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크루즈선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확신자가 39명과 검역관 1명이 불었다고 한다. 크루즈선에서 오늘 현재로 175명에 다른 사람을 합하면 200명이 넘었다. 지금까지 증상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검사한 결과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을 전수 검사한 결과가 아니다. 아직, 3000여명을 검사하지 않았다. 폐쇄된 공간이라 전염이 확산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확산을 확인하니 맥이 풀렸다. 일본 정부는 정말로 방치했다.
오늘 동경은 오전에 흐렸다가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맑아졌다. 최고기온도 제법 올라갔는데, 오전에 날씨가 맑아야 집안에 햇볕이 들어 따뜻한데 오후에 볕이나서 집은 바깥 기온에 비해 추웠다.
요즘 주변을 보면 분위기가 흉흉하기 짝이 없다. 나를 아는 이웃들이 보는 눈도 반기는 표정이 아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주위에 한국 사람과 알고 지내는 티를 내고 싶어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이게 요새 분위기구나 하고 느낄 뿐이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이상하게 대하는 건 상대방의 문제다. 그래도 막상 그런 걸 접하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동경에서는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나 도토리 키재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내가 중국 사람이라면 어떤 수모를 당했을까? 내가 감염자도 아니고 아무런 죄가 없다. 이럴 때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욕을 먹었겠지?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스크 착용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게 문제인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서 매너없이 행동한다고 하겠지.
오래 알고 지내는 중국 출신 후배에게 전화했다. 라인으로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문자를 주고 받다가 통화 했다. 지금이 대학 입학시험 시즌인데 딸이 고3이라, 입학시험일 것 같아서다. 공교롭게도 오늘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면서 후배에게 요새 주위를 보니까, 사람들 눈이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가관이 아니다. 너무 무서우니까, 너는 밖에 다닐 때 말을 하지 말아라. 말투에서 중국 사람인 걸 알면 어떤 미친 사람이 뭔 행패를 부릴지 모른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중국 사람이라는 거 말하지 않게 해라. 어떤 횡포를 당할지 모른다. 후배는 밖에 나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주위 사람 차별이 두려워서 한국 사람인 걸 숨기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인 줄 모른다. 누가 이상한 짓을 하면 싸우면 싸우지 숨기지 않는다. 사실, 일본에서는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무서워서 싸우지 못한다. 나는 뭔 일을 당해도 내가 당하지만, 후배의 경우는 다르다. 후배가 일가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아이들은 막내가 이번 대학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대학에 다니고 졸업했다고 해도 자신들 잘못이 아닌 엄한 일로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다.
내가 대학에서 강의 하는데, 중심적인 테마가 '혐오'를 하면 안된다. '차별'의 부당함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모르는 사람은 잘못한 것이 없으면 당당하게 행동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 것은 주위가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인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동경에서 주위를 보면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다 이상하다. 내가 뭔가 했으면 그로 인한 것이지만, 그게 아니다.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는 왜곡된 정보로 인한 선입견으로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다. 어쩌다 가끔 이상한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대부분 이상해서 중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위험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아는 이웃에게 당하면 상처는 더 크다. 후배는 괜찮다고,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나는 후배가 대상포진인 것도 알게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가 아닌가 생각했다.
크루즈선으로 돌아가자. 일본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인명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런 경향이 너무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지만 사실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생존에 요구되는 최저한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의식도 약하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일본이 선진국 중에 선진국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국적을 불문하고 인간의 생존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는 요구하지 않아도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을 대처하는 방법이 너무나 안이해서 매일 뉴스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일본 정부가 대처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대처를 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는 걸로 봤다. 스가 관방장관이 하는 말을 들어도 뭔 말인지 알아 듣질 못하겠다. 후생상이 하는 말과도 달라, 같은 정부에서 엇박자의 발표를 한다. 크루즈선에 자위대까지 투입시킬 정도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오늘 분명해진 것은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에 대해서 대처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이 아니라, 대처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일본 정부가 대처 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써먹을 요량으로 꼼수를 부려서 대처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이 정도 일에 일본 정부가 나서서 자위대까지 투입하면서도 승객과 승무원을 전수 검사해서 건강한 사람과 전염된 사람을 분리해 안전한 곳으로 격리시키지 못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지금은 크루즈선이라,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다. 만약에 다른 지역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이런 상태에서 도쿄올림픽을 치룰 수 있을까? 나도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위기 대처 능력이 이 정도인 줄 정말 몰랐다. 이런 일도 수습하지 못하면서 방사능 오염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나?
크루즈선의 감염 확신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보도 하지만, 다른 감염 확신자에 대한 보도를 거의 볼 수가 없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중국 관광객이 왔는데, 감염 확신자가 많이 나오는게 정상이다. 거기에 2차 감염과 3차 감염이 없을 수가 없는데, 일본에서는 왜 감염 확신자가 늘지 않을까? 일본이 방역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데 왜? 이상하다. 뭔가 숨기고 있는게 분명하다. 중국을 봐서도 알듯이 은폐하면 할수록 확산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이 하선하면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가 전염 확산된다고 하선을 반대한다는 댓글을 본다. 승객과 승무원을 빨리 전수 검사해서 안전한 장소에 격리해야 한다는 댓글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하선하는 걸 반대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댓글로 드러나는 여론을 보면 너무나 냉냉해서 무섭다. 거기에는 크루즈선을 타고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을 향한 '시기'와 '질투'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국적을 불문하고 인간의 안전과 생명에 관계된 일이다. 그런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 일본이 여러모로 정말로 '위험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크루즈선에 발이 묶인 승객과 승무원을 시급히 전수 검사해서 감염된 사람은 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람은 안전한 장소로 격리해야 한다. 국적이고 나발이고 눈 앞에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크루즈선에서 나온 감염 확신자 중 4명이나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크루즈선에 사람들을 방치해서 코로나19의 감염이 확산되어 가는 걸 생중계로 지켜보게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에게 무서운 눈초리를 향하는 주위 사람, 뉴스에서는 크루즈선의 상황이라니, 영화가 아닌 현실이 스릴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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