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9 떡국
오늘 동경은 어제와 비슷한 기온입니다.
날씨가 어제보다 더 맑고 칼바람이 불지 않아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외벽공사를 위해 철골을 쌓고 발판을 구축하는 공사를 코앞에서 진행하는지라, 누군가에게 감시 받으면서 생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이상했지요. 공사하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더라고요. 한 8시쯤에, 같은 단지에 사는 일본아줌마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새해에 들어 언니 아들이 죽고 여러모로 힘들었다며, 오늘 시간이 있으면 놀러가고 싶다네요. 저도 바깥에서 공사 하는 사람들이 얼쩡거려서 도망갈 데도 없이 집에서 지낼거라, 놀러오라고 했지요. 일과인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먹고, 채점을 마친 자료를 조금 정리했지요. 그래서 방한가운데 있었던 상자와 그위에 있던 것은 분리 해체되어 다른데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실상자를 열어서 들여다 봤지요. 실들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할지? 저도 살짝 실을 만지면서 물어봤지요. 어떡 할까? 별반응이 없더군요. 실과 대화가 진행될 조짐이 안보이기에 상자를 닫았습니다. 어느새 12시가 되어갑니다. 오늘이 명절이라는 데, 떡국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떡국을 사러 가기로 했지요. 그저께 업무용 마트에서 떡국을 봤거든요. 거기는 꽤 걸어서 가는 데라, 아줌마가 오기 전에 다녀와야 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동백꽃을 한 송이씩 찍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진짜배기 동백은 아직 안 핀 모양입니다. 제가 요새 찍어서 올린 것도 동백꽃이긴 한데, 동백꽃이 한 종류인가 봅니다. 업무용 마트에 가서 떡국을 세 봉지, 귤, 땅콩, 미나리 비슷한 야채를 샀습니다. 냄비에는 물과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두고요.
2시에 아줌마가 왔지요. 저는 껍질이 있는 땅콩을 까먹던 터라, 아줌마에게 먹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밥을 먹었다네요. 그러면서 차를 달라고 해서 유자차를 타서 드렸습니다. 자기네 언니 아들이 C형 간염으로 동경에서 일을 하다가 부모님이 계신 이와테로 돌아가 13년이나 치료 하다가 죽었답니다. 그러면서 부모에게 자식이 먼저 죽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을 거라는 겁니다. 그래도 자기 언니는 할 만큼 했으니까, 그나마 아들이 죽은 것에 납득 하지 않겠냐고 그러더군요. 저도 작년말부터 나도 장례식을 세 군데나 갔어요. 윗층 사람들과도 문제가 있었고, 둘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회포를 풉니다. 저는 아줌마가 자기 아들을 만나보라고 할까봐 조마조마 합니다. 아줌마가 저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자기 아들과 만나달라는 겁니다. 아예, 안만나는 게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 만나면 안됩니다.
수다를 떨다보니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아줌마가 돌아갈 때, 내가 집에서 입는 베스트를 줬습니다. 저는 아줌마가 올 때마다 뭔가를 들려서 보냅니다. 그리고 둘이서 짧은 산책을 합니다. 마지막은 아줌마네 집에 가는 엘리베이터 타는 데까지 데려다 줍니다. 이 게 하나의 코스입니다.
집에 오니 어느새 5시가 가깝습니다. 떡국을 끓이기 시작했지요. 언제적에 떡국을 끓였는지, 어떻게 떡국을 끓이는지 완전 아리송합니다. 어쨌든 국물을 끓이기 시작했지요. 멸치와 다시마, 새우껍질을 넣고 끓였습니다. 떡국 봉지를 보니 당근을 넣으라고 해서 당근을 얍게 썰어서 넣었습니다. 봄철 야채, 유채나물을 살짝 데쳤고요. 물이 끓어서 떡국을 넣고 다시 끓이다가 계란을 풀어서 넣고 미나리 비슷한 걸 넣고 불을 껐지요. 나중에 김을 구워서 위에 얹고 봄야채도 얹은 나도 생전 처음보는 떡국을 먹었습니다. 색상조합은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뜨개질도 하는 사람인데, 맛은 자신이 없어도 예쁘게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한 그릇을 먹고 배가 불렀지요. 그런데 그냥 두면 떡국이 불어날 것 같아 다 먹기로 했답니다. 두 그릇을 먹었더니 배가, 인간의 배가 아닙니다. 개구리가 배를 부풀린 상태가 됩니다. 제가 또 변신을 했네요. 돼지에서 곰으로, 오늘은 일시적으로 개구리가… 개구리야, 미안하다. 잠을 자는 거 아니니? 이렇게 쓸데없이 새해 첫날을 보냈습니다.
어제에 이어 친구딸 사진을 한장 올리고요.
오늘 찍은 동백꽃을 올립니다. 역시 가까이서 본 게 예쁘다. 마트에 가는 길에 직접 만든것으로 보이는 인형이 있더군요. 머리위에 끈이 끊겨서 주인과 헤어진 모양입니다. 표정은 아주 밝지만 불안하겠지요. 이 추운 날씨에… 인형이 주인과 다시 만나거나, 인형을 아껴줄 사람에게 갔으면 합니다.
올해도 이렇게 좋은 일과 슬픈 일이 교차를 하는 해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