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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기생충' 은 오스카 네 개! 일본은?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네 부문이나 수상을 했다. 2020년이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해가 되었고 한국 영화 100년에 처음 나온 쾌거에 아카데미상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거듭한다는, 한국사람으로서 기쁜 소식이었다. 한국 영화가 여기까지 왔구나! 한국 영화가 여기까지 오기에 관객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다고 본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대단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도 정비되었다. 이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던 감독과 주연 배우가 성취한 성과라서 영화가 아닌 현실이 블랙 코메디 같다. 일본에서 한국 영화가 일본 영화를 넘어 섰다는 평가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전문가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무엇이든 한국에게 진다는 걸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무엇이든 일본에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일본을 의식하지 말고 한국의 길을 가면 된다. 한국에서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세계적인 쾌거에 들뜬 하루였나 보다. 

 

같은 날, 일본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라는 크루즈선에서 새로운 감염자가 70명 확진되어 크루즈선에서만 135명, 일본 전체로는 160명 이상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 오스카로 폭발한 날에 일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 폭발한 느낌이다.

 

오늘 동경은 맑고 기온이 낮은 겨울 날씨였다.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 도서관에서 새로 온 책을 보고 읽은 책은 반납했다. 돌아오는 길에 무인 판매에서 큰 무를 두 개 사다가 지금 피클을 만드는 중이다. 마트에 들러서 과일도 좀 샀다.

 

아침에 뉴스를 봤더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객에 대해서 회사가 크루즈 여행에 든 경비 일체를 보상한다고 한다. 현재 격리 아닌 격리로 지내는 동안 드는 비용도 포함한 것이다. 이 걸로 현재 승객이 처한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완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승객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일본 정부와 협의하면서 안전히 돌아갈 때까지 케어한다고 했다. 크루즈 회사로서는 결정을 잘 했다고 본다. 이런 결정도 클루즈선을 경영하는 회사가 미국회사였기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만약, 일본회사였다면 이런 결정이 나오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한 크루즈 여행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회사로서 손실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꽤 있는 걸로 봐서 여행 보험의 커버하는 범위를 넘어 하선후에 손해보상이 문제가 나올 것으로 본다. 사실, 일본에서 격리를 한다고 해도 최고급 호텔이 아닌 이상 크루즈선 레벨의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하는데 최고급 호텔이 사용될 일은 없다. 나중에 보니 클루즈선 청소나 시트 교환도 안한다고 한다. 최고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에서 최고의 서비스가 없다면 최악의 장소가 되고 만다. 

 

오늘은 아카데미상 수상식이 있는데, '기생충'은 몇 부문에서 상을 받을까? 국제영화상은 받을 것 같고, 다른 부문에서는? 별다른 기대 없이 나갔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막연히 수상하면 좋겠다.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사람들 마음도 뒤숭숭하고 꿀꿀한 참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기대였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저녁을 일찍 먹으면서 컴퓨터를 켰더니 아카데미상 수상 뉴스가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 비현실적인 성과를 이루어 낸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일본 대학에서 한국 영화를 다루는 강의에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상영한 적이 있다. 작년말 '기생충'이 화제가 되어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 궁금해 검색했다. 학력란에 "연세대학교 사회학 학사"라는 걸 보고, 아, '사회학'이었구나!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무엇인가가 '사회학'적인 시점과 연결되는 것이구나. 어디까지나, 내 멋대로 해석이다. 봉준호 감독이 이룬 쾌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뒤숭숭함을 뻥하고 날려버렸다. 시원하다!

 

어제, 내가 사는 동네 시민센터라고 동사무소에서 작은 축제가 있었다. 아는 이웃들이 가게를 내서 수공예품을 팔고, 다과를 낸다면서 일찍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이 두려워 사람들이 오지 않는게 아닐까 했다. 정작 어제 아침 10시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나는 아는 이웃들에게 인사차 갔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마스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을 봤더니 마스크를 한 사람이 적다. 일본 전체가 고령화이기에 동네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고령자가 많아서 대부분 고령자, 여성들이 중심이다. 바깥에서 수공예품을 팔거나, 농산물이나 식품을 파는 사람들은 손님이 있을 때는 붐비지만, 적을 때는 사람과 거리가 있다. 한편 실내에서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면서 드나들고 앉거나 서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내에서 다과를 파는 이웃이 커피와 수제 케이크를 권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나왔다. 밖에서는 쌀을 찌고 기계로 쳐서 떡을 만들어 팔았다. 나는 사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많이 사서 일찍 없어졌다. 다른 음식들도 그 자리에서 만들어서 오픈한 채로 팔고 있다. 떡이나 케이크를 비롯해서 야키소바나 다른 음식도 사서 먹고 있다.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다, 신경을 쓰는 사람은 나처럼 마스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음식을 사지 않을 뿐이라,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전염이 되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고령자들이 집단적으로 모였는데 이렇게 무방비하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하고 사람이 많은 동네 축제를 다녀오고 큰 역에 있는 마트에도 갔다. 큰 역은 중국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 관광객도 많이 오는 곳인데도 사람들 행동을 봤더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평소라면 쇼핑객이 많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평일보다 사람이 적었다. 그러니까, 조심하는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기에 사람들 행동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보기가 힘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말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아는 사람끼리 귓속말을 할 정도다. 지금 동경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말하는 게 금기사항이 된 느낌이다. 뉴스도 적고 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불안이나, 불만조차 말도 못한다.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에 대해 전수 검사 하지 않고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폐쇄된 공간에 격리 아닌 격리 상태에 있으면 전염성이 높아서 모두에게 감염하기 쉽다. 아예, 신종 코로나 바리러스를 크루즈선에서 배양해서 감염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려는 심산인가? 그렇다면 벌써 성공했다.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을 상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체실험을 하는 걸까?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크루즈선에서 감염자가 더 발생하기 전에 승선자를 빨리 전수 검사해서 안전한 곳으로 격리시켜야 하지 않을까? 크루즈선 승선자를 인질로 뭘 얻으려는 걸까? 아무리 일본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렇게 적나라하게 일본의 민낯을 국제적으로 알려도 되나? 

 

동네 축제에서 사람들의 무방비한 행동을 보니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당히 확산된 걸로 상상이 갔다. 한편으로 조심하는 사람들은 외출도 삼가하고 있다. 일본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매스컴의 보도나 사람들의 움직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깜깜이, 매스컴도 깜깜이, 보통 사람들도 깜깜이가 되어 보이지 않는 상태다. 크루즈선의 상태가 일본의 상태라고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쪽으로 가는게 아닌 것 같아서 너무 슬프다. 

 

한국과 일본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대비되는 날, 한국을 생각하면 아주 기쁘고, 일본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