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0 위 대한…
설날인 오늘 동경 날씨는 맑은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안것은 떡국을 먹은 어제가 설날이 아니라, 오늘이야말로 설날이라는 것이다. 어제 쫓기듯 떡국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먹었다. 그런데, 먹고 난 다음에도 뭔가 찜찜했다. 너무 배가 불러서 피가 배로 쏠려서 문제가 뭔지 해명할 수 없었지만, 뭔가 이상한 게 있었다. 그 이상함을 뱃속에 넣고 잤는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설날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었다는 걸 알았다. 아, 정말로 바보같다. 어쩌다가 떡국을 먹는다고 온갖 난리를 쳐서 공개적으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일본에서는 한국이나 중국 설날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올해는 내가 동경에서 블로그를 쓰고 읽고 있어서 설날이 다가온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떡국이라도 먹어야 될 것 같은 심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생전 처음 보는 퓨전 떡국을 만들어서 폭식을 하지 않았나. 내가 노망이 들어가는 걸까, 아니야, 미쳐가는 중인지도 몰라, 뭐지? 이 석연치 못한 느낌은?
지금 일본은 연휴 중이다. 설날과 아무 상관없이 내일까지 연휴다. 나도 연휴와 전혀 상관 없이, 학교 도서관이 연휴라 문을 닫아서 마땅히 놀러갈 데가 없다는 것 뿐이다. 휴일이라서 좋은 것은 외벽공사도 쉰다는 것이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아침을 맞았다. 공사하는 소음이 없고 낯선 남자들이 코앞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자유스러움, 평안함과 고요함이여, 신나서 이불속에서 캑캑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래를 해야해. 공사로 인해 먼지가 쌓인 베란다를 청소하고 이불과 베개를 말리고 밀린 빨래를 해서 말려야 한다. 밖에는 철골이 세워져 있어, 내가 마치 모던아트로 건조된 형무소에 갖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형무소는 어떤 사람들을 가두는지? 나처럼, 서서히 미쳐가는 사람인지, 노망을 향해 가는 사람, 언제까지나 철이 안드는 사람들… 이상한 느낌이 든다. 철골이 세워지니 시야가 답답하고 일조량이 현저히 적어진다. 그리고, 정말로 기묘하게도, 뭔가에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가지각색의 형무소에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열쇠를 가지고 뒷문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지만, 철골이 세워진 것으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또 다른 시선으로 인식된다. 철골은, 사회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스스로가 세우다가 부수는 것도 있으리라, 어떤 때는 눈에 보이다가, 보지 않으려 하다가, 그러면서 사는 것 같다. 빨래를 해서 널었다.
오늘이야 말로 설날이라는 데, 설날 특식이 없다. 요즘 시장을 잘 안간다. 마트에 가도 신선한 것이 별로 없다. 비싸기는 왜 그렇게 비싼지… 그래도 설날이라는 데, 떡볶이라도 해서 먹어야지. 어제 떡국을 살 때, 떡볶이도 한봉지 넣었다. 근데, 떡볶이를 먹어 본게 언제인지, 전혀 기억이 없다. 떡볶이에 뭐가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그냥, 집에 있는 재료로 할 수 밖에 없다. 우선 계란을 세 개 삶았다. 그리고 유부와 튀긴 두부 등을 내놓았다. 양파와 대파도 다듬었다. 야채가 부족한 것 같아 배추도 세 잎 씻었다. 소스를 만들었다. 고추장에 토마토케찹에 설탕을 약간, 간장도 조금, 후추가루에 정종을 넣고 묽게 만들었다. 이 게 맞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루고 양파를 넣어서 볶다가 야채를 다볶고 떡을 넣고 유부 종류를 넣고, 다 넣어서 볶다가 소스를 넣고 끓였다. 떡볶이 색이 나온다. 그냥 먹을 만하다. 떡은 250그램으로 적은 데 야채가 많았다. 먹다보니, 그냥 다 먹었다.
요새 ‘폭식’을 하다보니 어느새, 위가 늘어났다. 아파트는 외벽공사 중, 나는 위 확장공사를 마쳤다. 참 빠르다. 순식간에, 드디어, ‘위 대한 인물’이 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솔직히 어릴 때 위인전을 읽어도 왜 그 사람들이 ‘위인’인지 몰랐다. 뭔가를 하겠다는 ‘야심’ 그 자체가 없는 데… 어쩌다가 이 나이에 ‘위 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 챙피하다. 그런데 내일까지 ‘위 대한 인물’로 살 것 같다. 그 후에도 ‘위 대한 인물’로 살기는 피곤하니까, 가능한 빨리 위를 줄일 것이다. 어제는 머리까지 위가 확장이 되어 설날인지 아닌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극대치로 확장된 위를 운동시켜야 할 의무감에 사로 잡혔다. 어제 보니까, 공원에 매화꽃이 피어 있던데, 그 걸 찍으러 가야지. 그 곳은 저녁 햇살이 좋을 것 같다. 햇살이 밝은 때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오늘은 매화꽃이다.