거운 온천에 두 시간 있는 것은 피로가 회복되지만 온천으로 인한 피로가 더해진다.

 

돌아오는 길은 갈아타지 않아도 다치카와까지 한번에 가는 빠른 전차를 탔다. 전철 차량에도 사람이 없어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둘이 전세를 낸 것처럼 널널하게 타고 왔다. 나는 다치카와에 도착해서 집으로 오는 모노레일을 갈아타는 시간을 노심초사 주시하고 있었다. 다치카와에 도착해서 서둘러 달려서 모노레일을 갈아탔다. 저녁 해가 지고 노을이 져서 후지산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노을에 후지산이 보이는 시간을 그다지 길지 않다. 해가 길어져서 그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낮에 눈덮인 후지산과 저녁에 노을에 비친 후지산 양쪽을 다 본 것은 행운이었다. 헉헉거리면서 뛰었지만 멋있는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온천과 후지산으로 배가 부른 것처럼 노곤했다. 저녁으로는 오징어 머리와 다리를 넣은 부침개를 부쳐서 먹었다. 온천에 다녀와서 잠을 아주 푹 잘 잤다. 옥타마는 가을이 훨씬 훨씬 예쁘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하지만, 겨울 옥타마도 괜찮았다. 사람이 적어서 아주 널널하게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노천탕을 전세내고 전철을 전세내는 일이 아주 드문 경우일 것이다. 그런 기분을 맛볼 수가 있어서 좋았다.

 

사진은 옥타마에서 찍은 것이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0) 2020.02.06
동네에서 런치를  (0) 2020.01.31
매화  (0) 2020.01.31
할아버지의 야채와 매화나무  (0) 2020.01.31
눈이 온다  (0) 202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