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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졸업하자

2016/02/10 졸업하자

 

오늘 동경은 맑고 최고기온이 10도였지만, 바람이 불어서 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모처럼 산책을 나가려고 했다가 바람이 불어서 그만뒀다.

어제와 그저께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도심에 갔었다. 도심은 내가 사는 변두리보다 훨씬 따뜻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도심을 돌아다녔더니 구정이어서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이 아주 많다는 걸 알았다. 전에는 휴일에 어쩌다가 긴자에 나가면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제는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관광객이 많았다. 저녁을 먹으러 갔던 뎀푸라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광객이 많았다. 한국사람들도 많아서 카운터에 옆에 앉은 사람도, 계산을 할 때 앞에 있던 사람들도 한국사람이었다. 지금까지 그 집에 갔어도 한국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관광객이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오늘은 네팔아이가 왔다. 내가 쓰던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준다고 했더니 성급히 왔다. 오전에 와서 반찬거리가 없었지만, 있는 걸 박박 긁어서 반찬을 만들고 밥을 해서 먹었다. 그 아이는 반찬이 없어도 밥이 맛있으면 기쁘게 먹는다. 맛도 별로 없지만, 맛있다면서 엄청 먹는다. 나도 그 아이에게 주려고 챙겨줬던 걸 준다. 집에서 입는 패딩 베스트, 이불 껍질, 점퍼, 요즘 유행하는 바지 등이다. 그런데, 나중에 컴퓨터를 꺼내서 전원을 연결하는 줄을 꺼내라고 했더니, 갑자기 켜있는 컴퓨터 전원을 빼 버렸다. 깜짝 놀라서 주의했다. 컴퓨터를 끄고 전원을 빼야지, 이렇게 막 하지마. 그리고 이건 내가 쓰는 거니까, 나에게 양해를 구해야지. 앞으로는 그러면 안돼

전원 연결 코드와 TV를 볼 수 있는 것도 다 꺼내서, 택배로 컴퓨터를 보내기로 했다. 택배회사도 검색해서 나더러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전화를 했다. 택배를 부치고 가라고 했다. 택배회사에서 6시반까지 가지러 온단다. 그 걸 듣더니 자기는 그냥 갈 테니까, 나더러 알아서 보내 달란다. 아까, 저녁에 볼 일을 물었더니 아무 예정도 없다더니, 정작 자신의 중요한 일을 내게 맡기고 가려고 한다. 완전, 화가 나고 말았다. 지금 IT관계를 배우고 있어 내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가지러 와서 컴퓨터를 꺼내서 부속품을 확인하고 보내는 걸 주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정말로 중요한 순간에 자기는 쏙 빠지고 남의 일처럼 나에게 맡긴다. 내 일이 아니다. 화가 나서 이 컴퓨터는 졸업선물로 줄 테니까, 너도 나에게서 졸업해라. 너랑은 성격이 안 맞아서 싸우게 되는 것 같아. 그거야, 아무래도 선생님이 한국사람이라 그렇죠. , 한국사람이라 그렇다고? 전에는 싸우지 않았는데, 요새 왜 싸우는지 생각해 봐. 난 이렇게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내는게 싫거든. 네가 오기 전에 좋은 마음으로 이런 저런 걸 준비하고 밥을 맛있게 먹었는데, 결국 싸우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도 피곤하다. 너처럼 행동하면 문제야

소중한 관계는 소중하게 여기면서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 잘 아는 사이라고 제멋대로 하는 건 아냐… 사소한 것 때문에 싸워서 좋은 것도 다 망가지잖아. 이제는 졸업하고 어른이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자기가 알아서 해. 나도 졸업이야. 정말로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졸업은 하지만, 취직도 정해지지 않은 채, 불확실한 진로를 택했다. 지금까지도 말을 안 들어서 자신이 이런 지경에 와있어도 말을 안 듣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옆에서 아무리 가르치려고 해도 배울 마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을 안 듣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가 많이 배운다. 나도 졸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살 것이며, 자신의 길을 가겠지. 나는 지나쳐 가는 사람 중 하나 일뿐이다

어제 메이지진구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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