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44명 늘어서 크루즈선에서만 218명에 다른 확진자를 합하면 약 250명에 이르고 말았다. 검사한 사람 3분 1넘게 확진자가 되었다. 황당하게 검사해서 양성이 아니면 다시 배로 돌려보내고 있다. 크루즈선이 감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인데, 사람들을 다시 돌려보내다니! 크루즈선이 요코하마항에 도착해서 오늘로 10일째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에 탄 승객과 승무원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되길 기다리나? 너무 잔혹하다.
오늘 동경은 맑고 최고기온이 19도까지 올라간 따뜻한 날씨였다. 아파트 단지 정비하느라 아침부터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다른 나무는 많이 잘렸을까? 창 밖의 느티나무도 약간 가지치기를 했다. 날씨가 따뜻해서 사람들이 밖에 나다니는 것이 보인다. 동경 시내에 사는 지인도 밖에 다닐 때 마스크를 하지 않아서 사람들 눈총을 받을 줄 알았더니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한국에서 현재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다이아나 프린세스호(이하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세월호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무능한 국가 수장과 죄없는 희생자가 공통점으로 보일 것이다. 세월호와 크루즈선의 닮은 점과 상이 점을 보기로 하자. 세월호와 닮은 것 같으면서 아주 다르다.
닮은 점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무능한 국가 수장의 오판과 컨트롤 타워의 부재이다. 가라앉는 세월호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로 많은 아이들을 수장시키고 말았다. 크루즈선도 일본 정부의 오판으로 인한 초기 대응의 실패라고 본다. 어쩌면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싶지 않았던 점도 보인다. 세월호는 짧은 시간에 배가 가라앉고 많은 승객과 승무원의 생명을 잃었다. 그런 과정을 생중계로 많은 사람이 지켜보면서 안타까워 했다. 크루즈선의 경우는 코로나19가 바로 생명과 직결하지 않기에 대응에 시간이 있다고 여겼다. 일본 정부로서는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것과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신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은 물리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다른 점은 세월호를 둘러싼 사람들과 크루즈선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가 사뭇 다르다. 세월호는 한국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국민들이 상처를 입고 공유하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세월호의 아이들은 모두의 아이가 되어 지금도 세월호라는 이름만 나와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를 계기로 국가적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세월호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하지만, 세월호를 계기로 한국이 정말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절실히 알지 않았을까? 국가에 의해 아이들이 눈 앞에서 버려지는 참담함을 경험했다. 세월호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동네가 아니었다는 것도 사람들을 더 가슴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세월호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재난이었다.
일본에서 크루즈선에 대해서 냉담한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크루즈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한국의 세훨호가 되지 않는다. 우선 아베 총리가 무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크루즈선에 탈 수 있는 승객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에 '시기'와 '질투'가 섞여 '자업자득'이라는 눈길이 있다. 일본에서는 '자기 책임'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세월호와 달리 연령층이 높다. 거기에 외국인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승객의 반쯤 일본인이라고 해도 굳이 일본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하고 싶은 심리도 있다. WHO에 통계 방법을 달리하는 걸 요청하는 걸 봐도 같은 심리가 엿보인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크루즈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일로 여기고 싶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크루즈선 승객이나 승무원에 대한 공감대가 적다. 아무리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도 남의 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중국보다 요코하마항의 크루즈선이 더 멀리있다.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을 하선시키지 않으면 더 많은 일본인이 안전하다고 정당화하는 심리도 있다.
이틀 전에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중국 외에 여섯 나라에 여행 자제 권고를 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많은 나라들이며 실제로 한국에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감염되어 돌아온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중에 그 영향이 가장 큰 나라는 베트남이 아닌가 했다. 근래 한국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이 적으니까, 영향 받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오늘 일본 기사를 봤더니 정보를 아주 왜곡한 기사가 떴다. 한국에서 여행 자제 권고를 한 나라가 마치 일본뿐인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망하게 하려고 이런 권고를 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면 화가 나겠다. '혐한'을 부채질하는 기사다. 그 기사를 쓴 분에게 알려주고 싶다. 한국 사람들 정부에서 지시한다고 듣지 않아요. '여행 자제 권고' 따위 무시하고 오고 싶은 사람은 옵니다. 일본에서는 한일간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문재인 정부라고 한다.
일본 매스컴에서 크루즈선의 상황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확인차 3일전에 일본 라디오에서 크루즈선 승객과 인터뷰한 내용을 들었다. 10평정도 크기의 객실에 묵고 있는 70대 일본인 부부였다. 남편이 하는 말이 아주 지루하고 할 일이 없는 것 빼고는 불만이 없다고 한다. 부인도 밖에 나갈 수도 없고 행동이 아주 제한되지만, 세관을 통과하면 배에서 필요한 물건을 밖에서 들여올 수 있다니까, 괜찮다고 한다. 객실의 크기를 듣고 거기서는 간단한 운동도 할 수 있겠다고 했더니 여기저기 부딪쳐서 체조도 못한다고 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호화여객선이라고 하지만 객실이 그 정도면 대단히 큰 객실에 해당한다. 크기를 잘못 말했나? 거기에는 자신들이 불만을 말해봤자, 인상만 나빠진다. 뭔가 요구한다고 해도 들어 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뉘앙스가 있었지만, 단순히 보면 넓은 객실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는 걸로 들린다.
크루즈선에서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승무원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다이닝에 모여서 식사를 하던 승객들 방마다 식사를 배달하고 빈그릇을 수거해야 한다. 노동 강도가 엄청 세졌다. 승객은 자신들 객실에 머물러 있지만, 승무원은 모든 객실을 지나면서 일을 해야 한다. 승객도 객실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같은 방을 써야 하는 인원수가 다르다. 예를 들면 도미토리처럼 아주 작은 방에 침대를 채워 몇명이나 숙박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 승무원이 쓰는 방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감염될 위험성이 더 높은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매일처럼 늘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일본을 잘 몰랐구나 생각한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WHO에 기부해서 통계를 바꿔도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영향도 크루즈선 대처와 직결된 문제이다.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으면 일찍 대처해서 상황이 나빠지는 걸 방지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지켜보게 하면서 일본 국민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느낌이다. 같은 코로나19 감염자라도 전세기에 태워서 우한에서 데려온 일본인과 크루즈선에 타고 있는 일본인을 다르게 대하는 걸 보여주고 있다. '자국민 보호'라는 관점에서 우한에서 데려온 국민과 크루즈선에 탄 국민은 어떻게 다른가? 이런 비상사태에 국적을 가리면서 대처해야 하겠나?
한국 뉴스를 보면 일본보다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에 대한 공감대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끼는 연민의 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일본에서 보면 자기네 나라 일도 아닌데, 한국이 괜히 간섭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을 격리하는 모양새를 띄면서 방치하는 일본 정부의 대처방법이 일본적인 대처라고 할 수 있다. 날마다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은 다 같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가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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