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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유감스러운 미술관

2016/02/02 유감스러운 미술관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였다. 최고기온은 올라 갔지만, 어제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요새 골치가 아팠던 논문을 금요일 밤에 마쳤다. 논문이 끝나면 잘 썼든 아니든 어쨌든 기분이 좋다. 해방감을 느낀다. 그런데 논문을 너무 많이 썼다. 정해진 분량은 400 50매로 20,000자다.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어서 좀 길다. 내가 처음에 쓴 분량은 28,000 자 정도였다. 우선은 쓰고 자르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자르고 밤에 다시 완성했다. 일요일 아침에 친구에게 교정을 넘겼다. 나도 프린트 한 걸 가지고 외출하면서 다시 읽는다

호주에서 온 친구가 와서 3 주나 되었는데 만나질 못 했다. 감기 걸려서 2 주를 허비했고 논문이 끝나지 않아서 도저히 친구를 만날 여유가 없었다

논문 마감날 오후에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프라도 미술관전이 끝나는 날이기도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는 갔다. 그러나, 이번에 프라도 미술관전을 하는 미쓰비시 이치고칸 미술관에 간 적이 없었다. 동료에게 초대권을 두 장 받아서 갔다. 근래 일본에서는 거의 전시회에 가질 않았다. 외국에 가면 전시회에 잘 가는 편이다. 동경에서는 입장료가 비싸고 분위기가 별로라 언제부터인가 전시회를 잘 안 가게 되었다

처음가는 미술관이라, 친구와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시회 마지막 날이라서, 입장하는데 30분이 걸린다고 사람들이 밖에 줄을 서 있다. 우선 줄서서 친구를 기다렸다. 경비가 삼엄하다. 입장할 곳까지 갔을 때,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약속했는데, 외국인이라 헤매는 모양이라고 여기로 돌아와도 되는지, 안된단다

그동안 추운데 줄서서 기다린 생각을 하니 화가 난다. 완전 열 받았다. 마치 내가 나쁜짓 하다가 걸린 것처럼 말을 한다. 나 혼자였다면 전시회를 보지 않고 그냥 간다. 친구는 입구가 아니라,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와 같이 다시 새로 줄을 섰다.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입장 했더니 안내문이 있다. 말을 하지 말란다. 다른 사람들이 감상하는데 방해가 된다네… OMG 믿기지가 않는다. 화를 참고 입장했지만, 말도 하면 안된다니… 친구도 안내문을 읽고 자기 눈을 의심했단다. 내가 잘못 읽었겠지, 설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단다. 아니야, 맞어, 기가 막히지. 일본을 우습게 보면 안돼. 전시장 안에서는 모두 입을 꼭 다물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대여한 음성안내 헤드폰을 끼고 들으면서 이동하며 본다. 아주 이상한 풍경이다. 모두가 판토마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긴장에, 긴장을 더한다. 나는 그 분위기에 급하게 피곤함을 느낀다. 전시된 작품은 거의가 소품들이었다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니다. 친구도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전시장도 미로처럼 동선이 복잡해서 동선이 끊긴다. 친구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지, 전시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둘이 밖에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도심이라서 먹을 것도 비싸면서 내용이 시원치가 않다. 친구는 일년에 두 번은 동경에 온다. 친구가 칭찬한 것은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물을 보러 간 건 아니다. 이번에 와서 국회도서관에 갔더니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놀랐다네. 테러, 테러 하면서 경비와 경찰에 짜증났다고… 왜 그렇게 많은 경찰들이 돌아 다니냐고? 이상하단다. 일본에서 그런지 좀 됐어. 전에는 경찰들이 막 돌아다니면 시민들이 화를 냈거든, 지금은 경찰들이 돌아다니면 안심한다는데

전시장에서 말을 하지 말라는 안내문에도 깜짝 놀랐단다. 세상에 이럴 수가… 말도 안되는, 믿기가 힘든 현실이지. 지하철로 가는 길을 걸으면서 우측통행이라고 쓰인 걸 가르키며, 좌측통행 아니야? 동경에서는 로보트처럼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거야. 자기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면 안돼. 그냥, 의지가 없는 기계처럼 행동해야 스트레스가 적어요

미술관에 가면 비싼 입장료에 교통비, 시간을 써가며 가는데, 불쾌감을 느끼는 안내를 받으면 화가 난다. 그래서 내가 일본에서는 미술관이나, 전시에 잘 안 간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친구가 왔다고 갔더니, 미술관 사람들이 관람객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관람객은 테러를 하러 미술관에 가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미한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게 통제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너무 강하게 감시하고 통제 하면 어쩌다 관람을 가도 전혀 즐길 수가 없다. 친구가 느낀 과도한 경비는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미술관에 사건을 일으키러 가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도한 통제의 대상이 되면 압력을 느껴서 신경이 거슬린다. 짜증이 난다. 왜 미술관에 갔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능하면 안 가게 된다. 스트레스 받으니까…

과도한 통제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접하고 느끼는 감정과 상상력까지 억압 당하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자유와 상상력을 통한 교감 마저도 통제 당하는 것 같다. 전체주의라는 것이 무얼까? 이렇게 과도한 통제를 통해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숨이 막힌다

미술관 자체가 즐거운 장소가 되면 안되나? 괜히 긴장감을 주고 난리야… 이해하기가 어렵다

새로 산 컴퓨터에 적응이 안되어 사진이 통제가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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